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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5   다크니스 | 하우메 발라게로 [1]
다크니스 | 하우메 발라게로
2003년 05월 26일


□ [다크니스] (2002)
□ 감독 : 하우메 발라게로
□ ★★★




영화 내용과 반전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미리 알기 원하지 않는 분은 나중에 읽기를 바랍니다. ^^*


[디아더스]의 그늘


- 1 -


높은 나무일수록 그늘이 넓듯이, 어떤 장르에서 모범이 될 만한 작품들은 끊임없이 다음 세대의 창작자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섰기 때문에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이들은 대부분 그런 난감한 상황을 잘 해결한 영리한 사람들입니다.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겠지만 공포영화에 있어서 높은 나무들이 이룬 숲은 무척 뚜렷하게 눈에 띄는데, 최근들어서는 반전이 있냐 없냐가 그런 거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전이 있으면 잘 된 공포영화고, 부실하면 잘못 만든 공포영화가 되는 거죠. 공포영화로 분류되는 작품 중 피가 튀고 전기톱이 나오는 고어영화에는 예외로 적용되겠지만, [식스센스 The Sixth Sense](1999)와 [디아더스 The Others](2001)류의 공포영화에 있어서 반전은 마치 이단심판관처럼 절대적인 권위를 발휘합니다. M. 나이트 샤밀란(M. Night Shyamalan)의 [식스센스] 이후 작품인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2000)이나 [싸인 Signs](2002) - 그냥 보면 괜찮게 볼 수 있는 - 이 외면을 받은 이유는 반전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요한 기준은 반전이 있을만한 영화라면 [디아더스] 만한 반전이 있냐 없냐가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우메 발라게로(Jaume Balaguero)의 [다크니스 Darkness](2002)는 운이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인정할 만한 반전도 있고, 분위기도 괜찮은 영화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만약 이 작품이 [디아더스] 이전에 나왔더라면 지금보다는 좀 더 호의적인 평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화를 꼼꼼히 살펴보면 [디아더스]와 [다크니스]는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많지만, 같은 국적의 감독이 같은 제목 - [디아더스]의 제작 당시 제목도 [다크니스]였습니다 - 으로 비슷한 류의 영화를 만든다고 알려지면서 비교는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라클로(Choderlos de Laclos)의 원작으로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제작했던 스티븐 프리어즈([위험한 관계])와 밀로스 포르만([발몽])처럼 흥행면으로나 비평면으로나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습니다.


- 2 -


영화는 40년 전 스페인에서 7명의 아이들이 실종되었다가 그 중 1명만 살아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장면들을 짧은 편집으로 중간중간 보여주면서 말이죠. 영화의 분위기는 대충 이 때부터 짐작할 수 있게 되는데, 저는 이런 짧은 편집 장면들이 오히려 본 편 영화보다 상당히 무서웠습니다. 오프닝이 끝나면 영화 속 시간은 현재로 바뀝니다. 한 가족이 그 아이들이 실종되었던 부근의 저택으로 이사를 옵니다. 헌팅턴무도병*에 걸린 아버지 마크(Mark, 이안 글렌), 일에 지쳐 사는 어머니 마리아(Maria, 레나 올린), [식스센스]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아들 폴(Paul, 스티븐 엔퀴스트), 내키지 않는 이사를 오게 된 우리의 주인공 레지나(Regina, 안나 파퀸).


레지나는 곧 이 집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목이 잘린 아이들의 그림을 그리는 - 이런 크레용 그림 낯익어요 ^^ - 동생과 점점 포악해져가는 아버지, 그리고 집과 가족에 일어나는 변화에 무심한 어머니로 인해 레지나는 계속 갈등을 빚고, 결국 스스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남자친구와 함께 집에 얽힌 이야기를 추적해 나갑니다. 레지나는 이 집이 특별한 용도로 건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40년 전 실종된 아이들이 이 집에서 어떤 종교의식의 제물로 바쳐진 것도 밝혀냅니다. 그 중 1명이 도망쳤기 때문에 의식이 완결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혀지구요. 그 도망친 1명이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죠. 영화는 이때부터 연금술/밀교/일식 등의 요소로 인해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이미 결말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큰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살펴본 [다크니스]에 대한 영화평들은 비슷한 지적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는 뭔가 부족"하다는 듀나의 언급이 가장 적절한 말인데, 잘 나가다가 삐끗하는 류가 아닌, 뭔가 처음부터 빠져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입니다. 줄거리에 어설픈 구석도 많고(그런 이유로 "정말"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 등장인물의 행동에 "왜 저러는 거야"하면서 짜증이 나기고 하고... 또 공포영화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깜짝 놀래주기" 장면도 약한 편이구요. ㅠ.ㅠ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 3 -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건질만한 몇 가지 좋은 점들이 눈에 띕니다. 우선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좋습니다. 주인공인 안나 파퀸, 레나 올린(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중년 여배우들은 어쩌면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것일까요 ^^)을 비롯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다소 과장되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공포영화니 오히려 그런 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반전이라고 할만한 부분도 도식적이며 예상 가능하긴 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이구요.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 점도 맘에 들었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 놀란 것은 실제 반전보다는 그 아래 깔려있는 설정 - 아버지가 친자식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는 - 때문이었습니다. 뭐 아버지가 저금통에서 돈을 훔쳐간다고 딸 손가락을 자르는 뉴스가 나오는 나라에 살면서 이런 것에 공포를 느낀다면 다소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요. 아마 [다크니스]를 [디아더스]와는 확실히 다른 종류의 영화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이 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그레이스(Grace, 니콜 키드먼)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던거죠.




* 헌팅턴병은 매우 희귀하게 나타나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병이고 중년기에 나타나며 몸의 피로/불안증과 함께 시작된 병은 정신장애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역을 맡은 이안 글렌은 헌팅턴병의 진행과정을 매우 충실히 보여줍니다. 헌팅턴병이 점점 진행되면 성격이 난폭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영화를 보면, 감독이나 각본가가 작중인물이 앓고 있는 병을 주의 깊게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아버지가 성격이 난폭해지는 것을 레지나는 집의 영향으로 생각하지만, 어머니는 헌팅턴병의 악화로 생각하기 때문에 레지나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헌팅턴무도병의 증상을 알고 보다 보면 어머니의 무신경한 행동도 다소 이해가 됩니다.
by delius | 2004/09/15 08:26 | movi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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