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홀로코스트
2008/05/25   [밑줄] 인종적 위험 [4]
2005/07/28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 볼프강 벤츠 [3]
[밑줄] 인종적 위험
... 1939년 오스트리아 나치인 부르겐란트의 주 지사가 수상 비서실장이자 제국 장관이었던 라머스에게 다음의 편지를 보냈다.


민족의 건강상의 이유로, 그리고 확인된 바에 따르면, 집시들은 유전적으로 해롭고 우리 민족체에 붙은 기생충으로 엄청난 손해만을 야기하고 관습을 파괴하는 민족임이 틀림없기에, 우리는 가장 먼저 그들의 번식을 막는 일부터 착수해야 하고, 노동 수용소라는 틀 내에 사는 사람들을 엄격한 노동 의무에 복종시켜야만 한다.


이것은 강제 불임에 대한 요구로 읽히는데, 이것은 이후에 자주 표출되었고 궁극적으로 실행되기도 했다. "집시들의 강한 번식"이라는 주장은 항상 또다시 제기되었고, 그에 따른 논리적인 결론은 원하지 않는 민족 집단에 대한 단종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그라츠의 대법원 판사의 1940년 편지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는데, 그는 부르겐란트의 모든 로마의 강제 불임을 제안했다.


집시들은 거의 구걸이나 절도에만 의존해서 살고 있다. 현실적인 벌이인 음악가로서의 활동은 많은 경우 구실에 불과하다. 그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성심껏 일하는 주민들에게, 특히 그들에게 땅을 약탈당하는 농민들에게 너무도 큰 부담이다. 이 부담은 높은 유아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집시들의 대단히 강한 번식과 함께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더욱 큰 것은 부르겐란트 주민들의 인종적 위험이다. 외모상으로 보면 즉각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원시 민족들을 떠올리게 하는 집시 대중들은 인종적으로, 무엇보다도 정신적이고 풍속적인 측면에서 열등한 반면에 육체적으로는 대단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많은 수의 아이들 중에서 살아남는 아이들은 극심한 생활 조건들 아래서도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신적, 풍속적으로 열등한 민족과의 혼합은 반드시 후손들의 가치의 퇴락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혼합은, 한편으로는 집시 청소년들이 성적으로 대단히 공격적일 경우와, 다른 한편으로 집시 처녀들이 성적으로 고삐 풀린 경우에 잘 이루어진다. 많은 수의 집시 남자들을 노동 수용소에 감금해도 이런 상황은 그대로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들, 특히 성적 공격성과 고삐 풀린 행위라는 식의 성적 질투심을 겨냥한 스테레오 타입이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진 집시들에 대한 상들과 일치했다. 그래서 인종주의에 의해 자극받은 심한 차별 대우에 대한 제안이 그야말로 옥토에 떨어졌고, 유대인들에 대한 정책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반대 없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제2차 세계대전은 나치 정권에게 원하지 않는 소수들의 계획적인 학살을 실행하기 위한 환영할 만한 배경의 역할을 했고, 그리고 비상시에는 자신들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정당화하는 구실로 사용되었다. 1939년 9월 2일. 독일 제국 국경 지역에서 "집시들과 집시들처럼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되었다. 이것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전시 조치로 설명되었고, 1939년 10월 17일에는 제국 보안부가 "집시와 집시 혼혈"은 그들의 거주 장소나 체류 장소를 더 이상 떠나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


[홀로코스트] "12장 또 다른 민족 학살 - 신티와 로마의 박해"중에서, 볼프강 벤츠, 최용찬 옮김, 지식의 풍경, 2002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푸른역사)를 쓴 볼프랑 벤츠의 다른 책. 지금까지 읽은 다른 책에 비해서 집시에 대한 학살 부분도 한 장(章)으로 따로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50쪽 되는 소책자이지만 두꺼운 어느 책 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이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입문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한국어판, 원서, 영어판 표지
by delius | 2008/05/25 01:21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4)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 볼프강 벤츠
[책을 읽고 나서]


최근 다음이나 엠파스에도 서비스되기 시작한 [브리태니커세계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반유대주의 anti-Semitism" 란 "인종적·종교적·경제적인 이유에서 유대인을 배척·절멸시키려는 사상. Hostility toward or discrimination against Jews as a religious group or “race.”"을 말한다. 어떤 한 인종에 대한 절멸이 한 사상으로 굳어져 있고 그 근원 또한 깊다는 사실은 참 무서운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단일한 인종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사회에서는 유대인들이 유럽에서 겪고 있는 유형무형의 차별을 짐작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우리 사회가 소수자를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면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마 여러 소수자들 가운데 유대인들은 가장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에 따라서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도 많은 것 역시 사실일 것이다.


"유대인"에 대한 일반인들이 이미지에 대한 종합적인 개론서인 볼프강 벤츠의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를 읽다보면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유대인들은 이제 잘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별 근거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들은 여전히 매부리코나 머리가 벗겨진 수전노로 돈을 밝히고 셈이 빠르며, 세계 음모론의 주도자로도 활동하며, 모든 국가의 막후에서 권력을 쥐고 있으며, 자기가 속해있는 국가를 전복시키려 하고 언젠가는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단순화는 말 그대로 근거가 없지만 너무나 오랜 역사와 잘못된 소문이 쌓이고, 선전 선동이 진행되었기에 거의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책의 각주를 보다보면 유대인의 인신제물 공양에 희생되어(희생되었다고 알려진... 대부분 유대인에게 혐의를 씌운 것) 성인에 반열에 오른 어린이와 청소년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성인 취소가 20세기가 되어서 이루어진 것을 보면 1945년 이후에도 유대인에 대한 이미지나 그들이 처한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짐작케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안네의 일기]의 의미를 평가한 부분인 "안네 프랑크의 신화"라는 장인데 기본적인 사실조차 몰랐던 탓에 매우 놀라웠다.(우선 안네는 일기를 네덜란드어로 썼었단다. 난 안네 프랑크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피신해 있었던 것도 몰랐다.--;) 따라서 [안네의 일기]에는 히틀러 치하 독일이나 폴란드에서 있었던 홀로코스트의 학살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책을 "안심"하고 읽게 되고, 그것을 통해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실제와는 다소 어긋한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벤츠는 이에 대한 근거로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안네 프랑크와 비슷한 처지에서 작성된 여러 저작물들이 그 생생한 강압적인 현실 묘사로 인해서 인간 승리와 성장일기적인 성격이 강한 [안네의 일기]에 밀려 잊혀진 사실을 이야기 한다. TV에 수술장면만 나와도 끔찍해서 채널을 돌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생각하면 왜 [안네의 일기]가, 더 문학성이 있고 나치 치하 독일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다른 유대인 소년의 일기보다 훨씬 잘 팔리고 쉽게 받아들여졌는지 짐작이 된다.


이 외에도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수가 10만 명도 안된다는 사실, 폴란드의 반유대주의가 극심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이후 폴란드에서 살해된 유대인들의 수도 많다는 사실 - 같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라는 사실도 그 편견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는 점! - 이나, 스위스의 반유대주의 등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거나 짐작하지 못한 점도 많이 알려주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았다. 무척이나 어려운 책일 것 같아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쉽게 잘 읽혀서 기뻤다. 좋은 내용을 쉽게 잘 설명해준 재주많은 저자에게 축복을 ^^


[서지정보]


제목 :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지은이 : 볼프강 벤츠 Wolfgang Benz
옮긴이 : 윤용선
원제 : -
출판사 : 푸른역사
발간일 : 2005년 04월
분량 : 278쪽
값 : 13,000원


p.s. 미국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 회사에서 주최하는 회식/파티를 할 때 유대인이 있을 경우에는 그들을 위한 음식을 따로 주문하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한다.


p.s. 이 책을 읽다 보면 유대인 역시 팔레스타인인 못지 않게 부당한 학대와 왜곡된 이미지의 희생자라는 생각이 드는데 만화 [팔레스타인](조 사코)에 묘사된 이스라엘의 인권탄압 부분을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왜곡된 이미지에 굴레를 쓰고 있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에 앞장서는 유대인의 모습은 하나로 묶여지지 않는다.
by delius | 2005/07/28 00:07 | book | 트랙백(1) | 핑백(2)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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