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한희선
2011/06/29   [밑줄] 누명 [4]
2009/06/25   [밑줄] 그러니까, 지배해 버리고 싶다는 겁니다 [4]
2008/03/09   [밑줄] 어째서 나랑 사귀기로 했어? [13]
2007/12/26   [밑줄] 호기심을 먹고 자라는 요괴 [4]
2007/07/06   [밑줄] 도쿄 타워의 정면이 어딘지 알아? [10]
2006/10/27   [밑줄] 인지[印紙] 이야기 [3]
[밑줄] 누명
"저 같은 전과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게 건방지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미야기 교도소에 있으면 쇼와 그 자체와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쇼와 그 자체?"
"예. 혹은 쇼와라는, 무리하게 급성장한 시대의 일그러짐이랄까, 외상이랄까, 그런 것이 거기에 꾸역꾸역 쑤셔 넣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단한 선생님이나 고명한 작가 분은 결코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저한테 글 쓰는 재능이 있다면 세상을 향해 그런 것을 쓰고 싶다고 몇 번쯤 생각했습니다."
"외상이 무슨 뜻입니가?"
"건방진 소리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누명이란 무리한 질서유지 혹은 치안유지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범인이 나오지 않으면 주민에게 사회 불안이 싹트고 나아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솟는다. 아런 것은 모두 돈벌이에 열중하던 그 시대에는 지극히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일본인 모두가 기업의 전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때에, 세상에 알려진 흉악한 사건애는 반드시 결말을 지어둘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일본인의 행복을 위해 행해지는, 정의라는 명목에 불합리한 폭력입니다. 이런 시대가 벤야마나 데이코쿠 은행 사건의 그 뭐라고 하는 경감이라든지, 그런 지독한 인물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분위기에 어딘가 그들을 용인하는 요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증거로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는 유명한 범죄가 다 미해결이지요. 이것은 딱히 요즘 경찰관의 실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고 봅니다. 본래 이런 걸 겁니다. 사건 발생 후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찰이 범인을 모조리 밝힐 수 없지요."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중에서, 시마다 소지,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11




[점성술 살인사건] 이후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시마다 소지의 작품. 읽으면서 이렇게 사건을 늘어놓고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 했는데 읽다 보니 어느덧 결말. 트릭도 트릭이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도 생각보다는 매끄럽게 녹아 있어서 오! 시마다 소지가 이런 작품을~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요시키 다케시 형사 시리즈물 중에 "한국에 첫 번째로 소개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는데 읽고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적극 추천~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by delius | 2011/06/29 23:27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4)
[밑줄] 그러니까, 지배해 버리고 싶다는 겁니다
  "아마, 저는 어떤 종류의 독재자를 동경하는 걸 겁니다."
  야리나카는 말했다. 여의사는 다소 당황한 듯이 눈을 깜빡이며,
  "독재자……."
  "말이 과격합니까?"
  "어떤 의미인가요?"
  "60년대 이후 일본 현대 연극의 '언더그라운드 패러다임'으로 불리는 게 있습니다. 많든 적든 현재에도 그것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죠. 그중에서도 '집단 창조'라는 개념이 60년대에서 70년대, 그리고 현재를 잇는 프레임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좁은 의미에서 말하며, 연극을 만드는 집단에서 누구나 작가이고 연출가이고 배우이기도 하고 스태프이기도 한, 신분의 동위성을 이상으로 하는 사상입니다. 요는 극단 내의 계급제도를 걷어치우라고 하는 겁니다. 일종의 직접민주주의지요. 강력한 지도자는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 개개의 자립성이다, 라고."
  야리나카는 안경을 다시 쓰고 천천히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그게 싫어서. 그래서 뭐, 독재자라는 단어가 나와버렸습니다."
  "네."
  "그러니까, 지배해 버리고 싶다는 겁니다, 세계를. 아니,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정치에는 흥미가 없고, 속된 말로 권력을 바라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다만 한 연출가로서, 자신이 연출하는 무대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찾고 있는 '풍경'에 가까이 갈 수 있다. 혼자 그렇게 생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중에서, 아야츠지 유키토,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08




OO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아야츠지 유키토의 가장 최근 - 이라고 하지만 작년 11월 - 번역된 작품인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을 읽었습니다. 계속 한스미디어에서 십각관, 시계관, 암흑관 순서로 나오다가 1년의 시차를 띄고 이번에는 시공사에서 나온 것인데 이렇게 보면 올 10~11월에는 새로 번역되는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


이전에 십각관으로 시작해서 시계관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작품도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두 작품과는 분위기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역시나 재미있게 봤습니다. 줄거리는 연극 극단 멤버들이 폭설을 피해 머물게 된 키리고에 저택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범인 찾는 즐거움 외에도 배경이 되는 키리고에 저택의 스산하고 기묘한 느낌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 저택이 살인을 예고한다? 라던가 하는 식의 - 여름에 읽을만한 적당한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점이나, 동요의 내용과 비슷한 형태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는 점, 위에 밑줄 친 부분처럼 연극이나 공예,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밝혀지는 범인 등 기본적인 추리소설로의 충실함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요 등장인물인 극단단원 8명에게 모두 본명이 있고(중간에 이름을 바꾸는 사람도 Orz) 거기에 함께 눈을 피해 저택에 머무는 노의사, 저택의 주인과 고용인들 몇 명... 이렇게 거의 20개가 넘는 이름의 홍수에 빠져서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분못하고 처음에 혼란스러워 했다가, 한 명씩 사람이 죽어가면서 조금씩 이름들에 적응해 갔습니다. 일본 추리소설 읽으면서 이름 헷갈리시는 분들은 고생 좀 하실듯~ : )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p.s. 번역본 표지의 성은 궁금해서 찾아보니 프랑스의 샹보르 성이랍니다.([출처] 키리고에 저택에 관한 잡담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작성자 다롱이). 표지의 각도와 비슷한 사진을 찾아봤어요~ [출처1] [출처2]~
by delius | 2009/06/25 08:05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4)
[밑줄] 어째서 나랑 사귀기로 했어?
  "무슨 일이야?"
  기척을 느끼고 미치히코가 내 쪽으로 몸을 뒤척였다.
  "별거 아냐."
  "잠이 안 와?"
  "그런 건 아닌데……. 있지, 미치히코 말이야."
  "뭐?"
  "어째서 나랑 사귀기로 했어?"
  "무슨 말이야. 갑자기……."
  미치히코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저기, 그때 미치히코는 여자 친구 있었잖아? 게다가 나는 점술가로, 딱히 친구도,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나와 사귀랴고 한 건가 해서."
  "어째서라니, 루이즈가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그뿐이야?"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기랑 사귀라고 했잖아?"
  미치히코는 눈을 쓱 비볐다. 졸릴 때 자주 하는 몸짓이지만, 비빈다고 해도 미치히코는 눈을 뜨지 않는다.
  "그렇지만 말이지. 딴 이유는 없어?"
  "딴 거?"
  "운명을 느꼈다건가, 뭔가 목숨이 걸렸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거나, 내 바지런함에 끌렸다거나, 그런 거 없었어?"
  "그런 거 없었는데. 난 루이즈와 달라서, 그런 육감 같은 것도 없으니까."
  "흠. 간단하네."
  "간단? 보통 다들 그렇잖아?"
  "그런 건가."
  "그렇다니까……. 이제 자자."
  미치히코는 조그많게 하품을 하고, 내 어깨 위에 손을 둘렀다. 쉽게 잠이 드는 미치히코는, 그대로 곧장 잠이 들었다. 나는 묵직하게 눌러오는 미치히코의 팔을 살짝 내려놓았다. ...



[럭키 걸] 중에서, 세오 마이코, 한희선 옮김, 비채, 2007




여자친구와 함께 점 보러 온 남자가 최고의 운을 타고 난 것을 알고 가로 챈 주인공 루이즈와 그 강운(强運)을 타고난 남자 - 하지만 이상한 요리나 만들고 시청 공무원으로 태평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 미치히코가 나누는 대화 한 토막. 늘 하는 이야기지만 현실이 핍핍하다고 느껴질 때는 이런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읽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표지의 말처럼 "괜찮아,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길거야!"라는 말이 듣고 싶은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심한듯 한 미치히코라는 캐릭터가 맘에 쏙 들었습니다. ^^)/




p.s. 번역본이랑 원서표지. 원서표지 넘 귀여운데요.*_* 
by delius | 2008/03/09 20:18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13)
[밑줄] 호기심을 먹고 자라는 요괴
… 와타루는 소문이란 마치 사람의 호기심을 먹고 자라는 요괴 같다고 생각했다. 일단 영양을 공급해 주면 요괴는 제멋대로 이곳저곳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점점 커져서 상상도 못할 힘을 얻어 끝없는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한다. …… 호기심이 사라지면 요괴는 급속히 힘을 잃고 머지않아 작게 오그라든다. 그러나 그때는 새로운 요괴가 태어난다. 와타루는 자신을 둘러싼 공기 속에 마치 유령처럼 무수한 요괴가 떠돌아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보고 있는 동안은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괴의 눈에 띄면 끝장이다. …


[죽어도 잊지 않아]중에서, 노나미 아사,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07




중간까지 읽다가 주인공 중 한 명인 와타루가 학교에서 소문으로 따돌림 당하는 모습이 너무 생생하여 잠깐 책 읽기를 중단했다가 좀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었습니다. 가족을 지탱해온 신뢰가 사건과 소문으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을 차근차근 묘사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가정과 집, 학교 등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주인공들이 당하는 고통을 현실감있게 드러내고 있어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좀 부자연스러운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 결말에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할 정도로 이들이 겪는 현실을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어서요. 주인공들의 현실에 공감을 하기 시작하면 힘들어지지만 [얼어붙은 송곳니]를 좋게 보신 분이라면 당연히 이 작품도 좋아하실 것 같네요 ^^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by delius | 2007/12/26 22:58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밑줄] 도쿄 타워의 정면이 어딘지 알아?
"저어, 미치코."
"왜요."
"도쿄 타워의 정면이 어딘지 알아?"
미치코는 가만히 있었다.
"나는 어디서 봐도, 언제 봐도, 도코 타워는 나한테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미치코가 조용한 걸음으로 나와 가스레인지에 주전자를 올렸다.
"상관없잖아요. 어느 쪽이든 우리 집 창문에서 도쿄 타워는 보이지 않으니까."



"배신하지 마" 중에서, [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미유키, 한희선, 북스피어, 2007




6편의 단편 모음. "화차"의 원형이 된 작품이 있다기에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당연히 읽어야지~ 하면서 읽었습니다. :-) 모두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역시 찾아 읽게된 동기가 된 "배신하지 마"가 가장 끌리더군요. 유머스러운 면이 많았던 "나는 운이 없어"도 좋았구요. [이유]나 [모방범] 같은 소설로 미야베 미유키를 처음 접한 분이라면 흠.. 재미는 있지만 너무 심심한데.. 하는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냥 미야베 미유키 팬이시라면 - 해설과 옮긴이의 말에도 언급되어있듯이 -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가 되기 전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는 -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 -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가 수록되어 있는 것 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을 것 같네요.




p.s. 원서 표지. 국내판 표지가 아주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원서표지 보다는 좋네요~
by delius | 2007/07/06 23:31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10)
[밑줄] 인지[印紙] 이야기
나는 어릴 때부터 검인지에 흥미가 있어서, 여러 가지 책의 뒤쪽을 펴고는 종이 디자인이나 찍힌 도장의 글자를 보고 즐거워했습니다. 도장 찍는 법도 꼼꼼하게 정중앙에 똑바로 찍혀 있는 것, 비스듬한 것, 종이 가장자리에 가까운 것, 인주를 잘 묻히지 않아서 반쯤 희미해져 있는 것 등 제각각이었습니다. 알맹이도 표지도 모두 인쇄, 제본도 기계로 하는 오늘날 책 속에 이 부분만 한 권 한 권 손으로 작업하기에, 개성이 묻어있는 점에 마음이 끌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내 도장을 찍은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검인은 그 특성상 비교적 짧은 일수에 많이 찍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귀찮다고 하면 귀찮은 시스템입니다. 출판하는 쪽도 검인을 위해 필요한 일손이나 시간을 무시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폐지된 게 당연할 지도 모르게지만, 서운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고양이는 알고 있다], 니키 에츠코,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06




빨간 도장이 찍인 인지에서 "지은이와 협의하여 인지는 생략합니다."라는 문구로 대체되더니, 아예 요즘에는 이런 문구 없는 책들을 볼 수 있더군요. 뭔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구절이라 옮겨적어 봤습니다.




p.s. 주객이 전도된 것 같지만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흥미진진한 사건전개와 정교한 트릭과 반전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추신다면 따뜻한 추리소설 한 권을 만나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합본 원서 표지~



p.s. 추리소설속에 고양이에 대한 묘사가 있는 부분만 발췌해 분석한 일본 사이트가 있어 링크를 걸어 둡니다. ^^


http://www.osaka-kyoiku.ac.jp/~kokugo/nonami/99soturon/miyamoto/3shou
by delius | 2006/10/27 14:16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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