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중학교때 세례를 받고 복사도 하는 등 성실한 교인 생활을 하다가 고등학교-대학교를 지나면서 부지불식간에 냉담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공식적인 문서에 종교란이나 누가 종교를 물어보면 "가톨릭"이라고 대답을 하고 가톨릭 관련 책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편이다. 제목과 두께로 사람을 억압하지만 읽고나면 웬지 모를 뿌듯함과 깨달음을 주는 게리 윌스의 [교황의 죄]는 그 책 자체가 가진 미덕과 함께 냉담자인 내게 믿음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 책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것 같다. 책의 부제는 "Structures of Deceit"로 옮긴이는 "deceit"를 "기만"으로 번역했는데, "기만"이라는 말의 뜻이 "(남을) 우롱하고 속이는 일"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의 로마 가톨릭교회가 짓고 있는 죄는 바로 기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도 머릿말에 이야기 하고 있듯이 이 책은 특정 교황 - 이 책이 나올 시점에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였다 - 의 죄악을 열거한 것이 아니라 "기만구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기만이 일어나는 역사적인 배경과 그 구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은 그런 "기만구조"를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눠서 이야기 하고 있다. 첫번째 부분은 "역사적 부정직". 유대인 학살에 대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침묵과 학살에 협력한 교인들에 대한 부인, 그리고 기만적인 이후 조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에디트 슈타인이나 막시밀리언 콜베 신부를 증거자가 아닌 순교자 성인으로 만들면서 스스로를 희생자로 자처하는 교회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두번째는 "교의적 부정직." 모두 11개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현대 가톨릭 - 특히 미국 가톨릭교회 - 의 논쟁사안인 사제독신, 여성 사제, 동성애자 사제, 성령을 대체하고 있는 교회, 결혼, 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 낙태, 마리아론 등을 조목 조목 비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7장 배제된 여성들(여성사제서품반대)과 12장 침묵의 공모(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 은폐)를 인상깊게 읽었는데 이런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접해본 적이 없는 터라 더욱 흥미로웠다. 물론 옮긴이도 마지막에 적어놓았지만 일부 부분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내 사제수는 급감하고 있는데 반해서 우리나라는 교세가 성장하고 있으며, 여성 사제나 아동성추행, 동성애자 사제 문제는 수면으로 불거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결코 먼나라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역사적이며 철학적인 부분을 담고 있는데 앞부분 보다는 딱딱한 이야기이지만 포기할만큼 어렵지는 않다. ^^ 세번째 부분은 역사가 액턴과 추기경 뉴먼을 중심으로 가톨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해결하려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네번째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이야기하는 진리와 믿음, 교회에 대한 이야기로 지금의 교회가 가장 권위를 인정하고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교의와 현재의 로마 가톨릭 교회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생생히 알려주고 있다. 독실한 신자라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강조되지 않았던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불편한 느낌을 갖게될 만한 부분이 지뢰처럼 널려있지만 저자가 이 책에 대한 비판을 받고 [Why I am a Catholic 나는 왜 가톨릭 교도인가]라는 책을 냈을 정도로 독실한 신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의 비판이 모두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톨릭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당연히 흥미를 가질 만하며, 미국 가톨릭 교회나 근대 서양사와 가톨릭교회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 역시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찾아 본 만한 책으로 권하고 싶다. [기억에 남는 구절] ... 문제의 거짓말쟁이들이 먼저 자기 자신부터 속여 왔고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거짓에 매달리고 있는 만큼, 그들이 진심에서 우러난 자기 견해에 따라 행동한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로마 교계 제도가 가장 총애하는 신학자 토머스 아퀴나스는 "배양된 무지" ignorantia affectata 즉 너무나도 쓸모가 커서 이를 보호하고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감추어 두고 계속 이용하고 있는 무지가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Summa theologiae 1-2, q6, 8r) 그는 이런 종류의 무지를 일컬어 변명하는 무지가 아니라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무지라고 말했다.(원문 : so useful that one protects it, keeps it from the light, in order to continue using it… this kind of ignorance [is] not exculpatory but inculpatory… a willed ignorance) 이것은 비록 고백을 하지는 않지만 의도된 무지이다. 지적 정직성이 각별히 강조될 필요가 있는 시기에 부정직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히 자기 동시대인들과 진지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소치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상실된 자격은 사람이 제아무리 절실하게 지우려 해도 지우기 어렵다. 지금은 역사적으로나 성서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명확한 잘못과 근거도 약한 거짓들로 가톨릭 진리들을 희석시키려고 드는 자들에게서 이 진리들을 수호해야하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고비이다. ... ... 성서라는 거룩한 책들에 기록된 것을 공부하고 그에 관해 글을 쓰는 우리는 성서의 권위와 동일한 권위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배워가며 글을 쓰고, 하루하루 가르치고, 단언을 하면서도 여전히 조사를 하고, 문을 두드리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내가 내 형제들인 여러분에게 쓸모가 있는 한 말하거나 글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터이지만, 내 자신을 위해 내 스스로 여러분의 사랑에 호소하거니와 내가 성서에 관해 쓰거나 말한 것 일체를 마치 그것이 성서나 되는 양 대해지 마십시오. …… 성서는 성서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우러러 공경하되, 그르치기 쉬운 인간 그 누구도 똑같은 자세로 대하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 나는 심지어 내가 오류를 범하지 않았음에도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잘못했다고 지적할 때보다 내 말을 성서처럼 받아들일 때가 훨씬 더 나를 화나게 만들 것입니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바로 지금이 그렇습니다.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마치 이런 중요한 말을 처음 듣기나 하는 것처럼 여기에다 마음을 쏟고 있는데, 나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이 교훈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 본문에 인용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 [서지정보] 제목 : 교황의 죄 : 기만구조 원제 : Papal Sin: Structures of Deceit (2000) 지은이 : 게리 윌스 Garry Wills 옮긴이 : 박준영 출판사 : 중심 발간일 : 2005년 01월 분량 : 500쪽 값 : 27,000원 p.s. 게리 윌스의 책 중 국내에 소개된 책은 이 외에도 [시대를 움직인 16인의 리더](작가정신), [게티즈버그 연설 272 단어의 비밀](돋을새김), [성 아우구스티누스](푸른숲)가 있다. 하나 하나 읽어볼 참이다. ^^ p.s. 책 중간 중간에 라칭거(현 교황 베네딕트 16세) 추기경이 언급되는데 그 부분들을 읽어볼 때 조만간 "기만구조"가 (강화되면 강화되었지) 깨질 일은 없을 것 같다. Orz p.s. 원서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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