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자칫하면 생활/가정 코너로 분류될 만한 제목을 가진 오가와 요코의 단편집 [임신 캘린더]에는 언니 부부와 함께 사는 여동생이 언니의 임신 진행에 따른 심리변화를 잘 묘사한 "임신 캘린더", 남편과 일때문에 떨어져 있는 주인공이 예전에 지냈던 기숙사를 사촌동생에게 소개해주면서 생기는 사건을 묘사한 "기숙사", 부모와 반대하는 결혼을 앞둔 한 여성이 한 부자(父子)를 만나면서 듣게되는 이야기를 다룬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이렇게 3편이 담겨 있다.
"임신 캘린더"는 아래 밑줄 그은 부분처럼 "희미한 두려움과 불안"이 전체 작품을 감싸고 있는 탓에 큰 사건이 없음에도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마지막 장면까지 읽고나면 섬뜩한 느낌을 준다. 오가와 요코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작가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숙사",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역시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을 주는데, 특히 "기숙사"는 그러한 정도가 무척 강한 편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작품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이 작품이 전부인것 같은데 앞으로 다른 작품도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신은 축복이고 가족은 모두 이를 축복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분이라면 "임신 캘린더"를 읽는 일이 고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
[기억에 남는 구절]
... 뭔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는 거의 늘 희미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슴이 아리다. 그 뭔가가 진통일 때에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언니의 과민한 신경이 진통으로 갈가리 찢어질 것을 생각하면 겁이 난다. 이 무덥고 조용한 오후가 한없이 계속되었으면 싶다. ...
"임신 캘린더" 중에서... 내 생활 역시 제자리걸음하는 계절에 휘말려 같은 것을 맴돌고 있엇다. 아침에 눈을 뜨면 최대한 시간을 벌려는 듯 침대 속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는 아침을 간단히 만들어 먹었다. 낮에는 거의 늘 패치워크를 했다. 식탁 위에 온통 천 조각을 늘어놓고 한 장 한 장 이어가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저녁 역시 간단하게 먹고는 밤에는 내내 텔레비전을 보았다. 아무런 약속도 기한도 예정도 없었더. 불어터진 것처럼 실체가 없는 하루하루가 끝없이 지나갔다 ...
"기숙사" 중에서[서지정보]
제목 : 임신 캘린더
원제 : 妊娠カレンダ- (1994)
지은이 : 오가와 요코 [小川洋子]
옮긴이 : 김난주
출판사 : 이레
발간일 : 2006년 02월
분량 : 191쪽
값 : 9,000원
p.s. "작가의 독서도"라는 작가의 독서편력에 대한 연재물 중 오가와 요코 편 :
http://www.webdokusho.com/rensai/sakka/michi29.htmlp.s. 위 사이트에 있는 오가와 요코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