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양억관
2008/12/04   [밑줄] I don't care. Who cares?
2008/06/07   [밑줄] 회사, 그만두고 뭘 하려고? [7]
2007/04/05   [밑줄] 그러나 어린애가 그런 질문을 하면 [6]
2006/11/23   [밑줄] 인간은 기적적인 생명체야 [2]
2006/11/20   [밑줄] 추워. 너무 추워 파트라슈. [3]
2006/11/13   [밑줄] 수학은 왜 배워야 하는가? [4]
[밑줄] I don't care. Who cares?
... 이렇게 있다 보면 문득 굴의 독특한 맛이 떠오른다. 스푼의 피부가 뜨거운 타르가 되어 내 몸을 끌어안는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방. 음악도 없다. 냄새밖에 없다. 나의 후각은 경찰견처럼 예민해진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나는 이 남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반드시.
  스푼은 자신의 두 팔꿈치 사이에 나를 감금하고 천천히 눈을 떠 사냥감을 내려다본다. 이를 갈고 있다. 그러고 싶은 건 오히려 나다.
  "나, 분해."
  "왜?"
  "내가 이런 비참한 꼴이 되었는데도 자기는 내 위에 있어."
  "이렇게?"
  "이제 곧 의식이 사라지고 죽어 버릴 거야, 난."
  "눈을 떠."
  스푼은 내 턱을 덥석 잡아서 내가 의식을 잃지 못하게 한다. 부탁해, 스푼. 실신하면 정말 편해질 거야.
  "마지막까지 지켜봐. 내가 네 위에 있다는 걸……."
  울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나는 깨닫는다. 아픔과 쾌감은 닮았다는 것을. 스푼에 대한 사랑이 내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그 상처가 쾌감으로 변할 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상처 자체로 달콤한 슬픔으로 순순히 받아들일 날이 올까.
  "보는 거야."
  나는 보았다. 도망칠 수 없다. 그의 눈동자는 나의 모든 것을 사로잡는다. 내일 일은 아무래도 좋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이 침대 위, 시트의 틈새.
  아마도, 그는 알고 있다. 이를테면 지구 최후의 날을 선고받는다 해도 우리는 지렁이처럼 침대 속에 파고들어 대담하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I don't care. Who cares?



[베드타임 아이스] 중에서, 야마다 에이미, 양억관 옮김, 민음사, 2008



20세기 일문학의 발견이라는 시리즈로 웅진에서 일본소설이 나왔을 때 처음 야마다 에이미라는 이름을 접했습니다. 작품은 단편소설집인 [풍장의 교실]. 정말 놀라운 소설이군!하면서 야마다 에이미라는 이름에 밑줄을 긋고 그 이후 출간된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은 대부분 찾아 읽었지만, 옮긴이의 해설에도 많이 언급되는 데뷔작은 이제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클럽에서 노래를 하는 킴과 탈영병 미군 흑인병사 스푼의 사랑이야기라고 한줄 요약이 가능하지만 "어떤 소설보다도 생생하고 고통스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야마다 에이미 팬으로서는 1985년 나온 소설을 2008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감격스럽기까지 하네요. *_*)/ (예전에 나왔다고 하는데 결국 못찾았었거든요. 흑흑) 책 전체 분량은 얼마 안되지만 성과 욕망에 대해서는 무척 솔직한 면이 있으니 야마다 에이미 소설 첨 읽어보시는 분은 참고하세요. ^^;




p.s. 딴 이야기지만 "20세기 일문학의 발견이라는 시리즈"는 다시 나왔으면 좋겠어요.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그리고 영화 포스터. 1987년 영화화 되었었네요.
by delius | 2008/12/04 23:24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밑줄] 회사, 그만두고 뭘 하려고?
  "회사, 그만두고 뭘 하려고?"
  겐지가 물었다.
  "키리바시 공화국으로 이주하려고요."
  "키리바시? 어딘데, 거기가?"
  "날짜 변경선 남쪽 섬이에요. 세기가 바뀔 때 그곳 대통령이 '우리가 맨 먼저 21세기로 들어갔다.'고 선언해서 그리니치 천문대와 언쟁이 벌어졌다고 해요."
  "흠……."
  대체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리조트로 개발되지도 않은 최후의 낙원이지요."
  "난 싫어. 네온사인도 재즈도 없는 나라는. 일본도 도쿄 외에는 살고 싶지 않아."
  "요코야마 씨는 아마 지겨워하겠지요."
  미타는 아득한 눈길로 그렇게 말했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타입이다.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양억관 옮김, 2007




읽고 나서 초기작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원서가 나온 것이 2006년이고 영화화도 되었더군요. 이 소설 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 소설이 [마돈나]였는데 하나는 장편이고, 다른 하나는 단편집이라 두 작품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둘 중에 어떤 것이 어떤 것이 재미있냐고 물으면 당연 [마돈나]라고 대답해야 겠네요.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느냐... 그런 건 또 아닙니다. 주인공 3명 각각의 캐릭터가 잘 잡혀 있어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나고, 돈의 행방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잘만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그래서 당연히 영화화된 듯) 마지막 장면 처리도 맘에 들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전에 오쿠다 히데오 소설 읽으면서 혼자서 킥킥 거리며 웃거나 박장대소 할 만한 장면이 없다는 점 정도인데, 제가 오쿠다 히데오 소설에서 기대하는 것이 그런 것이라서 그런지 아쉬움이 컸던것 같네요. 아래는 영화의 한장면~ 딱 상상했던 대로 인물들이 나와줘서 좋네요. ^^



p.s. 번역본과 원서표지들. 마지막 원서표지가 더 맘에 드네요~
p.s. 추가로 책 읽고 찾아본 키리바시에 대한 정보 : 키리바시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 외교통상부 국가정보DB 키리바시 공화국
by delius | 2008/06/07 11:20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7)
[밑줄] 그러나 어린애가 그런 질문을 하면
  "아버지."
  "왜?"
  "우리가."
  "싫어?"
  여자에게, 나 좋아해?, 라는 질문을 받으면 거짓말이건 장난이건, 응, 하고 대답해줄 수 있다. 처음부터 싫었어, 좋아한 적도 없어,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애가 그런 질문을 하면, 설령 고문을 당한다 해도, 응, 하고 대답할 수 없다. 그렇게 대답할 수 있으려면, 몸속에 피 대신에 절대영도의 액체질소가 흐르고 있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열세 살 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나서 나는 문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여자는 남자가 될 수 없고, 남자는 여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잔혹한 짓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도 여자도, 누구든 반드시 한 번은 어린애였던 시절이 있으므로, 절대로 어린애에게는 잔혹한 행동을 할 수 없다, 만일 전생이란 것이 정말로 있고, 예를 들어 당신이 그곳에서 새였다면, 당신은 새를 쏘거나 새를 새장에 가두어둘 수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은 것이다. ...



[스텝 파더 스텝], 미야베 미유키, 양억관 옮김, 작가정신, 2006



미야베 미유키의 소품 같은 책. 7편의 연작이 묶인 것인데 각 단편마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추리기법이 가미되어 있지만 이전 미야베 미유키 작품이 비할바가 아니라 유쾌한 TV시리즈물의 한 에피소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읽고나면 유쾌히고 따뜻해지거든요. ^^ 뭔 좀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없나~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입니다~



p.s. 원서표지. 만화로도 나온 것 같은데 국내에는 번역 안되려나 ( '')
by delius | 2007/04/05 08:45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6)
[밑줄] 인간은 기적적인 생명체야
"인간은 기적적인 생명체야. 현명한지 어떤지는 몰라도. 다만, 생명체로서의 기능과 능력은 무서울 정도로 복잡해. 기적이야, 이건. 생물이나 진화 같은 걸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인거야. 알겠어? 우리들의 배경에는 몇십억 년이라는 세월이 있어. 기적에 의해 살고 있는 셈이지. 그런 생각을 해보면, 굳이 종교 같은 걸 내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존경하고, 감사하고, 자랑스러워 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인간이라는 생명체야. 살아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대단한 일이니까."


"자네, 정말 재미있는 얘기를 하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구로사와는 그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러시라이프], 이사카 코타로 , 양억관 옮김, 한스미디어, 2006




[칠드런], [사신치바], [중력 삐에로]에 이어서 4번째로 읽게된 이사카 코타로 작품. 처음 읽었던 작품 [칠드런]은 이사카 코타로의 한 면만 보여주는 작품이었는지 그 다음부터 그런 무심한 듯한 재미를 기대하다가 늘 다른 모습의 작가를 만날 때 마다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여전히 이사카 코타로의 베스트는 [칠드런]~ ;-)




p.s. 원서 표지. 내용을 고려한 국내판 표지가 더 좋다~

by delius | 2006/11/23 22:10 | underline | 트랙백(1) | 덧글(2)
[밑줄] 추워. 너무 추워 파트라슈.
추워. 너무 추워 파트라슈.
본격적인 겨울의 계절인 12월은 발자국 소리가 들릴 만큼 바로 앞까지 와 있지만, 이건 도무지 11월의 추위가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추위다. 젠장. 지구 온난화라니, 거짓말하지마. 아마도 어떤 자연을 지키는 모임을 하는 놈들이 온난화라고 떠들어대면 모든 사람이 자연에 대해 상냥해지지 않을까, 짜고 그런 거야, 맞아, 분명해. 너무 추워서 자연을 지키는 모임에게 욕을 퍼부어대는 내 얼굴로 차가운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닥친다. 애써 세팅한 머리가 마구 헝클어져 버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엷은 구림이 해를 가리며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해님은 마치 당장 갈아치워야 할 전구처럼 힘이 없다. 그런데 바람은 최신형 선풍기처럼 힘차게 불어온다. 힘내라 해님, 파이팅 해님! 해님에게 마음 속으로 응원을 보내면서 호주머니 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거북이처럼 머플러 안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우연히 누군다를 만나 "정말 춥지." "응, 정말 추워."하고 서로 위로라도 해주면 이 추위도 조금 누그러질지 모를 일이다. ...



[들돼지를 프로듀스] 중에서, 시라이와 겐, 양억관 옮김, 황매, 2005




주인공 슈지는 "인간이란 간단한 화술과 간단한 시각적 효과 하나만으로 쉽게 속아넘어간다"고 생각하는 고등학교 교실용 처세술의 달인. 그의 반에 한 폭탄 전학생이 오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제목 그대로 들돼지 같은 전학생 노부타를 인기만점 학생 만드는 슈지의 이야기가 중반까지 흘러간다. 여기까지 읽으면, 또 표지 글이나 홍보문구를 보면 [마이 페어 레이디]를 연상시킬만도 한데 그런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는 [발로 차고 싶은 등짝]의 발랄-우울버전이라고 할만큼 학교생활에서 겪게되는 여러 일들에 대한 고민과 생각, 대응이 그 주조를 이룬다. 정말 다시 보기 힘든 대단한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재미있고, 생각할 꺼리도 많이 던져주는 탄탄한 작품으로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작품.




p.s. 저자 약력을 보니 저자는 1983년 생. 털썩 Orz 난 뭐했나 (     ..)


p.s. 원서 표지. 원서 표지가 훨씬 이쁘다 *_*

p.s. 이야기는 조금 바뀌어서 드라마화 되기도 했다. 공식 사이트 : http://www.ntv.co.jp/nobuta/
by delius | 2006/11/20 15:03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3)
[밑줄] 수학은 왜 배워야 하는가?
[용의자 X의 헌신]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코, 양억관 옮김, 현대문학, 2006




중학교의 입구(1학년), 고등학교의 출구(3학년)라는 중요한 시기에 담임선생님이 수학선생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학에 있어서는 거의 바보나 다름 없었다. 스스로 난 수학못해요! 라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늘 예로 드는게 1차 수능 볼 때 더하면 누구나 맞을 수 있는 수열문제도 틀렸었다는 점인데, 어찌보면 수학공포증이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성향은 그대로 이어져 논리학 강의 때 정말 D나 F를 맞는건 아닌지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따라서 책을 읽다가 발견한 위 구절은 (나처럼) 수학 못하는 아이들의 변명 중 하나를 무력화 시키는 데 충분했는데, 난 아마 입구가 어디있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흑흑


그냥 조금 읽고 내일 읽어야지 하면서 일요일 저녁 10시부터 읽기 시작한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눈을 뗀것은 새벽 1시 30분.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고 반전이라고 할 만한 부분을 미리 알아채 다소 맥은 풀리긴 했지만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책읽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은 정말 강력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팬이라면 당연히 좋아하실 만한 작품으로 사서 읽으실 분은 꼭 3쇄본을 찾아 읽으시라~




p.s. 너무 악평을 많이 들어서 정말 최악을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오타가 적었다. 어쨌는 이번 일로 번역자, 출판사 모두에게 큰 실망. [측천무후]는 말끔했던것 같은데.. 쩝. 기억해 둬야지. [모방범]처럼 게시물을 통해 교환을 한다고 알리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메일을 보내면 최신본으로 교환해주는 것 같다. : 현대문학 게시판


p.s. 역시 반전은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 를 그리워 하네]!


p.s. 원서 표지
by delius | 2006/11/13 20:34 | underline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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