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시마다소지
2011/06/29   [밑줄] 누명 [4]
2004/12/09   점성술살인사건 | 시마다 소지 [4]
[밑줄] 누명
"저 같은 전과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게 건방지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미야기 교도소에 있으면 쇼와 그 자체와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쇼와 그 자체?"
"예. 혹은 쇼와라는, 무리하게 급성장한 시대의 일그러짐이랄까, 외상이랄까, 그런 것이 거기에 꾸역꾸역 쑤셔 넣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단한 선생님이나 고명한 작가 분은 결코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저한테 글 쓰는 재능이 있다면 세상을 향해 그런 것을 쓰고 싶다고 몇 번쯤 생각했습니다."
"외상이 무슨 뜻입니가?"
"건방진 소리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누명이란 무리한 질서유지 혹은 치안유지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범인이 나오지 않으면 주민에게 사회 불안이 싹트고 나아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솟는다. 아런 것은 모두 돈벌이에 열중하던 그 시대에는 지극히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일본인 모두가 기업의 전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때에, 세상에 알려진 흉악한 사건애는 반드시 결말을 지어둘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일본인의 행복을 위해 행해지는, 정의라는 명목에 불합리한 폭력입니다. 이런 시대가 벤야마나 데이코쿠 은행 사건의 그 뭐라고 하는 경감이라든지, 그런 지독한 인물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분위기에 어딘가 그들을 용인하는 요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증거로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는 유명한 범죄가 다 미해결이지요. 이것은 딱히 요즘 경찰관의 실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고 봅니다. 본래 이런 걸 겁니다. 사건 발생 후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찰이 범인을 모조리 밝힐 수 없지요."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중에서, 시마다 소지,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11




[점성술 살인사건] 이후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시마다 소지의 작품. 읽으면서 이렇게 사건을 늘어놓고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 했는데 읽다 보니 어느덧 결말. 트릭도 트릭이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도 생각보다는 매끄럽게 녹아 있어서 오! 시마다 소지가 이런 작품을~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요시키 다케시 형사 시리즈물 중에 "한국에 첫 번째로 소개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는데 읽고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적극 추천~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by delius | 2011/06/29 23:27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4)
점성술살인사건 | 시마다 소지
1998. 08. 08 20:12


[점성술살인사건]


지은이 : 시마다 소지 島田莊司
옮긴이 : 홍영의
출판사 : 국일미디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몰라도, 범인이 사용하는 트릭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렸을 적에 유명한 추리소설 속의 트릭만을 모아놓은, 예를 들어 '명탐정 OO인'류의 책을 좋아했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종자여서, 여러 추리소설 속에 나오는 웬만한 트릭과 반전에는 익숙해 있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읽으면서 치밀함과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잘 어우러진 추리소설은 안타깝게도 그리 많이 접하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1981년 발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시마다 소지[島田莊司]의 [점성술살인사건]은 오랜만에 읽은 치밀한 트릭과 구성, 반전이 두드러지는 빼어난 추리소설이었다. '더이상 낡은 트릭에서는 건져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 소설은 읽고 그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뻔한 트릭이라도 어떻게 쓰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울 수 있다고... ^^


이야기의 전개는 전형적인 추리소설로, 포와로-헤이스팅스 | 홈즈-와트슨 식이다. 물론 화자인 나는 헤이스팅스나 와트슨의 역할을 하며, 주인공은 처음부터 예리한 관찰력과 명석한 분석력으로 사건을 꿰뚫어 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결정적인 단서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얻어지며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독자는 '그랬구나!'나 '아차!'하고 자신이 놓친 부분을 떠올린다.


하지만 범죄는 좀 색다르다. 전후 일본에서 일어났던 미궁에 빠진 범죄를 몇 십 년이 지난 현재(이 책이 발간된 시점에서)에 해결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면 느낄 수 있겠지만 작가는 독자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준다. 독자나 사건을 해결하려는 탐정이나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난 일본 소설을 읽을때면 늘 만나게되는 문제인 수없이 등장하는 일본사람의 이름에 헷갈려하며,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가는지에 신경을 썼지만, 추리소설의 트릭풀기나 범인 맞추기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 번 도전해 볼만한 문제이다.


이제 범인 찾기 식의 추리소설은 너무 쉬워서, 또 기발한 트릭을 만나보기 힘들어 하드 보일드나 서스펜스류의 소설로 관심을 옮긴 독자라면, 존 딕슨 카나 엘러리 퀸의 명작들을 떠올리며 고전적인 수수께끼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누가 왜 그들을 죽였을까?'라는...



[예전 Hitel 독서란에 올렸던 글을 내발자국찾기 라는 서비스를 통해 찾았습니다. ^^]
by delius | 2004/12/09 10:48 | book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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