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이번 주 EBS의 [아이의 밥상] 3부작의 마지막 편은 "두뇌음식 생선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어패류를 빈번하게 먹을 경우 수은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었습니다. 마침 미나마타병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서 관심있게 시청했습니다. 해외 사례로는 덴마크 근처의 파로 섬에서 고래고기를 많이 먹었을 경우 산모와 아이들에게 나타난 수은중독 이야기와 일본의 미나마타 지역이 나왔는데, 책의 저자인 하라다 마사즈미 교수가 미나마타병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잠깐 나와서 아직 활동을 하고 계시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원서가 출간 된 것은 1972년이고 저자 소개에서 1932년 생이라고 해서 당연히 은퇴를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증언자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책을 읽는 느낌이 더 새로웠습니다. 아래 옮겨적은 본문의 일부처럼 끊임없는 노력과 성찰을 하라다 마사즈미 교수는 계속 하고 있었나 봅니다.
... 생각해 보면, 하나의 일이 10년이 지나도 전혀 비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진보가 아닐까 한다. 나는 환자 속에서 생활의 장에서 미나마타병의 실태를 알려고 했을 뿐으로 뜻하지 않게 지금 비판자의 입장에 서 있지만, 나의 10년 전의 일 자체도 이미 그 속에서 바판되고 있는 것이고, 지금의 나의 입장도 후에 당연히 또 반드시 비판될 것이다. 물론 나중에 비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쉽다. 그렇게 때문에 현재의 시점에서, 다음에 올 비판을 견딜 수 있는, 될 수 있는 한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변혁의 시대이다. 시민의 의식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쓸데없이 전문가인 척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전문가는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교육의 장에서 있어서는 교육을 받는 학생의 참가가 숙고되어 왔다. 당연히 의료의 장에 있어서도 환자의 참가를 숙고해야 한다. (이 내용은 하라다 교수가 미나마타병에 대한 심사회의 판단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부분에서 나온 것입니다.)
[미나마타병 - 끝나지 않는 아픔]은 1950년대 일본 구마모토현의 미나마타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미나마타병의 시작부터 원인 물질이 메틸수은임을 밝혀내기까지의 과정과 환자들이 미나마타병임을 인정받는 노력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지금은 명확하게 정리된 미나마타병의 정의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하나 하나 펼쳐지는데 이 병의 원인이 수은이라는 것이 확정되기 까지 있었던 여러가지 설과 연구들, 저자가 미이케 탄광분지 폭발사고에서 얻은 산재에 대한 교훈, 이후 미나마타 지역의 연구를 발판으로 밝혀진 니이가타 미나마타병의 이야기가 "의학적인 면을 다루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 단숨에 끝까지 읽어갈 정도로 생동적이고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2006년 발행 당시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미나마타병 환자의 수가 "2006년 3월 현재, 3,700명에 달하였다. 또한 1,000명 규모의 새로운 재판이 시작되고 있다. 실로 미나마타병은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며 1972년 당시 썼던 서문의 제목인 "미나마타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은 1972년 시점까지 이야기만 담고있지만 한국어판 서문이 그 이후의 상황을 잘 정리해 주고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최근 내용도 알 수 있는 재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나마타병에 대해서는 거의 교과서 같은 책이지만 어떤 사건 속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한 인간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면에서도 적극 권하고 싶네요.
[서지정보]
제목 : 미나마타병 - 끝나지 않는 아픔
원제 : 水俣病(1972)
지은이 : 하라다 마사즈미 [原田正純]
옮긴이 : 김양호
출판사 : 한울
발간일 : 2006년 07월
분량 : 270쪽
값 : 12,000원
p.s. 미나마타병의 원인이 된 폐수를 방류했던 칫소(일본질소비료회사)가 1960년대에 수은 원액 100톤을 한국에 수출하려다가 저지된 이야기도 나와 있습니다.(드라마 [시티홀]의 슬러지가 잠깐 생각나더군요.) 용도가 있어서 수입하려고 했겠지만 만약 당시 수입되었다면 당연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정말 잘 저지되었군하는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1960년대 신문까지 온라인에서 바로 볼 수 있게 되면 한 번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 1968년 8월에 실로 기묘한 사건이 일어났다. 칫소는 보존 중인 수은 원액 약 100톤을 한국에 수출할 계획을 진행시켰던 것이다. 위함하고 처리가 골치 아픈 이 수은 원액을 외국에 수출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되 일일까? 남의 나라라면 미나마타병을 일으켜도 좋다는 것인가? 그 일을 신문에서 읽었을 때 놀라고 기가 막혔다. 그러나 칫소의 제 1조합 노동자에 의해 그 수출은 저지되었다. 이것은 공해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양심의 문제로서 길이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p.s.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나마타병 교육여행[水俣教育旅行]이라는 사이트가 있어 링크 걸어둡니다. :
http://www.minamata-tour.or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