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소설
2012/09/02   소설의 첫 문단 (14)
2012/04/26   소설의 첫 문단 (13) [2]
2012/02/26   소설의 첫 문단 (12)
2011/12/12   소설의 첫 문단 (11)
2011/11/27   소설의 첫 문단 (10)
2011/11/24   소설의 첫 문단 (9)
소설의 첫 문단 (14)
9월말의 그 밤, 산장 2층 정면 침실에 있는 창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찡할 정도의 가정적인 분위기가 눈에 비칠 것이다. 난로에서 훨훨 타는 장작의 희미한 빛에 네 기둥이 달린 구식의 큰 침대에 누워 있는 필립 웨더비와, 그 옆의 작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그 아내의 모습이 보였을 게 틀림없다. 차근차근히 살펴보면 볼이 붉게 물들어 있고 숨이 가쁜 것으로 미루어보아 필립이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거야 그렇다 치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남자였다면 조금은 선망의 마음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여자의 근심스러운 듯한 눈, 가끔씩 남편의 이마에 땀에 젖어 늘어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주는 다정한 손길, 그리고, "주무세요, 필, 주무세요."라고 중얼대는,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온는 노래 부르는 듯한 태도가 부러워지는 것이다.
- 탐정을 찾아라, 패트리셔 매거, 김석환 옮김, 해문출판사, 1990




황 승각 노인은 대문을 활짝 열어 새벽을 맞았다. 해는 아직 오르지 않았고 희끄무레 벗겨지는 동녘 하늘에서는 늦별들이 머뭇거렸다. 들판에 두어 채씩 흩어진 초가 토담집에서는 낮은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라 안개처럼 처마에 걸려서 날마다 보아도 똑같은 아침 풍경이었지만 오늘만은 다른 데가 있었다. 강 건나 읍내 쪽으로 눈을 돌리면 시꺼먼 연기가 아직도 꾸역꾸역 봉의산보다도 높이 솟았다. 어제 낮부터 시작된 공습이 밤새도록 계속되더니 춘천 철도역 부근에서는 날이 밝아도 집들이 그냥 불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 은마는 오지 않는다, 안정효, 고려원, 1990




참된 로리타는 로코코적인 정신으로 무장하고 로코코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 시모츠마 이야기-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 다케모토 노바라, 기린 옮김, 두드림, 2005




로즈메리와 거이 우드하우스가 1번가에 있는 기하학적인 흰색 아파트에 방 다섯 개짜리 거처를 세내는 계약을 막 끝내고 돌아왔을 때에 코데트 부인이라는 여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 부인은 브램퍼드에 방 네 개짜리 아파트가 비어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브램퍼드는 고풍스럽고 검은색을 띤 거대한 건물로서 방 천정이 높고, 벽난로와 빅토리아 왕조풍의 세공으로 알려진 아파트이다. 로즈메리와 거이는 결혼 이래 지금껏 그 아파트에 방이 나기를 기다려 미리 신청을 해두었던 터지만, 기다리기에 지쳐 마침내 단념을 했었다.
- 로즈메리의 아기, 아이라 레빈, 최운권 옮김, 해문출판사, 2001




양쪽에서 드리워진 함석지붕 차양이 하늘을 가진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걷고 있던 서방은, 차양 틈새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햇빛이 한 아름 수직으로 내리쬐고 있다.
- "그늘의 집", 현월, 신은주·홍순애 옮김, 문학동네, 2000




봄가뭄이 심하긴 심한가 보다. 털털거리며 비포장도로를 달려 온 버스는 다시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꽁무니를 감추고 터나갔다. 전국 도로 포장율이 61.4퍼센트라면서 서울에서 시외버스로 두 시간 반이면 닿는 이곳은 아직도 흙자갈길이다.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고속도로로, 온양을 지나 예산읍까지는 매끄럽게 아스팔트가 깔려 있고, 예산읍내서 출발하는 직행버스를 타고 첫번째로 정차하는 신양면까지 포장이 돼 있는데 신양면을 지나면서부터 송전면(松田面)까지는 비포장도로라서 20여 분을 털털거리며 와야 했다. 바로 이웃해 있지만 산양면의 관할군청은 예산군이고 송전면은 청양군에 속해 있어 도로 포장이 보릿고개 됫박 인심처럼 뚝 잘라진 것일 게다.
- 저린 손끝, 권경희, 고려원, 1996




리델 하트가 쓴 [유럽 전쟁사] 242페이지를 보면 1916년 7월 24일 영국군 13개 사단이 (1,400문의 대포 지원하에) 세르-몽또반 전선을 공격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29일 아침까지 연기되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적혀 있다. 리델 하트 대위는 공격 연기가 폭우 때문이었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적고 있다. 칭따오 대학의 영문학 노교수였단 유춘 박사가 구슬한 뒤 직접 검토하고 서명한 아래의 진술을 그 사건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주고 있다. 처음 두 페이지는 소실되고 없다.
- [픽션들]중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황병하 옮김, 민음사, 2003




그들은 거기에 나와 있었다.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켄 키지, 정희성 옮김, 민음사, 2012




그것은 서로 얽힌 잡초와 소용돌이 모양으로 이루어진 아라베스크풍의 알파벳 글자였어요. 그 글자는 희미하고 또 무지개 빛 같은 영상을 띠면서 스크린에 비쳐지고 있었지요. 나는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진 길을 걷듯이 그 아라베스크 풍의 글자에 정신이 팔려 대학교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 글자를 하나씩 하나씩 꼼꼼히 쳐다보고 있었어요.
- 아마티스타, 알리시아 스테임베르그, 송병선 옮김, 열음사, 2006




피아노 선생으로 일하는 에리카 코후트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아파트 안으로 회오리바람처럼 달려들어온다. 딸의 몸놀림이 이따금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어머니는 에리카를 '내 귀여운 회오리바람'이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하지만 딸은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다. 나이가 벌써 삼십대 후반인 것이다. 나이로 보면 어머니는 에리카의 할머니뻘이다. 힘겨운 결혼생활이 여러 해 지난 뒤에야 에리카가 태어났다. 그러자 에리카 아버지는 바통을 재빨리 딸에게 넘겨주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에리카가 등장하자 아버지가 퇴장해버린 것이다. 오늘 에리카는 사정 때문에 잽싸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낙엽 더미가 바람에 휙 날리듯 에리카는 쏜살같이 현관문을 지나 어머니 눈에 띄지 않고 자기 방에 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벌써 어머니가 그 앞에 턱 버티고 서서 에리카를 붙들어 세운다. 국가와 가정에서 만장일치로 공인된 이 어머니라는 지위는 종교재판장의 심문권과 총살집행자의 명령권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에리카가 왜 이제야 이렇게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오게 되었느냐고 캐묻는다. 피아노를 배우는 마지막 학생이 에리카한테서 잔뜩 비웃음을 사고 벌써 세 시간 전에 집에 돌아갔을 텐데 말이다. "에리카, 네가 어디 있었는지 엄마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딸은 어머니에게 변명을 늘어 놓지만 어머니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딸이 워낙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셋을 셀 때까지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다그친다.
-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이병애 옮김, 문학동네, 2004




"숙부님도 참, 아직도 계속하실 생각이셔요?"
- 안주, 미야베 미유키,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2




바람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만(灣)을 향해 불어왔다. 그리고 바다의 표면을 완전히 갈가리 찢어 놓아, 어디까지가 액체이고 어디서부터 대기가 시작되는지도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브리 호를 조그만 나무 조각처럼 바닷속으로 처박을 수도 있을 높은 파도를 일으켜 보려고 했다. 그러나 바람은 파도가 30센티미터 높이로 솟아오르기도 전에 무수한 물보라를 거칠게 날려 보냈다.
- 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안정희 옮김, 시공사, 1996




먹구름이 세상을 휘감아 덮었다. 검은 밤하늘 어딘가에는 만월이 숨어 있을 것이다. 잿빛 구름이 급류처럼 빠르게 서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서쪽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구름을 피해 서둘러 대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내가 타고 있는 빨간색 컨버터블은 구름을 따라가 기어이 화를 당해야 직성이 풀릴 듯, 정확히 서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 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문학동네, 2012




우리는 그 땅을 [삼각지대]라고 불렀다. 그 이외에 어떻게 불러야 좋을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것은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정확하게 삼각형 모양을 한 땅이었던 것이다. 나와 그녀는 그런 땅 위에 살았었다. 1973년인지 1974년인지 그 즈음의 이야기다.
-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 무라카미 하루키, 이경덕 옮김, 파피루스, 1993




예쁘고 머리가 좋고 성격까지 밝은 데다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 태어난 엠마 우드하우스는 어느 모로 보나 축복받은 아가씨였다. 그리고 21세가 된 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마음이 괴롭거나 수치스러운 일도 거의 겪은 적이 없었다.
- 엠마, 제인 오스틴, 김지선 옮김, 천지인, 2010
by delius | 2012/09/02 21:33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소설의 첫 문단 (13)
파리는 4월이다. 빗발도 한 달 전만큼 차갑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까짓 패션 쇼를 보기 위하여 비에 젖으면서까지 나서기에는 너무 으스스하다. 비가 멎기까지는 택시잡기도 쉽지 않거니와, 비가 멎는다면 택시도 별볼일 없다. 기껏해야 몇백 야드밖에 안되는 거리인 것이다. 어쨌든 마땅치가 않다.
-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최운권 옮김, 해문출판사, 2004




린들리씨는 올드크로스 마을의 첫 담임 목사였다. 이 작은 부락의 시골집들은 마을이 생겨난 이래 늘 평화롭게 둥지를 틀고 있었으며, 마을사람들은 화창한 일요일 아침이면 작은 길과 농장을 지나 2, 3마일을 걸어 그레이미드의 교구 교회로 가곤 했었다.
- 목사의 딸들, D. H. 로렌스, 백낙청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1




그 엄청난 사건이 뜻하지 않은 형태로 해결되기 시작했을 때, 그 주변에서 몇 건의 부자연스러운 사체가 나왔다는 건 그다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 악과 가면의 룰, 나카무라 후미노리, 양윤옥 옮김, 자음과모음, 2011




올 여름에 나는 까날+에서 방영한 포르노 영화를 처음으로 보았다. 텔레비전에는 데코더를 달지 않아 화면이 흔들리고, 끊이지 않고 부드럽게 들리는 대사는 미지의 언어처럼 지직거리고 쇄액거리는 이상한 음향으로 변했다. 스타킹에 코르셋을 한 여자와 남자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어떤 동작이며 어떤 몸짓인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화면 가득히 여자의 비밀스러운 곳이 나타났고, 그것은 화면이 번쩍거리는데도 아주 뚜렷하게 보였다. 그러더니 발기한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그곳으로 미끄러지듯 삽입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두 남녀의 정사 장면이 여러 각도에서 비춰졌다. 남자의 손에 움켜쥐어진 성기가 다시 보여지고 정액이 여자의 배 위로 쏟아졌다. 대개는 이런 장면에 익숙해져 있겠지만 처음 보는 나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옛날 같으면 죽을 때까지 볼 수 없었던 정사 장면이나 남자의 정액을 수 세기가 흐르고 여러 세대를 지난 오늘날에는 거리에서 악수를 나누는 것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강만호 옮김, 산호, 1993




"아빠가 도끼를 어디로 가지고 가세요?"
- 우정의 거미줄, E. B. 화이트, 김경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5




……그러나 곤욕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파멸의 은혜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서리치는 구원을 생각하면 기쁘기까지 하답니다. 내가 믿기로, 나만이 우리 인류 가운데서, 나만이 인류의 기억에서, 파선(破船)을 경험하고도 버려진 배에 갇혀 본 유일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 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1996




넌 앞으로 육 개월 뒤에 죽어.
- 러브 케미스트리, 기타 요시히사, 최고은 옮김, 21세기북스, 2012




나이와 성性을 불문하고 향락을 쫓는 이여, 오로지 당신들에게 나는 이 책을 헌정한다. 이 책의 원칙들을 마음에 품어라. 이 원칙들은 당신의 정념에 호의적이다. 엄숙하고 따분한 도덕군자들이 당신을 을러댔던 것이 이 정념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연이 부여한 목적에 인간이 이르게 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 관능적인 목소리만을 들어라. 그 목소리야말로 당신을 행복으로 인도할 유일한 것이다.
- 규방철학, 도나티앙 알퐁소 프랑소아 드 사드, 이충훈 옮김, 도서출판b, 2008




이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스패터 시의 시민들이 그해 겨울에 일어났던 일들을 잊으려면 상당히 오랜 세월이 걸려야 할 것이다.
- 호그 연속살인, 윌리엄 디안드레아, 박종성 옮김, 모음사, 1987




아르바뜨 거리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은, 지금 쁠로뜨니꼬프 가와 베스닌 가라고 불리는, 니꼴스끼 가와 제네쥐니 가 사이에 있다. 8층짜리 건물 세 동이 포개어 놓은 듯이 바짝 붙어 있었는데, 거리에 면해 있는 제일 앞의 건물 외벽에는 흰 타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자수를 놓아 드립니다>, <말더듬이 교정>, <성병과 비뇨기 전문>이라고 쓴 간판들이 붙어 있었다. 낮은 아치 모양의 철판을 씌운 복도가 두 개의 깊고 어두운 안뜰을 연결하고 있었다.
- 아르바뜨의 아이들, 아나똘리 리바꼬프, 홍지웅·이갑수 옮김, 열린책들, 1994




녹색 와인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 최후의 증인, 유즈키 유코, 한성례 옮김, 도서출판혼, 2011




"지금 뭐라고 하는 거요? '배고픈 건 잊어라? 척이 여기 있었는데, 인종주의자 경찰의 총에 등을 맞은 건 잊어라? 척이 할렘으로 와서…….'"
- 허영의 불꽃, 톰 울프, 이은정 옮김, 민음사, 2010




회색 로커와, 가벼운 진동에도 유리문이 덜컹거리는 책꽂이. 물건이라곤 그것밖에 없던 방에 책상과 소파와 테이블과 벽시계, 관엽식물을 들여놓았다.
- 개는 어디에, 요네자와 호노부, 권영주 옮김, 문학동네, 2011




조셉 룰르타뷰가 우연히 만나게 된 기괴하기 짝이 없는 사건을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려 하니, 나 역시 어떤 흥분을 느끼게된다. 오늘까지 룰르타뷰는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었고, 나도 지난 15년 사이에 걸쳐 일어났던 어떤 사건 중에서도 가장 불가사의한 사건인 이 이야기를 언젠가 공표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은 아예 단념하고 있었던 터였다. 뿐만 아니라 만일 그 고명한 스탕제르송 박사가 최근 레종 도뇌르 훈장인 그랑 크로아를 받은 일과 관련해서 한 석간지가 딱하게 여겨야 할 무지(無知)라고도, 또는 뻔뻔스러운 불신 행위라고도 할 그런 기사 중에서, 조셉 룰루타뷰가 영원히 잊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게 말한 그 놀라운 사건을 또다시 들추는 일만 없었어도, 불가사의하고도 잔인하고, 선풍적인 갖가지 드라마를 낳게 하고, 또한 우리의 친구 룰르타뷰가 스스로 깊숙이 그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섰던 '노란 방'의 사건이라고 불리는 기괴한 사건에 관해서 세상 사람들은 그 '모든 진상'을 끝내 알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 노란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최운권 옮김, 해문출판사, 2001




어머니의 모습.
- 도쿄공원, 쇼지 유키야, 김성기 옮김, 21세기북스, 2011
by delius | 2012/04/26 00:14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2)
소설의 첫 문단 (12)
거무스름한 어둠 속으로 복도의 백열등 불빛이 흘러들어왔다.
- 심홍, 아카가와 지로, 임은경 옮김, 서울문화사, 2010




잠결이었다. 아련히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으며 그는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요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깨어났다. 습관적으로 손을 뻗어 송수화기를 떨어뜨릴 듯 잡고는 여보세요, 중얼거렸다. 저쪽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어디의 누구라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알아듣지 못했다.
- 빨래터, 이경자, 문이당, 2009




칙칙한 검은색 타이어와 녹슨 체인, 손때와 빗물에 얼룩진 핸들과 도색이 벗겨진 벨. 그런 부품들로 이루어진 자전거가 잡초처럼 끝없이 늘어서 있다.
- 오아시스, 이쿠타 사요, 김난주 옮김, 황매, 2005




자명종 라디오는 정확히 아침 뉴스 시작 2분 전에 켜진다. 오랫동안 지켜 온 나만의 습관이다. 뉴스 시작 2분 전에 잠에서 깨면, 눈을 뜨고 일어나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서랍장을 열고 전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정성스레 손질해 둔 357 매그넘 권총을 꺼낼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뒤 머리맡에 놓아 두었던 물 컵에 아스피린 한 알을 넣는다. 아스피린은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물이 녹아든다. 난 단숨에 반 정도를 비워 버리고 번쩍이는 권총을 총신을 입으로 향한 채 방아쇠를 당긴다. 머리가 산산조각 난다. 지난여름에 발라 놓은 감청색 벽지(반짝이는 별 장식도 있다) 위로 분해 된 내 두개골 조각들이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한 무더기의 뇌하수체가 물 컵 속으로 떨어진다. 내 몸에서 나온 피가 내 방을 아주 빨갛게 '청소'해 준다. 비록 그 2분 때문에 잠은 조금 설치겠지만, 무방비 상태로 아침 뉴스를 듣는 고역을 치르느니 차라리 그렇게 죽는 편을 택하겠다. 그러고 나면 한결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 완벽한 하루, 마르탱 파주, 이승재 옮김, 문이당, 2005




세종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곳은 물탱크안이었다.
- 물탱크 정류장, 태기수, 생각의나무, 2010




말씀 계속하세요, 하고 나는 상담하러 온 방문객에게 말한다. 여느 때의 습관대로,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미리 짐작하고, 그 솔직성에 의문을 품는다. 방문객은 계속 불평을 늘어놓고, 제 허물은 제쳐놓은 채 남만 헐뜯는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말꼬리를 흐리고, 아무래도 상관없는 말만 장황하게 되풀이하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그는 상황을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나는 흔해빠진 경우라고 생각한다. 그는 참을 수 없는 충격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살하겠다는 뜻을 넌지시 비치고, 나는 흘려듣는다. 그는 내가 도와줄 힘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오해인가를 나는 상대에게 알려줄 수가 없다.
- 방문객, 콘라드 죄르지, 김석희 옮김, 시공사, 2011




그 표정을 보고 확신했다.
- 어둠 아래, 아쿠마루 가쿠, 양수현 옮김, 북홀릭, 2011




아침에 눈을 뜨면 왼쪽으로 돌아눕는디. 침대 가장자리로 가 심장을 아래로 하고 오른손을 뻗어 사이드테이블 위 자명종 시계의 스위치를 끈다. 벨이 올리기 2, 3분 전이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다시 오른손을 몸 아래로 내려 나를 향한 채 잠든 나쓰의 아랫배를 만진다. 으응~, 나쓰는 가벼운 하품을 하며 몸을 바싹 붙여온다.
- 해결사, 우미노 아오, 김주영 옮김, 멜론, 2011




이브 닐은 네드 아투드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나 네드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혼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네드가 어떤 유명한 여자 테니스 선수와 놀아났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그것은 이브가 이혼소송을 제기할 만큼 그렇게 큰 스캔들은 아니었다.
- 황제의 코담뱃갑, 존 딕슨 카, 전형기 옮김, 동서문화사, 2003




키가 큰 남자가 전등을 켰다. "곧 끝날 겁니다."하고 그는 말했다.
- 독약 한 방울, 샬롯 암스트롱, 김석환 옮김, 해문출판사, 1992




골목은 대니가 바란 만큼 어둡지 않았다. 게다가 에번마저 꼭 술 취한 카우보이처럼 총신이 짤따란 리볼버를 빙빙 돌리며 성질을 긁어 댔다.
-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 마커스 세이키,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 2010




스테인드글라스로 비쳐드는 바깥 빛이 예배당 안을 안개처럼 옅은 빛으로 채우고 있었다. 제단 앞에는 그 빛과 하얀 제복을 휘감아 성스럽게 빛나는 사제와, 그 발치에 두 사람의 신도가 무릎을 꿇고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눈을 감고, 평화의 찬가인 아뉴스 데이(신의 어린양)의 기도를 주께 바치고 있었다.
- 금단의 팬더, 다쿠미 츠카사, 신유희 옮김, 끌림, 2008




우리는 교정에 깔아 놓은 모래 위에 서 있었다. 면회실 유리문에 반사된 빛이 우리 발치께로 갑작스럽게 지나갔다. 산토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 페르미나 마르케스, 발레리 라르보, 정혜용 옮김, 시공사, 2011




아무 현 아무 시에 소재한 세이난전기공과대학. 고만고만한 도시에 고만고만한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는 이 대학은 이공계의 숙명으로 끔찍이도 과제가 많은 지극히 평범한 공과대학이다. 그리고 이 세이난대학의 수많은 동아리 중에 '기계제어연구부'가 있었다.
- 키켄, 아리카와 히로, 임은경 옮김, 북로드, 2011




슬슬 이곳을 나가야 한다.
-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미우라 시온, 권남희 옮김, 들녘, 2007
by delius | 2012/02/26 19:33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소설의 첫 문단 (11)
"다 왔다! 어휴, 힘들어!"
- 로맨틱가도 살인사건, 아카가와 지로, 임은경 옮김, 서울문화사, 1997




1963년 여름.


나는 프티고아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프리고아브는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다. 남부 국도를 따라 가노라면 타피옹 산이 나오는데, 이 산을 돌아 넘으면 바로 프티고아브가 있다. 트럭(보나마나 당신도 트럭으로 여행할 테니까)을 몰고 가다가 경비대 막사(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앞에서 조용히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시라. 그런 다음,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가면 라마르 가 88번지에 이르게 된다.
- 커피 향기, 다니 라페리에르, 김석희 옮김, 정신세계사, 1994




두광인頭狂人은 자택의 자기 방에 있다. 4LDK 분양맨션에 속한, 다다미 여섯 장 크기의 서양식 방이다.
- 밀실살인게임, 우타노 쇼고,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0




비행기 소리가 아니었다.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안재찬 옮김, 예하, 1997




… 내 기억은 모두 어떤 계절의 색깔로 물들어 있다. 그것은 영화 필름이 각 화면마다 다양한 색깔을 띠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기억의 필름 색은 언제나 정확한 달력상의 계절과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여름날 있었던 일이 가을의 느낌으로 떠오를 때도 있고, 가을의 일들이 늦은 봄의 달콤한 색으로 물들어 생각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느 해 겨울을 떠올리면, 겨울에 삼일 간 계속해서 일어났던 일이 ― 첫날은 정말로 겨울처럼, 그 다음날은 봄, 또 그 다음날은 가을의 일이었던 것처럼 착각될 때도 있다. 이것은 그 사건의 성질이나, 그때의 내 마음 상태, 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 용모 등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겨울집, 아베 도모지, 이원희 옮김, 소화, 1996




"스물네 명의 구릿빛 노예들이 호화찬란한 갈레선(船)의 노를 저었습니다. 이 배는 암기아트 왕자님을 모시고 고향, 칼리프의 궁전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왕자님께서는 진홍빛 망토로 몸을 감싸고 갑판 위에 홀로 누워 계셨습니다. 검푸른 저녁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고, 그리고 왕자님이 시선이――"
- 꿈의 노벨레, 아르투어 슈니츨러, 백종유 옮김, 문학과지성, 1997




'쪼갠 보리 언덕'으로 이어지는 긴 언덕길 중턱까지 올라갔을 쯤에 젊은이는 종소리를 들었다.
- 영웅의 서 1, 미야베 미유키, 김은모 옮김, 문학동네, 2010




"어이쿠!" 피터 윔지 경이 소리쳤다.
-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세이어스, 허문순 옮김, 동서문화사, 2003




끝없이 펼쳐진 참억새 들판은 서쪽 하늘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방금 전까지 사방을 불의 바다처럼 활활 태우고 있던 석양은 어느덧 밤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구름에 밀려 하늘 끝자락으로 밀려나, 붉은 빛깔의 먹처럼 어두운 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있다.
- "저녁싸리 정사" [저녁싸리 정사], 렌죠 미키히코, 정미영 옮김, 시공사, 2011




'사쿠라다 문櫻田門 밖의 사건'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아리무자 지자에몬 가네키요有村治左衛門兼淸가 에도江戶의 한테이藩邸에 근무하기 위해 고향 사쓰마薩摩를 떠난 것은 사건 전년인 안세이安政 6년(1859년) 가을이다. 당시 스물두 살.
- "사쿠라다 문 밖의 사건" [막말의 암살자들], 시바 료타로, 이길진 옮김, 창해, 2005




그건 아내로서는 최악의 악몽이었다. 결혼 9년 만에, 락스미는 미란다에게 말했다. 그녀의 사촌 형부(兄夫)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었다. 형부는 델리에서 몬트리올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그 여자 옆에 앉았다. 형부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그 여자와 함께 히드로 공항에서 사라져 버렸다.
- "섹시" [축복 받은 집], 줌파 라히리, 이종인 옮김, 동아일보사, 2001




오래도록 나는 내가 태어났을 때의 광경을 보았노라고 우겼다. 그말을 꺼낼 때마다 어른들은 웃었고, 나중에는 얘가 나를 놀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지 이 창백하고 어린애답지 않은 아이의 얼굴을 가벼운 미움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쩌다 별로 가깝지 않은 손님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자칫 백치인 줄로 오해할까 걱정하신 할머니는 다소 엄한 목소리로 내 말을 가로막으며 저쪽에 가서 놀라고 하셨다.
- 가면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 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2009




바람에 코트 깃을 여몄다.
- "아이돌의 본분" [츠나구], 츠지무라 미즈키, 김선영 옮김, 문학사상, 2010




그 지하실은 몇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방 하나를 제외한 이 몇 개의 움 같은 방 속에는 흔히 낡은 옛날 집 지하실에 쌓여 있는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차 있었다 ―― 망가진 자전거, 낡고 곰팡이가 피어 있는 가죽 트렁크, 나무 상자, 다리가 없거나 팔걸이가 떨어져 나간 의자, 금이 간 도자기, 끈으로 묶어둔, 누렇게 된 옛날 신문다발들, 아주 오래 전에는 갖가지 기계나 기구에 달려 있었거나 연결되어 있었을, 지금은 정체불명이고 용도불명인 금속제 원통이며 파이프, 막대, 바퀴, 용수철 등등. 이런 잡동사니에는 어느 지하실에나 있기 마련인 먼지와 그을음이 덕지덕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어디에나 그을음과 곰팡이내가 가득차 있었다.
-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델, 강호걸 옮김, 해문출판사, 2003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붙박이형 열대어 수조만큼, 요즘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없었다.
- 엔젤 엔젤 엔젤, 나시키 가호, 햇살과나무꾼 옮김, 메타포, 2008
by delius | 2011/12/12 23:35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소설의 첫 문단 (10)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 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오유리 옮김, 은행나무, 2006




어느 날 부인이 안으로 들어선 것은 판유리벽을 통해 [장미빛 누드]를 보았기 때문이다. 코트 걸이 위에, 흔히 젊은 여자 모델의 오만한 잿빛 시선이나 광기가 번득이는 듯한 까만 눈동자와 마주칠 법한 곳에,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풍만한 알몸을 육감적으로 곱게 내뻗은 여인의 누드가 걸려 있는 것이 참 이상하다고 부인은 생각했다. 요즘은 완숙한 여인을 표현한 그림이나 사진은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젊은 여자들 모습뿐인데 말이다. 장미빛 나부(裸婦)는 아주 단조로운 색감으로 그러졌는데도 양감이 있었다. 커다란 궁둥이, 슬며시 들어올린 당당한 한쪽 무릎. 둥글게 솟아오른 젖가슴은 원(圓)에 대한 명상과, 육체와 그 육체의 쇠락에 대한 깊은 사색을 보여준다.
- '메두사의 발목', [마티스·스토리], A. S. 바이어트, 윤희기 옮김, 프레스21, 1997




나는 여기에 이렇게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여기는 내 방이고, 대략 2만 권의 책과 갈색 수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고양이 이름은 '365일의 반찬 백과'이다.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다카하시 겐이치로, 박혜성 옮김, 웅진출판, 1995




해마다, 1년에 두 번씩 '수시아(sucia)'들이 나타난다. 나, 엘리자베스, 사라, 레베카, 우스내비스, 그리고 앰버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 우리는 많이 돌아다닌다 -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어떻게든 보스턴으로 돌아와서, 하룻밤 먹고 마시고(마시는 건 내 특기다) 수다를 떤다.
- 서른 살의 다이어리, 알리사 발데스 로드리게즈, 이현정 옮김, 시공사, 2005




전 고교 교사 고사카 히토미 씨가 2월 14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향년 68세.
- 학문, 야마다 에이미, 이규원 옮김, 작가정신, 2010




마치 앉아서 춤을 추는 것만 같다. 당기고 찍고 풀고 돌리고, 왼손 오른발 왼손 오른손, 모든 것이 완벽한 순서와 리듬에 따라 진행된다. 내 손이 끈적끈적한 고무 재질로 싸인 스로틀을 뒤쪽으로 비틀때마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628파운드에 130마력까지 신제품, BMW K1200 오토바이는 마치 채찍을 맞은 경주마처럼 앞으로 돌진한다.
- 비치하우스, 제임스 패터슨 & 페테 드 종주, 이창식 옮김, 베텔스만, 2003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 아줌마는 테이블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설탕 그릇을 끌어당겨 뚜껑을 열더니 '아.'하는 소리를 냈다.
- '낡은 부채', [자백], 노나미 아사, 이춘신 옮김, 서울문화사, 2011




11월의 끝무렵, 유달리 포근한 어느 날 아침 9시쯤, 페테르부르크-바르샤바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가 전속력으로 페테르부르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공기는 축축하고 안개가 짙게 낀 날이었기 떄문에 이제야 겨우 날이 밝아오는 듯싶었다. 그러나 차창을 통해서는 아직 선로의 좌우 열 걸음 안팎까지 밖에는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승객들 가운데는 외국에서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리 멀지 않은 데서 탄 신분이 낮은 장사꾼들이 많았는데, 특히 그들이 많이 타고 있는 3등 객실은 훨씬 더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런 경우 흔히 그러듯이 승객들은 모두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하룻밤 사이에 부석해진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고, 뱃속까지 얼어붙은 듯이 모두 꼼짝들 않고 앉아 있었다. 어느 얼굴이나 안개처럼 창백하거나 누렇게 떠 있었다.
- 벡치 1,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박형규 옮김, 범우사, 1992




도모요세 아키오는 언제나처럼 나른한 한낮의 졸음 속에서 분명히 무슨 소리를 들었다.
- 카후를 기다리며, 하라다 마하, 오근영 옮김, 스튜디오본프리, 2007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찢겨진 솜 같은 눈송이가 허공에서 휘날리다가 목적도 없이 아무 데나 떨어지곤 했다. 길 양쪽 담장 밑에는 눈이 제법 쌓여 질척거리는 복판 길 양쪽에 마치 하얗고 넓은 장식천을 드리운 것 같았다.
- 가 1, 바진, 박난영 옮김, 황소자리, 2006




만약 당신이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펴 들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책은 불행한 사건으로 시작될뿐더러, 결말 역시 해피 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중간 행복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이 헤쳐나가야 할 일들은 행복과는 영 거리가 멀다. 바이올렛, 클로스, 그리고 서니. 보클레어 집안의 세 남매는 귀엽고 영리하며 뛰어난 재주꾼들이었지만 지독하게 운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불행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왔다. 안됐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 위험한대결-눈동자의 집, 레모니 스니켓, 한지희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2002




케셀바흐 씨는 거실 문턱에 멈칫 멈춰 선 채 비서의 팔뚝을 덥석 붙잡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 813의 비밀, 모리스 르블랑, 성귀수 옮김, 까치, 2002




스카일러와 줄리아는 주위를 살피며 빅하우스 지하 출입문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후텁지근한 공기를 헤치고 한줄기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한때 진입로였단 길에 아치 모양으로 버티고 선 늙은 떡갈나무 가지의 겨우살이가 살짝 흔들렸다.
- 암호인간 1, 존 단턴, 안진환 옮김, 이야기, 2001




5년 전 북부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 바르가에 사는 친구를 찾아갔다가 그의 이웃에 사는 잔카를로 툴라(본명이 아니다)라는 사내를 만났다. 땅딸막하가 못해 뚱뚱해 보이는 몸집에 헝클어진 잿빛 머리 그리고 온통 이가 누런 잔카를로는, 자신을 모험을 좋아하는 집시 예술가 가족 사이에서 태어난 불가리아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기 가족은 전 세계를 여행했으며, 미국의 유명한 <에드 설리번 쇼>애 두 번이나 출연했고, 자신은 세인트아모리 69번지에서 벌일 공연 광고를 위해 월 스트리트에서 눈을 가린 채 지상 30층 높이에서 줄타기도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심한 치통 때문에 정신을 잃고 떨어지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가 세 군데나 부러졌다고 떠벌렸다.
- 시식시종, 우고 디폰테 지음, 피터 엘블링 영역, 서현정 옮김, 베텔스만, 2003




"안녕, 루크? 행운을 빌어!"
- 나이트메어룸2-13번 사물함, R. L. 스타인, 이창식 옮김, 시공주니어, 2001
by delius | 2011/11/27 12:21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소설의 첫 문단 (9)
깊은 밤, 주위에 고요한 정적이 흐를 때면 의자에 깊숙이 걸터앉아 눈을 감곤 한다. 그때 떠오르는 것은 도장이라도 찍은 듯 항상 똑같은 광경이다.
- 신세계에서 1, 기시 유스케, 이선희 옮김, 시작, 2010




다시 병원이다. 사람 없는 긴 복도에 나의 발소리가 느리게 뚜벅뚜벅 울렸다. 나는 병원이 싫고 병원 냄새도 싫었다. 새로 칠한 광택제가 빛나는 장식 없는 나무 널도, 먼지 없는 창틀도, 엄마와 함께 허겁지겁 지나가는 내 뒤틀린 모습을 비추는 크롬 광선도 싫었다. 나는 낯선 곳을 방문한 꾀죄죄한 다섯 살 꼬마였다.
- 니웅가의 노래, 샐리 모건, 고정아 옮김, 중앙북스, 2009




목을 매단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내가 겨우 다섯살이었다는 게 다행이다. 열 살이었다면 큰 소리로 울었을 테고, 열다섯 살이었다면 마음의 병을 앓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웃었겠지. 스무 살. 이제 나는 사람이 우스꽝스럽지 않아도 웃는다는 걸 알고 있다.
- '메뉴', [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김옥희 옮김, 민음사, 2003




나의 새 스웨터는 눈이 멀도록 새빨갛다. 그리고 흉측하다. 그날은 5월 12일이었음에도 기온이 5도 아래로 내려앉는 바람에, 게다가 남방 하나로 나흘을 버티며 벌벌 떨다가, 일찌감치 넣어둔 겨울옷 상자를 파헤치느니 재고품 세일에서 스웨터 한 장을 집어 들었던 것이다. 시카고의 봄.
- 그 여자의 살인법, 질리언 플린, 문은실 옮김, 바벨의 도서관, 2009




1990년 10월 3일, 화요일 아침 10시 30분. 나는 여덟 번째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타자기로 쳤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그들이 칭하는 바 <그랜쯜러 8부작>을 완결 짓는 소설이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나는 처음부터 동일한 주제를 놓고 여덟 권의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어떻게 하다 보니까 정말 그렇게된 것뿐이었다.
- 소설, 제임스 미처너, 윤희기 옮김, 열린책들, 1992




기타야마 마사미치는 바쁜 걸음을 옮겼다.
- 물의 미궁, 이시모치 아사미, 김주영 옮김, 씨네21북스, 2010




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나와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당신에게, 이런 식의 소개는 몹시 당황스럽겠지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고향은 어디고 무슨 학교를 나왔으며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소개할 수 있으면 정말로 좋겠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럴 수 없는 운명이랍니다.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나는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입니다.
- 이현의 연애, 심윤경, 문학동네, 2007




복사기와 씨름하는 신입사원 다테노의 옆모습을 바라보자니 그 턱선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수염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새하얀 솜털이 나 있어서 어젯밤 먹은 복숭아가 떠오르기도 한다. 장난삼아 만져보려고 손을 뻗히자, 무슨 착각을 했는지 "자, 잠깐만요. 이 버튼 맞죠? 이걸 누르면 되죠?"하며 허둥지둥 자동분류 버튼을 누르더니 "아하, 역시"하고는 자랑스러운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나날의 봄', [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이영미 옮김, 노블마인, 2010




콘라드 랑이 돌아왔을 때는 벽난로 속에 들어있던 장작만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 스몰월드, 마틴 수터, 유혜자 옮김, 시공사, 2005




알바가 파리의 생제르맹 잡화점 유리창 앞을 지날 때, 세 남자가 가게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알바를 보았을 때, 첫번째 남자는 스푼을 삼킬 뻔했고 두번째 남자는 발작하듯 스푼을 빨았다. 세번째 남자는 테이블 위에 30프랑을 던져 놓고는 자리에서 뛰쳐나와 알바를 뒤쫓았다. 그들이 본 것은 긴 금발머리에 몸에 착 달라붙은 빨간 옷에 부츠를 신은, 늘씬한 십대 초반의 소녀였다.
- 디바, 델라코르타, 안선덕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한마디로 말해서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죽을 게 확실해요. 하루라도 빨리 입원해야 합니다."
- 달콤한 나, 히라야마 미즈호, 김동희 옮김, 스튜디오본프리, 2007




이제는 이미 물 속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 늙은 ㅋ프우프ㅋQfwfq는 회상했다. - 성큼성큼 걸어 다니기로 결정을 내리는 자들이 더욱더 늘어났으며, 자기 친척들 중 누구라도 저 마른 땅에서 살지 않는 가족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단단한 땅 위에서 해야 할 신기한 일들을 이야기했고 친척들을 불러들였지요. 이제는 아무도 젊은 물고기들을 물 속에 붙잡아 두지 않았으며, 그들은 진흙 기슭 위에서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면서, 좀더 재능있는 자들이 해내었듯이, 발처럼 움직이는가 시험해 보았답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 무렵 우리들 사이에 차이점들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즉, 몇 세대 전부터 땅 위에서 살아온 가족도 있었는데, 그런 젊은이들은 이제 양서류도 아니고 거의 파충류에 가까운 몸짓들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또한 아직도 물고기로 남아 있는, 아니, 오히려 옛날의 물고기들 이상으로 더욱 물고기로 변해 가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 코스미코스케, 이탈로 칼비노,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1994




"그럼 경위님은 왜 여기 있는거죠?"
- 부활하는 남자들 1, 이언 랜킨, 양선아 옮김, 영림카디널, 2005




'페르마타'는 내가 포울드를 일컫는 많은 이름들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나는 나의 자서전을 페르마타라고 이름지으려 한다. 분명 '포울드'는 페르마타와는 다른 어떤 것이다. 너무도 자주, 가을이면 (아마 그때면 세속적으로 나의 호르몬 분비가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나는 내게 포울드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포울드 안에 들어가는 것은 주변의 세계가 정지하거나 중지된 반면 나 자신은 생기를 느끼며, 보행을 하며, 사고를 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가변적인 길이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나는 시간의 정지를 촉발하는 여러 가지 기술을 터득해야만 했다.
- 페르마타, 니콜슨 베이커, 정영문 옮김, 문학세계사, 1995




그렇게 우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 스코틀랜드야드 게임, 노지마 신지, 금정 옮김, 스튜디오본프리, 2007
by delius | 2011/11/24 23:03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 이전 다음 >>



카테고리
전체
book
biography
obituary
music
entertainment
movie
internet
tour
underline
mistyped
photo
talk
publishing
press
exhibition
bonus
최근 등록된 덧글
안녕하세요 .. 시간이 ..
by at 08/05
지식이 짧아서 잘 모르..
by 골룸 at 05/08
Rorex가 아닌 Rolex로..
by ㅇㅇ at 06/30
파리여행을 끝으로 올라..
by purejoy at 11/26
- 이요님: 네 신기한 소..
by delius at 08/31
두번째 중세박물관의 그..
by 이요 at 08/30
- 카이토님 : 감사합니다..
by delius at 07/29
오~ 감사합니다 딱 이렇..
by 카이토 at 07/25
- 잘나가는 꼬마사자님:..
by delius at 07/19
저거 콩시에르 쥬리였군..
by 잘나가는 꼬마사자 at 07/18
메모장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최근 등록된 트랙백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by 잠보니스틱스
이전블로그
2013년 09월
2013년 08월
2013년 07월
2013년 06월
2013년 05월
2013년 01월
2012년 12월
2012년 11월
2012년 10월
2012년 09월
2012년 08월
2012년 07월
2012년 06월
2012년 05월
2012년 04월
2012년 03월
2012년 02월
2012년 01월
2011년 12월
2011년 11월
2011년 10월
2011년 09월
2011년 08월
2011년 07월
2011년 06월
2011년 05월
2011년 04월
2011년 03월
2011년 02월
2011년 01월
2010년 12월
2010년 11월
2010년 10월
2010년 09월
2010년 08월
2010년 07월
2010년 06월
2010년 05월
2010년 04월
2010년 03월
2010년 02월
2010년 01월
2009년 12월
2009년 11월
2009년 10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2009년 01월
2008년 12월
2008년 11월
2008년 10월
2008년 09월
2008년 08월
2008년 07월
2008년 06월
2008년 05월
2008년 04월
2008년 03월
2008년 02월
2008년 01월
2007년 12월
2007년 11월
2007년 10월
2007년 09월
2007년 08월
2007년 07월
2007년 06월
2007년 05월
2007년 04월
2007년 03월
2007년 02월
2007년 01월
2006년 12월
2006년 11월
2006년 10월
2006년 09월
2006년 08월
2006년 07월
2006년 06월
2006년 05월
2006년 04월
2006년 03월
2006년 02월
2006년 01월
2005년 12월
2005년 11월
2005년 10월
2005년 09월
2005년 08월
2005년 07월
2005년 06월
2005년 05월
2005년 04월
2005년 03월
2005년 02월
2005년 01월
2004년 12월
2004년 11월
2004년 10월
2004년 09월
2004년 08월
2004년 07월
이글루링크
erehwon.LAB
修身齊家萬事成
여성주의 코칭 발전소!
평범한 블로그
GROOVY FREAK
[SCENE-N-MIND]
log
SabBatH
까모의 룰루랄라~
잠보니스틱스
鐵木居士의 月印千江
河伊兒의 고물상
대답이 있다.그냥 시체는..
Extey Style
그냥그냥
들풀.넷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HIBERNATE IN LIBRARY
단순하고 소박하게
잉여 인간을 벗어나다 (..
추리소설 1000권 읽기! ha..
Closed
.
Love calling Earth : ..
Null Model
은하수를 여행하는 스트..
웅이네 방
일본에 먹으러가자.
秘するが花
Trivia
WALLFLOWER
Crooked House (..
the world is naked.
디지털을 말한다 by oojoo
한일 아이돌 뒷담화 온..
♠후리지아 향기처럼♠
v e r . b e t a
The Phantasist
卷き戾しの街
뭐 별 거 안 하는 블로그..
사는 이야기~
Pepe
Schubertiade
자유분방 / 殺身成戱
어스름한 달빛에 취해
§ 응!! §
차이컬쳐
이제는 없는 공주를 위하여
나르키
주로, 텍스트의 공간
isao의 IT,게임번역소
산하의 썸데이서울
사색의풍경
다이나믹 부산
witched little tiny hut
Dj ccuri의 림보니카니아
blogger jely
Sion, In The 3rd Dim..
누구의 것도 아닌 집
漁夫의 'Questo e quell..
Neverland

http://studioxga.net..
무명
Surviving in Australia
중급 애호가의 이런저런..
Lifelog
kumakuma memory ..
starla's trash can 혹..
Fithelestre in an Egloo
Life is hard when you..
골룸의 골방
다시 숲
てるてるx小女
.
無爲徒食
maniacs
AURA's Showcase
Photo archive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ad hoc record
평범한 김차장의 좌충우..
a quarantine station
Cafe Greco
Nomadic-land
D's Notizbuch
리치 커피 올드 패션의 ..
All about IT Trends
이곳은 雨柳堂입니다.
484
외계인 교차점
★ Memo Log !
LoLieL the Black On..
naoya.egloos.com
푸르미 세상
블로그스팟
담 배 가 없 다
drifter
메르카토르
그리고 나의 남은 이야기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Bistro Fishbowl
하이드
white table
아뿔싸! 지구에서 살다...
딸기밭은 영원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ㅁ-
묵색 혹성
한글이 꿈틀
モモのカンヅメ
쭈르르'스 이글루
손안의책 편집부입니다
[칼럼니스트]
날개를 펴는 곳
변천 Komix
이전
品절
허클베리 핀의 모험
woody's film review
bono
알라딘의 Coool~하게..
꼬냉이 야옹 야옹 *^o^*
33.GONY
두근두근 라이프
dayBYday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
Seek Your Daimonion
Kindred Spirits - 빨..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Dust's house
conan's lazy blogging
레스톨 블로그
더러운 물 속에서
아돌군의 잡설들.
로망의 연금술사
행복한 짐승
: 숨어있기 좋은 방 :
Black or White
High enough!
리비에라를 쏴라
주 모씨의 이바구별곡
쿤데라 할아버지도 못이룬..
ms.b.adler's-I.T.U..
동남아시아 11개국 Chan..
모리제의 일본생활
역설의 제 12 우주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Nanna's memory
레인블루 :: 책과 영화 ..
이공간 [異契褸雅粹透..
월간 키노 KINO 인덱스 ..
1+1=2
For the great stone f..
쓸데없는 것들의 박물지_
╔☺ ♫♪ 유치짬뽕 샤..
英雄本色
후랭클리 스피킹
잉여력27년
양을 쫓는 모험
Jeimian in Okinawa ..
23시 59분의 잉여로운 잡담실
그냥 사람이 사는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김부장의 가구 만들기
낭만주의자의 취향
寂兮寥兮
DICKHOUSE
finnegans cake
b군, m양을 만나다
.
뿔언니의 쓰잘때기 없는..
허주사우르스
zizek
hanuol blog
新 YoRoZU放談
ひるの幻、よるの夢
애자일 이야기
Homo Peregrino in the..
poeme electronique
커피광 낙서광
Backstage
QUELPART
Like a Complete Unk..
ex
펠레아스의 이글루
좋은 것만 좋아
How I Learned To Sto..
새로운 것은 언제나 신나게..
the Sputnik Sweethe..
무재칠시(無財七施)
예술영화전문블로그 씨..
Fantastic world
괜스레저렇게
thru and thru
Lost and Found
나의산행기
밤의 열두 시간
O.O
-
참 쓸쓸한 당신의 독
여보게저기저게보여
mocca
Make it count. Meet m..
다섯번째 방
정치는 현실입니까?
안녕하세요
hongahn.me
youlhwadang 'librar..
...............
PLAYGROUND
Hey Julie
joooh
Post Gun-in era
숨은 방
베를리너에서 서울리따로.
앤잇굿? Since 2007
steal life
수줍은 느낌의 미소
.
I'm Not Joking
~Floating Paradise~
dunkbear의 블로그 3.0
FLOW
시사만화 '골판지'
The Last Order
Secret Chamber
SEOUL-in
words can hurt you
♨ 영혼은 죽지않아- 하..
crisp
인생이란 필드의 문화기술지
arctic letters from lon..
wanna be a free man.
클래식 음악 노트
Jiy
잘나가는 꼬마사자의 사파리
이글루 파인더

포토로그

D E L I U S
태그
파리건축박물관 오르세 로댕미술관 클뤼니중세박물관 키스해링전 기메박물관 캐브랑리박물관 파리여행 일리야세갈로비치 프랑스여행 퐁텐블루성 퀴리뮤지엄 뱅센 베르사유 오르세미술관 쁘띠트리아농 퐁텐블루 세갈로비치 얀덱스 팡테온 파리 들라크루아미술관 베르사유궁전 퐁텐블로 퀴리박물관 퐁텐블로성 일랴세갈로비치 베르사이유궁전 그랑트리아농 키스해링
전체보기
rss

skin by Ho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