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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밑줄] 최근 일본에 경찰소설 붐이 왜 생겼다고 보십니까? [5]
2009/08/05   [밑줄] 작품 속에 다잉 메시지를 사용하려면 [4]
2009/01/27   [밑줄] 하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도 인간이란 자기 멋대로 사니까 [6]
[밑줄] 최근 일본에 경찰소설 붐이 왜 생겼다고 보십니까?
작가께서도 당사자 중 한 사람입니다만, 최근 일본에 경찰소설 붐이 왜 생겼다고 보십니까?


시대적 배경을 말하자면 고도경제성장이라든가 버블경제 시기에는 무법자가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즉 조직에서 벗어난 인물이 멋있게 보인 거죠. 생활에 대한 불안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에는 사람들이 회사에 근무하며 안정된 생활이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예전과 같은 무법자에 대한 동경은 사라지고, 조직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찰이라든가 조직 안에서 경찰관의 보신을 그리는 소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와의 인터뷰 중, [은폐수사], 곤노 빈, 이기웅 옮김, 시작, 2009




시리즈 작품들이 상을 많이 받아서 얼마나 재미있을까 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경찰소설이긴 하지만 연쇄살인사건 보다는 경찰관리의 인생사가 중심이라서 그냥 일반적인 회사소설로도 읽힙니다. 도쿄대를 나오고 캐리어 경찰이 되어서 요직만을 맡고 승승장구하는 주인공 류자키 신야.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정은 희생되는 것이 당연하고, 자식은 물론 도쿄대를 나와야하기 때문에 명문사립대 갈 성적의 아들은 재수를 선택하게 하고, 기타대 출신들은 깔보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재수없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에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보기드문 원칙주의자입니다. 이야기는 이 재수없는 주인공의 인생을 흔들만한 두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원칙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노력과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완고함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이라면 처음 1/4에서는 정말 길가다가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주인공을 후반부 1/4에와서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점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신야의 직속부하 이야기를 보면서는 눈물도 찔끔 나오더군요. ^^;; 2권, 3권은 언제 나오나 기다리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국내 표지는 이쁜데 작품의 성격과는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by delius | 2009/11/20 00:18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밑줄] 작품 속에 다잉 메시지를 사용하려면
... [X의 비극]은 퀸이 최초로 다잉 메시지를 다룬 작품이다. 만원을 이룬 시영 전철 안에서 살해당한 사내는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X모양으로 겹치고 있었다. 물론 레인은 그 수수께끼를 마지막에 밝혀내지만, 범인만 알고 나면 뜻이야 어떻게든 갖다붙일 수 있다. [X의 비극]은 틀림없이 명작이다. 그래도 이 다잉 메시지를 두고 말하자면 무릎을 치며 납득할 정도는 아니었다.
  작가도 별로 자신이 없지 않았을까? 설탕단지의 다잉 메시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레인은 이런 대사를 한다. 먼저 피해자가 하얀 분말을 움켜쥐어 범인의 속성을 나타낸 것을 '절묘한 생각'이라고 평가하면서.
  "죽기 직전의 아주 짧은 순간에 범인에 대해서 자신이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단서를 남겼던 것입니다. 곧, 이처럼 죽기 직전의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에 인간의 두뇌는 한없이 놀라운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해결을 향한 포석이라기 보다는 사전 변명이 아닐까? 퀸이 작품 속에서 시도한 다잉 메시지 중에는 성공한 예도 적지 않지만, 이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간이 죽기 직전의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에 어떠한 돌발적 아이디어라도 낼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걸 해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작품 속에 다잉 메시지를 사용하려면 그런 부자연스러운 문제도 유념해야만 한다. ...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중에서, [하얀토끼가 도망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김선영 옮김, 시작, 2008




[월광게임]에 이어서 2번째로 국내 출간된 아리스가와 아리스(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항상 이름이 헷갈려요 -_-)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외에 "부재의 증명", "지하실의 처형",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 이렇게 4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하얀토끼가 도망친다"가 중편수준이고 나머지 세작품은 단편입니다. 네 작품 중에 표제작의 트릭도 좋았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부재의 증명"이었습니다. 밑줄 그은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도 다잉 메시지에 대한 것으로 흥미로웠습니다. 단 다잉 메시지가 [겐지이야기]와 관련된 향(香) 기호로 일본인들에게는 익숙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무척 낯선 것이라서 재미의 강도가 조금 떨어졌어요. 개인적으로 최고에요~ 적극추천합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흥미로운 단편집을 찾으신다면 맘에 들어하실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





p.s.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의 원제는 "比類のない神々しいような瞬間". [X의 비극]에서 인용된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re are no limits to what the human mind cannot soar in that unique godlike instant before the end of life."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by delius | 2009/08/05 13:52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4)
[밑줄] 하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도 인간이란 자기 멋대로 사니까
  "그런 얘기야. 아무도 범인을 잡으려 하지 않고 살인이든 도둑질이든 제 하고픈 대로 하게 놔두는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냐. 폭력이든 권력이든 힘이 판치는 세상이 되겠지. 실제로 그런 시대가 있었고 그런 국가가 지금도 존재하기도 한다만. 글쎄, 가치관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 하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도 인간이란 자기 멋대로 사니까……. 그러니까 음, 이건 내 마음의 문제야. 난, 굳이 말하자면 약한 녀석이 강한 녀석한테 괴롭힘당하지 않고 둘 다 태평스레 사는 사회가 좋아. 그런 사회가 싫다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그 사람보고 참아달라고 얘기하고 싶어. 모두가 조금씩 참으며 살아가니까. 폭력적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걸 자제시키고, 권력을 쥔 사람에게 권력으로 짓누르는 걸 억제시키면서 말이야. 네가 든 예세서도, 그 아이의 부모님도 아픔이 아프겠지만 그 괴로움을 참아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어. 이건 사회질서의 문제이기도 하고 내 마음의 문제이기도 해."
  아빠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음 얘기를 더 하자면 살해당한 사람의 마음도 있다. 살해당한 사람이 과연 죽고 싶었을까. 음, 살해당한 사람이 자신과 가깝다면, 예컨대 네가 불합리하게 살해됐다면, 난 네가 '죽고 싶지 않았다'라는 마음을 대변해주고 싶을 거다. 굳이 어럽게 생각할 거 없다."
  아빠는 그걸로 끝이라는 듯 고개를 한 번 주억거리고는 남은 엽차를 후루룩 마셨다 나는 턱을 괸 채 아빠의 연설을 들으면서 여하튼 건실한 의견이네, 하고 꽤 감탄했다.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빠의 20년 경찰 생활은 허투루 한 게 아닌 모양이다. ...



[나와 우리의 여름], 히구치 유스케, 이기웅 옮김, 시작, 2008




전체적으로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귀엽고 발랄하고, 주인공 캐릭터도 재치있어 마음에 들고, 문체도 산뜻하고, 의문의 자살사건을 좇는 이야기적 재미 요소도 충분한, 한마디로 빼어난 작품입니다. 이혼한 형사 아버지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 슌이치가 야쿠자 두목의 딸인 아사코와 함께 같은 반 아이의 자살에 숨겨진 진상을 찾는 이야기로 간단히 요약되는데, 싱그러운 청춘들의 연애와 자살, 살인, 음모라는 어두운 요소가 생각외로 잘 어울리면서 300쪽 남짓한 소설을 단숨에 읽게 만들었습니다. 1988년 발간되었으니 20년이 지났는데,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것이 미스터리의 고전에 올려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네요. 거기에 데뷔작이라니 O.O 다른 히구치 유스케 작품도 곧 만나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첫대목을 장식하는 "우리 집 정원을 보금자리 삼은 매미는, 매미인 주제에 여름을 싫어한다."는 문장을 보고 느낌이 오신다면 꼭 읽어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네요.




p.s. 핸드폰 없을 때는 어떻게 약속 잡고 연애하고 그랬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잘 하고 살았어요~ 하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아요. :-)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번역본 표지도 좋지만 원서표지 정말 멋지네요!
by delius | 2009/01/27 15:47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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