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몸사냥꾼
2008/05/31   [밑줄] 환자의 브랜드화 [2]
[밑줄] 환자의 브랜드화
 FDA의 약품 광고 규제 완화는 훽스트의 사업상의 골칫거리를 해소하는 것 이상이었다. 과거에는 새로운 처방약을 위한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계에 그 치료제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했다. 문지기로서 의사는 위험하거나 무용한 약을 팔려고 할지도 모르는 제약회사들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제 제약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비단 의료 문제뿐 아니라 사회 문제, 심지어 미용 문제에 대해서도, 혹시 그들이 새로 등장한 위험한 이상 상태가 아닌지 확인하고, 의사에게 브랜드 약품을 처방받을 것을 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곧 대다수의 의사들이 건강하다고 여길 만한 수많은 소비자들이 의약품이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며, 신약의 위험-효용 비율을 더욱 낮추고 있다.
  그런 제품 가운데 하나가 1998년 화이자가 출시한 '비아그라'이다. 화이자는 실패한 협심증 치료제 실데나필[비아그라의 성분명-옮긴이]을 포기하려던 참에 그 약이 남성 발기 부전에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화이자는 곧 5년 이상 발기 부전을 겪어온 남성들에게 임상 실험을 실시했다. 그 약은 실험대상자 가운데 70~80퍼센트 정도의 발기 부전을 해결한 것으로 보였다. NIH 지원으로 1987년 시작된 매사추세츠 남성 노화 연구에 따르면, 40세에서 70세까지의 남성 응답자 1,000명 중 절반 이상이 이전 6개월 동안 한 두 차례 발기에 문제가 있었지만, 완전한 발기 장애를 겪은 것은 겨우 10%에 불과했다. 이 10퍼센트의 남성들은 대부분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나이가 많거나, 흡연을 하거나, 과체중이거나 혈압이 높았다. 그런 남자들은 대개 수백만 명의 협십증 및 고혈압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질산염이나 아드레날린 작용 억제제 같은 약을 복용한다고 예측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 실데나필은 절대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담배를 끊고 약 처방을 바꾸고 의사 및 약사에게 상담하고 체중을 줄이면 비교적 경미한 문제들 중 많은 부분을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화이자 마케팅 책임자가 말한 것처럼 "45세나 47세의 남자들은 대부분 18세 때와 같은 발기력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남자들은, 화이자의 약간의 도움으로, 자신이 치료 가능한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전 상원의원 밥 돌처럼 명망 있는 인사들을 모델로 내세운 유명한 텔레비전 광고에서, 화이자는 발기 부전(importence)이라는 말 대신 좀 더 듣기 좋고 게 돌려서 표현한 애매한 의학 용어로 '성기능장애'(erectile dysfunction)가 의학적으로 심각한 상태이며 3,000만 명 이상의 미국 남성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선언했다. 한 회사 중역이 설명한 것처럼 그것은 "훌륭한 브랜드화"였다. "단지 약품만을 브랜드화 한 것이 아니라, 의학적 상태를 브랜드화한 것이었고 추론하자면 환자의 브랜드화였습니다. 우리는 약품을 블록버스터로 만들기 위해, 약품을 창조해내듯 환자들을 창조하고 있지요." 발기 부전을 앓는다는 3,000만 명 중 대다수(약 80퍼센트)는 경미하거나 그저 그런 정도의 문제만을 갖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지난 6개월 간 겨우 한번 정도의 발기 장애를 겪었을 뿐이었다.
  화이자는 자신들이 부끄로운 질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고 말하며, 후에 혹자들이 '질병 팔아먹기'라고 비판한 부분에 대해 반박했다. "많은 남자들이 실제로 병원에 가고 싶어하지만, 그 얘기를 꺼낼 엄두도 못 내죠." 비아그라 마케팅 담당자 재니스 립스키가 2004년에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비아그러 처방을 받으로 가는 것을 그다지 꺼리는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발기 부전 진단이 두 배로 늘었다. 1999년 즈음에는 500만 명의 남성들이 비아그라를 처방받으며, 화이자에게 10억 달러의 매출을 안겨주었다. 발기 부전 치료율은 다른 질병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심장 질환의 경우, 아스피린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의 겨우 30퍼센트만이 의사들에게 처방받고 있다.
  분명 비아그라는 전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플레이보이]의 휴 헤프너가 말한 것처럼, "비아그러는 발기 부전 치료제 이상이다. 그것은 기분전환용 약이다. 그것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없앤다. 거의 출시와 동시에 비아그라 정제는 나이트클럽이나 섹스 파티에서 스릴을 좇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돌았다. 초조한 남자들이 '데이트 상대에세 채이지 않으려고' 그 약을 이용했다고 성 전문가 페미니스트 레오노레 티퍼(Leonore Tiefer)는 비웃는다. 타이완에서는 선거유세 중인 정치인이 비아그라를 공짜로 나눠주었다. 프랑스에서는 레스토랑에서 '비아그라 소스 비프 피카타'를 판매했다. 혹여 가난한 남자가 어찌어찌 해서 비아그라 처방을 받지 못했다면, 리글리가 좀더 매력적인 형태 - 비아그라가 함유된 껌 - 로 그 약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FDA는 비아그라가 시장에 등장한 지 8개월 만에 100여 건의 비아그라 관련 사망을 보고받았는데, 이는 그 약이 2,000에서 1만 건의 사망에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일반적으로 약품 부작용의 1~5퍼센트 정도가 FDA에 보고 된다고 추정된다). "내 남편은 65세인데,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몇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죠. 그런데도 남편은 18세 청년과 같은 양의 비아그라를 복용했어요." 비아그라로 남편을 잃은 한 미망인이 한탄했다. ...



[몸 사냥꾼 - 거대 제약회사의 추악한 얼굴] 중 "사냥꾼들의 몸집 불리기" 중에서, 소니아 샤, 정해영 옮김, 마티, 2006




"이 책은 저자와 출판자의 용기가 맺은 열매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존 르 카레의 추천 서문("콘스탄트 가드너 그 이후") 중에 이러한 책이 나오기 어려웠던 점을 지적한 한 부분을 옮기는 것으로 감상을 대신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과 가장 밀접하고 우리가 서로에 대해 느끼는 관심과 책임과 가장 밀접한 주제가 '너무 위험해서' 공론화할 수 없는 것은, 기업의 무제한적 권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또 나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는 참으로 우습거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p.s. 2007년 11월 [인체사냥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환자들을 상대로 벌이는 거대 제약회사의 인체실험]으로 재발간되었지만 많이 팔릴지는 의문이네요. ㅠㅠ 부제를 좀 더 자극적이 바꿨네.. 하실지 모르겠지만 원서의 부제 "How the Drug Industry Tests Its Products On the World's Poorest Patients"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읽혀지면 좋겠습니다~


p.s. 번역서와 원서표지~
by delius | 2008/05/31 14:59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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