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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4   [밑줄] 자연재해는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법이다
[밑줄] 자연재해는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법이다
... 자연재해는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법이다. 이해할 수 없는 재난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한 사회가 재앙을 해석하고 혼란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회가 지닌 통념과 편견, 희망, 공포를 읽을 수 있다. 리스본 지진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과 인간, 자연에 대한 구태의연하고 절대적인 신념에 발이 묶여 시대에 뒤떨어진 포르투갈 사회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뿌리 깊은 종교적 통념의 권위를 뒤흔든 것은 리스본 지진의 긍정적인 면이었다. 계몽주의 사상의 낙관주의 또한 그 못지않게 타격을 입었다. 리스본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 중 가장 나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낙관주의 철학에 볼테르가 언제쯤 의문을 품었을지, 아니 의문을 품기나 했을지 모를 일이다. ...


[운명의 날]중에서, 니콜라스 시라디, 강경이 옮김, 2009, 에코의 서재




1755년 11월 1일 만성절 아침에 일어난 리스본 대지진은 진도 9 였고, 인구 25만 명 중 최소 2만 5천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수치는 최소 1만 5천 명에서 최대 10만 명까지 추산하기도 한다는군요.) 무지했던 탓에 포르투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브라질이 포르투갈어를 쓴다는 정도였기 때문에, 리스본에 대지진이 있었다는 것은 당연히 몰랐습니다. -_- 부제인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이 흥미로워서 - 지진이 근대화를 꽃피우다니? - 읽기 시작했는데 어떤 소설보다 재밌게 술술 읽히더군요. 영화화해도 되겠네..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저자 시라디는 8개 장으로 나눠서 리스본 대지진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우선 대지진 자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 이어서 "그럼 리스본은 어떤 곳이었는지 궁금하시죠?"하고 포르투갈과 리스본의 역사에 대해 설명 해줍니다.(이슬람의 리스본 지배기와 제2차 십자군 원정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더군요.) 이어서 대지진 이후 유럽의 반응과 18세기 유럽의 지식인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카르발류 총리(폼발 후작)의 주도로 진행된 지진의 극복과정과 거기서 새롭게 태어난 리스본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마무리로 친절하게 모든 면에서 대지진이 어떤 의미였는지도 잘 요약해주고 있구요.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내용이 다 흥미로웠지만 자연재해에 대한 종교계의 반응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도 겹치는 것이 - 미국 시민의 성적방종, 가족해체, 마약, 낙태로 카트리나 허리케인의 징벌을 받았다는 식의 해석 - 인상적이었습니다.


딱히 큰 계기가 없으면 리스본 대지진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무턱대고 권하기는 좀 그렇지만, 박식하고 사려깊은 안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포르투갈 역사에 대한 입문서로, 또 폼발 후작에 대한 균형잡힌 약식 평전으로도 좋은 선택이 될 듯합니다.




p.s. 책을 읽고 나니 리스본에 가보고 싶어졌어요. *_*)/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p.s. 유튜브에 CNN의 리스본 대지진에 대한 8분짜리 클립(CNN Millennium 8 3 Portugal The Great 1755 Lisbon Earthquake Crisis in the 18th Century 1700s)이 올라와 있네요.
by delius | 2010/07/14 22:43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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