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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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3   하면 된다 | 고시바 마사토시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2002/12/26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제사가 싫다](이하천, 이프)라는 책의 후반부에는 이문열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데 그 중에 잠깐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표작가라고 불리는 사람이 이처럼 개운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소설을 쓰는 대신 [선택]과 같은 이야기에 매달려있다는 단호한 비판이었는데, 사라마구가 이 소설을 발표한 것이 73세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생각이 굳어진다는 이야기가 보편성을 띄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도시에 눈이 멀게 되는 전염병이 번지기 시작해 도시-문명-인간성이 하나하나 무너져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정말 놀랍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이야기적인 재미,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눈이 멀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보고서로도 읽힐 정도로 작가는 모든 사람이 눈이 멀었을 때 나타날 사회 상황 묘사에 있어서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와 개연성 있는 행동묘사에 있어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또한 단 한 명 눈이 멀지 않은 여성을 주인공이자 관찰자로 등장시켜 작가의 희망적이며 인간적인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세 여자가 발코니에서 비를 맞으며 목욕을 하는 장면은 가장 압권으로 이 소설이 페미니즘적인 작품으로 읽힐 여지도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벨문학상이 생각없이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준 작품으로, 노벨상 수상작은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서지정보]


제목 : 눈먼 자들의 도시
원제 : Blindness
지은이 :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
옮긴이 : 정영목
출판사 : 해냄
발간일 : 2002년 11월
분량 : 476쪽
값 : 9,500원




p.s. 사라마구의 노벨상 수상이 발표된 1998년 이후 한동안 절판되었다가 2002년 11월에 다시 양장본으로 다시 나왔다. 다시 재출간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번역도 충실하고 표지디자인(영어판을 그대로 가져왔지만)도 빼어난 걸작이다.


p.s. 영어판 표지
by delius | 2005/09/07 20:46 | book | 트랙백(2) | 덧글(8)
일의 즐거움 | 다나카 고이치
[책을 읽고 나서]


다나카 고이치의 자서전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자서전과는 조금 형태를 달리하는 책이었다. 크게 3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첫번째 장은 다나카 고이치의 어린 시절과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서술, 두번째 부분은 노벨상 화학상 수상기념으로 했었던 연설부분인데 질량분석이라는 분야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 부분은 대담내용을 옮긴 것인데 역시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일본인 특유의 겸손도 작용했겠지만 책 전반에 걸쳐 다나카 고이치는 자신보다는 함께 발견을 이룬 팀에게, 그리고 해당 연구방법을 발전시켜준 다른 과학자들에게 그 공을 돌리고 있다. 또 노벨상 수상으로 강연회나 행사참석에 시간을 빼앗기는 안타까움을 계속 드러내고 있는데 - 검색해보니 지난주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심포지엄에 강연을 하러 방한했었다 ^^ - 학문연구자나 교수가 아니라 엔지니어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과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빨리, 없는 사람이라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만큼 읽기 편하다.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도 좋을듯 하다. ^^


[서지정보]


제목 : 일의 즐거움
지은이 :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옮긴이 : 하연수
원제 : -
출판사 : 김영사
발간일 : 2004년 03월
분량 : 177쪽
값 : 9,900원


[p.s.]


- 한국브리태니커회사에서 제공하는 노벨상 특집은 로그온 없이도 읽어볼 수 있는데 그 중 다나카 고이치를 소개한 부분은 잘 정리되어 있어 꼭 한 번 찾아볼 만 합니다. 그리고 과학잡지 [뉴턴]에서도 특집기사가 일부 공개 되어있으니 들러 보세요.


- 그의 노벨상 수상에 계기가 된 논문은 28살때 쓴 것이란다. ㅠ.ㅠ


- 다나카 고이치가 주임으로 있었던 - 현재는 연구소장 ^^ - 시마즈제작소 사이트/다나카 고이치 소개 페이지(영어)
by delius | 2004/10/28 14:11 | book | 트랙백(1) | 덧글(2)
하면 된다 | 고시바 마사토시
[책을 읽고 나서]


2002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난 후 일본은 큰 흥분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과학부분에 2명의 수상자가 일본 사람이었던 이유이죠. 화학상에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물리학상의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언론에서는 - 우리나라도 역시 ^^ - 평범한 회사원에 교수도 아니고, 박사학위도 없이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인물인 다나카 고이치에게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일본 내에서는 15년 전부터 수상이 유력시 되던 고시바 마사토시의 수상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화학상의 경우는 2000, 2001년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이었으며(2003년에는 미국 사람들이), 물리학상의 경우에는 1973년 에사키 레오나[江崎玲於柰]가 수상한 이후 29년 만에 4번째 수상자라고 합니다. 참고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2003년 현재 모두 12명.


책이야기로 들어가면 ^^ 고시바 마사토시의 자서전인 [하면 된다]는 참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원래 이 사람이 재미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군데 군데 표현해 놓은 문장을 보다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올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딱딱한 제목탓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무척이나 재미있게, 빨리 읽었습니다.


고시바 마사토시의 훌륭한 점을 도식적으로 꼽으라면 소아마비를 이겨냈다는 점, 대입시험에 여러번 낙방해서 재수생활을 거치고 도쿄대학에 들어갔지만 꼴등으로 졸업했지만 다시 도쿄대학으로 부임한 점, 열의를 가지고 기초과학분야의 진흥을 위해 정말 끊임없이 노력한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책 중간 중간에 비치는 사소한 사항들 역시 인상적인데, 특히 국민의 세금인 나랏돈으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부르는 가격을 깎고 또 깎았다는 사실이나 초신성 뉴트리노 발견을 둘러싸고 발표시간을 늦추더라도 철저한 검증과 데이터 확보에 주력한 점 등은 기본적인 삶의 태도로 본받을만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한 교사생활의 경험으로 학생들은 과목이 좋아서 해당과목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과목선생님이 좋아서 그 과목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는 결론이나 ^^ 미국에서의 안정된 교수생활을 버리고 일본으로 귀국한 이유를 식사와 언어문제라고 담담하게 이야기 한 것 - 애국심이나 전후 일본 복구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가 아니라! -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이라는 말과 함께 물리학의 전문영역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역시 비전공자나 문외한인 저에게는 어려웠습니다만 뭐 전혀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전공자나 천체물리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훨씬 더 깊은 감동과 많은 것들을 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에 삽입되어 있는 고시바 마사토시의 도쿄대학 물리학과 졸업 성적증명서 입니다. 16개 과목중 우 2개, 양 10개, 가 4개입니다. [하면 된다]라는 책 제목이 빈말이 아닌셈이지요 ^^





[기억에 남는 구절]


제가 마지막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분야의 일을 하든지 간에 아무쪼록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우선은 열의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언젠가 달성하겠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알'을 더욱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열정을 가지고 그 알에 대해 생각한다면, 언제가는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서지정보]


제목 : 하면 된다
지은이 : 코시바 마사토시 [小柴昌俊]
옮긴이 : 안형준
원제 : やれば, 出る(2003)
출판사 : 생각의나무
발간일 : 2004년 03월
분량 : 234쪽
값 : 11,000원


[p.s.]


- 한국브리태니커회사에서 제공하는 노벨상 특집은 로그온 없이도 읽어볼 수 있는데 그 중 고시바 마사토시를 소개한 부분은 잘 정리되어 있어 꼭 한 번 찾아볼 만 합니다. 그리고 과학잡지 [뉴턴]에서도 특집기사가 일부 공개 되어있으니 들러 보세요.


- 재미있게도 국내에서 같은 시기에 다나카 고이치의 자서전 [일의 즐거움](김영사)가 출간되었습니다. 1959년생이라는 것을 보면 좀 이른감이 있긴 하지만 챙겨볼 생각입니다. ^^
by delius | 2004/10/03 11:46 | book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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