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나중길
2009/10/19   수도원의 죽음 | C. J. 샌섬 [2]
수도원의 죽음 | C. J. 샌섬
[책을 읽고 나서]


좀 호들갑스럽긴 하지만 첫장면에서 주인공 샤들레이크 변호사가 크롬웰(올리버 크롬웰이 아니라 헨리 8세 시대의 토머스 크롬웰)을 만나러 런던으로 가는 대목을 보면서 "와 이 소설 엄청나구나!"하면서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마지막 마무리까지 더할나위없이 마음에 드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최근 발간된 블랙캣 시리즈 [목소리]도 좋았지만 올해 나오는 영림카디널의 소설들은 하나 같이 맘에 쏙 듭니다. ^^


시대는 로마 가톨릭 수도원의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환수재산처리법원을 만들고 수도원을 하나 하나 없애나가기 시작한 16세기 잉글랜드. 대수도원들의 부패, 불법행위를 찾아내서 그것을 빌미로 자발적인 재산헌납을 유도, 수도원 해산작업(dissolutions of the monasteries. 작품의 원제도 Dissolution)을 진행하기 위해 스칸시 수도원으로 파견된 왕의 특사가 목이 잘려 죽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수도원 해산을 주도한 크롬웰의 사건조사 명령을 받고 역시 특사로 파견된 주인공 샤들레이크가 조수인 매튜와 함께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전체 소설의 줄거리인데, 이 과정에서 (예상대로) 살인사건이 다시 발생하고 수도원의 숨겨진 진실도 드러나며, 거기에 예전 사건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말 그대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소설은 샤들레이크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작가가 이 소설의 구조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완전히 장악하고 등장인물 하나 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어서 매끄러운 결말부분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습니다. 꼼꼼한 묘사와 정말 그랬을 법한 사건을 연결하는 능력은 작가가 역사학 전공 박사에 변호사 경력까지 있기 때문이겠지만, 먼나라에서 500년 전 일어난 수도원 해산을 둘러싼 사건과 그 시대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에 공감하고 보편성을 느끼게 만든 것은 순전히 작가로서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게다가 이 작품이 데뷔작~ ㅠㅠ) 아래는 그런 작가의 면이 잘 드러나 책 맨 뒤에 있는 부연 설명 중 한 부분입니다. 마크나 앨리스는 등장인물이에요.


... 영국 국민 전체가 종교개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곳곳에서는 강력한 프로테스탄트 운동이 벌어졌다. 한편 북부와 서부지방에서는 로마 가톨릭 교회를 옹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국민이 살았던 그 둘의 중간 지역은 종교에 대해 무관심하고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나 자신의 견해로는 서민들 대부분은 국가에서 진행하는 일련의 변화를 마크나 앨리스와 동일한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배계층이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변화들이란 그때까지 쭉 그래왔듯이 어떻게 행동하고 사고해야 하는지 일일이 지시하고 감독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수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점점 급진적이 되어가는 신교에 변화가 있었고 메리 튜더가 통치하는 때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가 나라를 다스릴 때는 다시금 신교가 큰 변화를 겪었다. 사람들은 잇따른 변화에 냉소적인 견해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국가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변화에도 잠잠했다. 전임 권력자들이 무자비한 처벌을 했던 것과는 달리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들을 감시하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


이전부터 블랙캣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면 (이 작품은 블랙캣 시리즈에 포함은 안되지만)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고, 헨리 8세 시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흥미로은 역사적 사실의 재현이라는 면에서 역시 흥미롭게 보실 것 같아요. 새로운 작가의 빼어난 시리즈 첫권을 만난 기쁨으로 즐겁게 추천합니다. 꼽추 변호사 샤들레이크 시리즈가 3권 정도 더 있다는데 꼭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서지정보]


제목 : 수도원의 죽음
원제 : Dissolution (2005)
지은이 : C. J. 샌섬 C. J. Sansom
옮긴이 : 나중길
출판사 : 영림카디널
발간일 : 2008년 11월
분량 : 616쪽
값 : 13,000원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다양하네요~
p.s. 궁금해서 찾아본 드라마 [튜더스]의 크롬웰은 이 사람~ ^^ 책 속의 이미지는 나이가 훨씬 든 것으로 상상이 되서 느낌이 많이 달라요~
by delius | 2009/10/19 00:25 | book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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