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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5   그녀를 믿지 마세요 | 배형준
그녀를 믿지 마세요 | 배형준
2003년 03월 08일 작성한 글


□ [그녀를 믿지 마세요] (2004)
□ 감독 : 배형준
□ ★★★☆




* 영화 내용을 조금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미리 알기 원하지 않는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


[말죽거리 잔혹사]에 대해서, 개봉시기만 잘 잡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흥행성적을 올릴 수 있었을 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2편의 대박영화 틈바구니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여러 영화에도 적용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데, 김하늘과 강동원 주연의 [그녀를 믿지 마세요] 역시 예외는 아닐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 또 거짓말을 부르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빼어나게 잘 결합한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보다 보면, 이 영화 역시 흥행적인 측면이나 기대치 높아진 한국영화 시장의 눈높은 관객들로 인해 조금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 영화평에서 이 영화의 별점은 별둘이나 별셋을 오가는데,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잘 만든(well-made) 한국영화에 대해서 박한 점수를 줄 정도로 좋은 영화와 볼만한 영화로 넘치게 되었는지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를 잘 소화한 주연, 조연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무리없는 연출 등 여러가지로 칭찬할 꺼리가 많은 영화로 깔끔하고 개운한 뒷마무리까지 보여준 수작입니다.


중간부터 이야기흐름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나, 결론이 상투적이라는 평가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시나리오는 그 보다는 더 주의깊게 살펴보고 칭찬할 구석이 많다고 봅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는 극장안의 많은 여성들이 작게나마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중간 부분에 양념으로 들어간듯한 김하늘의 상상장면을 적절히 차용한 마지막 에피소드는 정말 멋졌습니다. *^^* 중간에 다소 감상적으로 흐르게 되는 몇몇 부분(언니 결혼식 장면)도 있었지만 딱 알맞을 정도에서 끊어주었기에 영화는 느슨해지지 않았으며 오버해야 할 부분과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잘 구별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이준]과 [닥터K](저는 개인적으로는 닥터K에서 보여준 김하늘의 연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 등 영화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드라마 [로망스]와 [피아노]로 훌쩍 성장한 김하늘은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보여준 "최수완"역이 결코 1회성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뛰어난 코믹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를 주도적으로 끌고나가는 역량이나 곳곳에서 보여준 참신한 연기(강동원을 짐 캐리에 비유하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김하늘이 미장원에서 보여준 순간적인 표정연기라고 생각합니다)는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김하늘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을 정도로 매우 강력했습니다. 어리버리하지만 착하고 진실한 ― 아 이런 사람은 이제 영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듯 합니다 ― 시골약사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준 강동원 역시 그냥 허접하려니 하고 지레짐작하고 있던 개봉예정영화 [늑대의 유혹]에 어떤 모습으로 나왔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원래부터 연기를 잘했던 송재호나 치매 할머니역을 잘 소화한 김지영(사실 이 분의 연기는 매번 볼 때 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중은 크지 않지만 튀지 않게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준 임하룡 등 조연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구요.


잘 만들었다는 수준 이상을 원하는 이들에게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 영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겠지만, 예전 명화극장을 소개하던 정영일식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영화는 그래도 이 부분은 주목할 만 합니다"식의 ^^)에게는 무궁무진한 칭찬꺼리를 찾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좋은 영화일 것입니다. 오히려 김하늘이나 강동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다지 영화에 끌리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의 팬들이라면 시나리오를 믿고 영화관으로 달려가시길 권합니다.
by delius | 2004/09/15 08:22 | movie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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