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대주교 문장을 갱신하여 교황의 지위를 나타내는 문장을 만들었다. 자신의 신앙과 신념을 암시하는 상징들이 그려진 방패는 마치 성배처럼 생겼다. 교회 문장은 전통적으로 성배(chalice) 모양이다. 방패는 성직자의 제의(祭衣)를 닮은 세 칸으로 나뉜다. 제의는 특히 베네딕토회에서 종교사상을 상징한다. 각 칸에 있는 그림, 즉 무어인의 얼굴과 짐을 진 갈색 곰은 뮌헨(Munich)과 프라이징(Freising)과 관계가 있다. 교횡 베네딕토 16세가 대주교와 추기경을 지낸 곳이다. 영예로운 칸에는 황금 조개가 있다. 이것은 순례여행, 그리고 유한한 인간은 무한한 하느님을 이해할 수 없음을 상징한다.
방패 뒤와 둘레의 상징들은 문장 주인의 권력과 지위를 나타낸다. 끈으로 이어진 교차된 열쇠들은 교횡권을 상징한다. 방패밑의 팔리움은 교황이 대주교들과 관할권을 공유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맨 위에는 주교관이 있다. 베테딕토 16세는 문장 맨 위에 단순한 주교관을 올려놓음으로써 대관식이 아닌 즉위식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 모양이 교황의 전통적인 삼중관으로 돌아간 듯하다.[세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 SYMBOLS]중에서, T. A. 켄너, 윤상운 옮김, 서울문화사, 2006
바티칸 사이트에 올라온
문장(紋章)에 대한 해석에 따르면 교황의 문장(Papal coats of arms)은 800년 전통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위 밑줄에서 부족한 설명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심부의 황금조개는 3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첫번째는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의 일화.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꿈에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로 바닷물을 퍼내는 아이를 만난 것을 통해서 무한한 하느님을 자신의 제한된 인간의 생각으로 재단하려한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개 = 성 아우구스티누스 = 무한한 하느님을 이해할 수 없는 유한한 인간" 이렇게 되었다고 하네요. 2번째로 조개는 순례자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개는 레겐스부르크(Regensburg) 근처에 있는 고대 쇼텐수도회(Monastery of Schotten)의 상징으로도 사용되었는데, 베네딕토 16세가 영적으로 연대감을 갖는 수도회라고 하네요.
두번째로 무어인의 머리(Moor's head). 원래 8세기에 세워진 프라이징 교구의 상징입니다. 유럽의 여러 문장에서 무어인이 사용되는 경우는 많은데 이 문장에서 특이한 것은 왕관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 무어인을 개종한 이디오피아의 왕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로마 군지휘관으로 순교했던 무어인 성 모리스(St. Maurice)로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교황 자신이 추기경일때 이 문장에 대해서"[아프리카 왕은] 내게 교회의 다양성에 대한 표출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For me, [the African king] is an expression of the universality of the Church.)"
다음으로 갈색 곰. 프라이징의 주교였던 성 코르비니안(St Corbinian, 680~730)의 일화를 상징합니다. 성 코르비니안이 로마로 떠나는 길에 곰의 공격을 받게 되어 타고가던 말이 죽고맙니다. 하지만 그는 곰을 길들였고 짐까지 실어 로마까지 옮기게 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의미는 하느님의 영광으로 길들여진 곰은 주교 자신을, 그리고 안장의 짐은 주교구를 관할하는 책임을 말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열쇠는 오래 전부터 교황권의 상징이었는데 해당하는 성서구절은 유명한 [마태오의 복음] 16장 19절에 따른 것으로 "나는 그대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여 있을 것이요, 그대가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려 있을 것입니다. I will entrust to you the keys of the kingdom of heaven. Whatever you declare bound on earth shall be bound in heaven; whatever you declare loosed on earth shall be loosed in heaven."에 근거한 것입니다. 은열쇠는 땅에서, 금열쇠는 하늘에서~
마지막으로 삼중관(triregnum, 三重冠) 역시 교황의 상징입니다. 이 문장에서 사용된것은 삼중관이 아니라 주교관이지만 삼중관의 문양이 그려진 주교관인 셈이지요. 초기에는 주교관과 차이가 없다가 보니파키우스 8세(Bonifacius Ⅷ)가 1301년 이중관으로, 베네딕투스 12세(Benedictus XII)가 1342년 삼중관으로 만들어서 구분을 했다고 하네요. 이 삼중관의 의미 역시 많은데요, 교황의 3가지 직무와 권한(신품권[Sacred Orders], 사목권[Jurisdiction], 교도권[Magisterium])을 뜻한다는 이야기, 교황은 로마의 주교이자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자,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대리인을 나타낸다는 해석, "신전(神戰)의 교회, 고난의 교회, 승리의 교회"를 나타낸다는 해석, 하늘과 땅과 인간을 연결한다는 교황의 의미를 나타낸다는 이야기 등 무척 다양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맨 처음 이야기한 3가지 직무를 뜻한다고 하네요.
추가로 바오로 6세(Paulus VI) 이후부터 교황은 삼중관이 아닌 주교관을 쓰는 것으로 대관식(coronation)이 아닌 즉위식/취임식(solemn inauguration)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바오로 6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세속적인 권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삼중관 대신에 주교관을 사용하면서 신앙과 겸손을 표현한 것에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삼중관을 쓴 요한네스 23세(Johannes XXIII) 사진입니다~
p.s. 문장을 도안하고 해당 내용에 대해 해설을 쓴 사람은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코르데로 란자 디 몬테제몰로(Andrea Cordero Lanza di Montezemolo, 로마 외곽 성 바오로 대성전 대사제) 대주교로, 베네딕토 16세즉위 이후 선거권이 없는 추기경으로 서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