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고바야시다키지
2009/02/25   게공선 | 고바야시 다키지 [12]
게공선 | 고바야시 다키지
[책을 읽고 나서]


최근 일본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 위원장 인터뷰 기사를 보다가 "시이 위원장은 소설 [게공선]을 고등학교 때 읽을 만큼 일찍부터 공산주의 사상에 눈을 떴다."라는 대목이 있어서 "게공선"이라는 말 역시 전공(共)투나 공산전선(戰線) 같은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찾아보니 생각과 달리 "게공선"의 "공"은 공장을 뜻하는 "공"(工)이었고, 선 역시 배를 뜻하는 "선"(船)이더군요. 풀어쓰면 '게를 가공하는 배' 정도가 되겠습니다. 한자를 그대로 읽으면 해공선(蟹工船)인데 찾아보니 고래공선, 연어공선처럼 이러한 배를 OO공선이라고 불러서 게공선라는 제목이 되었나 봅니다.


책은 180페이지 남짓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머리에 뽑아놓은 글귀인 "게 공선은 '공장선'으로 '선박'이 아니었다. 그래서 항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배가 아닌 순수한 '공장'이었다. 하지만 공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에 이어서 바로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하는 첫문장이 우리를 맞이하고, 첫페이지부터 바로 음습하고 불안한 기운이 도는 항구 풍경에 대한 묘사가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는 내내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는데, 소설이 재미없거나 맘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소설을 읽고 있다보니 착찹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러시아 근해에서 게를 잡아 바로 통조림으로 만드는 게공선 안에서 일어나는 노동자들의 끔찍한 실상에 대한 묘사와 이들을 착취하는 감독의 비인간적인 행태, 그리고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봉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뜻 줄거리만 들으면 재미없고 조악한 선동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소설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작가의 생생한 묘사력은 1929년이라는 소설발간연도를 훌쩍 뛰어넘게 만들고, 또 요즘 현실과 전혀 동떨어지게 느껴지지 않는 일하는 사람들의 고단하기만 한 현실이 다시금 이 소설을 읽히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전혀 작품성도 없고 그냥 시류타서 나온 선동적인 작품일 것 같아서 읽어볼까하고 망설이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 고바야시 다키지는 정치 노선에 기반한 문학 이론에 충실하면서도 [1928·3·15], [게공선], [당생활자] 등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 고문(拷問)에 의한 죽음이 대변하듯 그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역사상 가장 열렬하게 국가 권력과 맞서 싸운 작가였지만 내용뿐만 아니라 창작 방법을 놓고도 치열한 고민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이러한 고민의 흔적에 다름 아니다. 이 점은 그를 단순히 정치적 성향이 과격한 한 사람의 프롤레타리아 문학 작가로서만이 아니라 일본 근대 문학의 큰 흐름 속에서 창조의 정신을 불태운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파악할 필요를 느끼게 한다. 그 스스로 창작의 기법 면에 있어서 많은 선배 작가들의 자양분을 흡수하려 했고 실제로 성과를 거두었다. ... - "고바야시 다키지 [1928·3·15]와 프롤레타리아 리얼리즘론" 중에서, 박진수, 한국일본학회 [일본학보], 2003


[서지정보]


제목 : 게공선
원제 : 蟹工船 (1929)
지은이 : 고바야시 다키지 [伊野上裕伸]
옮긴이 : 양희진
출판사 : 문파랑
발간일 : 2008년 08월
분량 : 200쪽
값 : 8,800원




p.s. 만화로도 나와 있고, 예전(1953년)에도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하네요. 올해 마츠다 류헤이 주연으로 다시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영화 공식사이트는 이곳 : http://kanikosen.jp/pc/


p.s. 비공개님이 알려주신 정보로 업데이트 : 원작이 일본판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인 아오조라문고(青空文庫)에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http://www.aozora.gr.jp/cards/000156/files/1465_16805.html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나온지 오래된 작품이다보니 표지가 다양합니다.
by delius | 2009/02/25 00:04 | book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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