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국]
1995. 02. 12 23:03 글출처: 시네마천국 [cine] 영화를 보고


영원한 제국


감독 : 박종원
주연 : 안성기 / 조재현 / 최종원


증자가 말하였다.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된다. 짐이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인(仁)으로써 자기의 짐으로 삼으니 또한 무겁지 아니한가?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또한 멀지 아니한가?"


[論語] 中 泰伯篇


지금까지 제가 우리나라 영화중 가장 잘 만든(well made) 영화라고 생각한것은 바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영원한 제국]도 박종원 감독의 작품이기에 주의깊게 보았습니다. 우선 결론을 내리자면 또 한편의 훌륭한 영화를 보았다는 느낌입니다.


우선 색채가 아름답고, TV의 사극에만 길들여진 저의 눈을 넓혀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는 영화의 "색"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화려하다고도 표현할 수 있고 또 단아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영화 전체를 감고 있는 색조는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참 잘 쓰인것 같다는 생각이 몇장면에서 뚜렷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멋. 지금 까지 사극영화에서 보여지던 장엄함은 대개 즉 의식에서 보여지던 화려한 복식과 도열한 수많은 사람을 통해서 느껴졌었는데 [영원한 제국]에서는 궁궐을 촬영하는 구도와 지루하지 않은 사건전개를 통해 웅장한 멋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내시감 서인성이 정조를 시해하려고 하는 장면처리도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참 자연스러웠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것은 안성기씨와 최종원씨의 연기입니다. (제 생각에 김명곤씨나 조재현씨보다 최종원씨의 비중이 더 크다고 보았습니다) 포스터만을 통해서도 느껴지는 안성기씨의 연기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해서 정조의 이미지를 책을 통해서보다 더 확실하게 전해준것 같고, 노론의 영수 심환지 연기를 맡은 최종원씨는 세세한 행동도 너무 잘 표현해 준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정자에서의 대담장면은 정말 멋있습니다. 또 그 외에 모든 연기자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세자역으로 홍경인군이 잠깐 나오는데 사람들이 간간히 웃음을 떠뜨리더군요. [모래시계]가 생각났었나봐요)


제 생각에는 소설보다 오히려 영화가 더 좋았던것 같았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자세히 표현했던 여러 상황을 압축해서 표현하는라 좀 무리가 따른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늙은 이인몽의 서당에서 한 아이가 [논어] 중에 한 부분을 낭독합니다. 젊었을때 정조가 이인몽에게 말했던 바로 그 구절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에 이인몽이 말합니다. 이 글을 뜻있는 선비가 읽음으로써 자신의 짐이 좀 덜어지길 바란다는 말을 말입니다. 결국 이인몽은 죽기전까지 정조의 영원한 제국을 그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한 제국]은 우리에게 우리영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영화처럼 밋밋하고 촌스러운 오프닝이 아닌 깔끔하고 세련된 오프닝 타이틀로 관객의 관심을 끌었으며, 마지막까지 영화를 본 관객의 마음을 아쉬움이 아닌 만족으로 채워주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일지 모르겠으나 너무나 좋은 영화입니다. 모두에게 꼭 보시길 원합니다.


p.s. 음악은 황병기씨가 맡았더군요.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 Hitel 시네마천국 동호회에 올렸던 글을 내발자국찾기 라는 서비스를 통해 찾았습니다.]
by delius | 2004/12/12 13:49 | movi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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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닥터지킬 at 2004/12/12 20:14
책도, 영화도 모두 봤지만 워낙에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둘 다 재미있게 봤던 듯은 하지만... 조만간 다시 한번 봐야겠군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4/12/13 09:12
저도 책은 잘 기억이 안나고 영화 오프닝 씬이 멋있었던 기억은 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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