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냥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없나요?
여종업원이 메뉴를 가져왔을 때 나는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한 가지 했다. 고맙다고 말한 것이다. "천만에요." 그녀가 말했다. 이 고마움의 고리는 일단 시작되면 끝이 없다. 그녀가 와서 젖은 행주로 식탁을 한 번 훔쳤다. "고맙습니다." 내가 말했다. "천만에요." 그녀가 대답했다. 종이 냅킨에 싸인 식기를 가져오자 나는 잠시 주저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또 말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런 다음에 "토픽 오브 더 타운 식당"이라고 쓰인 식탁용 매트와 물 한 잔, 그 다음엔 깨끗한 재떨이, 그 다음엔 비닐 포장된 소금 뿌린 크래커를 바구니에 담아 내왔고 나는 여종업원과 매번 이 정중한 대화를 교환했다. 닭튀김 스페셜을 시키고 기다리다 보니 옆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이 나를 지켜보며 정신 나간 미소를 띠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 여종업원도 주방 문간에 서서 나를 지켜보았다. 공포스러웠다. 그녀는 몇 초마다 다시 내게 와서 얼음물을 다시 채우곤 곧 음식이 나올거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내가 말했다.
  "천만에요." 그녀가 대답했다.
  결국 여종업원이 주방에서 탁자 상판만한 쟁반을 내오곤 음식이 담긴 접시를 내 앞에 내놓았다. 수프, 샐러드, 닭튀김 요리 한 접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동그란 롤빵이었다. 모두 맛있어 보였다. 갑자기 배가 몹시 고파졌다.
  "다른 필요한 거 있으세요?" 그녀가 물었다.
  "아닙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내가 곧 음식에 덤벼들 태세로 주먹에 칼과 포크를 쥐고 대답했다.
  "케첩 드릴까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샐러드드레싱을 좀 더 드릴까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그레이비소스 충분하세요?"
  그레이비소스는 말이라도 익사시킬 만큼 충분했다. "네, 충분합니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정말 괜찮습니다."
  "제가 해드릴 일이 정말 없나요?"
  "음, 제가 좀 먹을 수 있게 꺼져주시면 좋겠네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물론 그러지 않았다. 그냥 상냥하게 웃은 다음 고맙지만 괜찮다고 말하고, 그녀는 잠시 후에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얼음물 주전자 하나를 들고서 내가 먹는 동안 내내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내가 물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그녀가 다가와 다시 물 잔을 채워주었다, 후추를 향해 손을 뻗었을 때도 내 의도를 잘못 읽고 물이 든 피처를 가지고 움찔하다가 되돌아갔다. 그 다음부터는 무슨 이유로든 식기가 내 손에서 떠날 때마다 그녀가 내게 물을 더 채워주러 달려오지 않도록 나는 거의 무언극으로 내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그녀에게 설명하려 했다. "저는 지금 그냥 롤빵에 버터를 바르려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옆 식탁의 모든 이들이 내가 먹는 것을 지켜보며 독려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자리를 빨리 뜨고 싶어 애간장이 타기 시작했다.
  마침내 내가 음식을 다 먹자 여종업원이 건너와 디저트를 권했다. "파이 한 조각 어떠세요? 블루베리, 블랙베리, 라스베리, 보이젠베리, 허클베리, 훼틀베리, 체리베리, 헤어리베리, 척베리, 그리고 베리베리 파이가 있답니다."
  "어이쿠, 됐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요." 나는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내 배는 셔츠 안에 베개라도 집어 넣은 것처럼 보였다.
  "그럼 아이스크림은 어떠세요? 초콜릿 칩, 초콜릿 퍼지, 초콜릿 리플, 초콜릿-바닐라 퍼지, 초콜릿 너트 퍼지, 초콜릿 마시멜로 스월, 퍼지 칩을 넣은 초콜릿 민트, 초콜릿 칩을 넣은 퍼지 너트, 초콜릿 칩을 넣지 않은 퍼지 너트 아이스크림이 있답니다."
  "그냥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없나요?"
  "아뇨, 그건 찾으시는 분이 별로 없어서요."
  "그럼 됐습니다."
  "그럼 케이크는 어떠세요? 케이크 종류는……."
  "정말 됐습니다."
  "커피는요?"
  "됐습니다."
  "정말이세요?"
  "네, 고맙습니다."
  "음, 그럼 물이라도 조금 더 드릴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 다음, 내가 계산서를 달라고 말을 전하기도 전에 물을 가지러 달아나버렸다. 옆 테이블 사람들은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웃었는데 꼭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맞았어, 우린 완전히 맛이 갔거든. 그래, 기분이 좀 어떠신감?"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중에서, 빌브라이슨, 권상미 옮김, 21세기북스, 2009




책 전체가 다 저런 식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나 재미있어서 길게 밑줄 그어봤습니다. 아이스크림 이름 나열 부분을 보면 "초콜릿 칩을 넣은 퍼지 너트" 가 2번 반복되는데 편집실수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궁금해요. 종업원이 2번 말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 ^_^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p.s. 예전에 starla님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추천해 주셨는데 이 책을 먼저 봤네요. *_* 다음 빌 브라이슨 책으로는 꼭 보겠습니다!
by delius | 2010/03/31 10:05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delius.egloos.com/tb/436715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의명 at 2010/03/31 21:39
추신이 왜 있나 했더니,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저자이기도 하군요; 그 책 재미있게 보다가 전부 보지 못하고 반납한 책인데; 이런 책도 썼다니;; 나중에 찾아봐야겠어요.
Commented by delius at 2010/03/31 23:57
- 의명님 :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에즈라 at 2010/04/01 09:00
어이쿠 재밌어라! 정말 고맙단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상황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 책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우연히 들러서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delius at 2010/04/01 13:35
- 에즈라님 : 그 덕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 /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second at 2010/04/01 13:50
어머 저 요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보고있는데, 이 책도 정말 재미있겠어요. 다 읽으면 한 번 시도해봐야겠네요 ^^
Commented by delius at 2010/04/01 13:57
- second님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읽고 계시는군요! 재미있다니 꼭 봐야겠네요~ :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



카테고리
전체
book
biography
obituary
music
entertainment
movie
internet
tour
underline
mistyped
photo
talk
publishing
press
exhibition
bonus
최근 등록된 덧글
"The individual con..
by 카지노사이트 at 08/30
"The suspect fled b..
by 카지노사이트 at 08/30
"We have to approac..
by 카지노사이트 at 08/30
Thursday that he is "..
by 카지노사이트 at 08/30
Once the investigatio..
by 카지노사이트 at 08/30
안녕하세요 .. 시간이 ..
by at 08/05
지식이 짧아서 잘 모르..
by 골룸 at 05/08
Rorex가 아닌 Rolex로..
by ㅇㅇ at 06/30
파리여행을 끝으로 올라..
by purejoy at 11/26
- 이요님: 네 신기한 소..
by delius at 08/31
메모장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최근 등록된 트랙백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by 잠보니스틱스
이전블로그
2013년 09월
2013년 08월
2013년 07월
2013년 06월
2013년 05월
2013년 01월
2012년 12월
2012년 11월
2012년 10월
2012년 09월
2012년 08월
2012년 07월
2012년 06월
2012년 05월
2012년 04월
2012년 03월
2012년 02월
2012년 01월
2011년 12월
2011년 11월
2011년 10월
2011년 09월
2011년 08월
2011년 07월
2011년 06월
2011년 05월
2011년 04월
2011년 03월
2011년 02월
2011년 01월
2010년 12월
2010년 11월
2010년 10월
2010년 09월
2010년 08월
2010년 07월
2010년 06월
2010년 05월
2010년 04월
2010년 03월
2010년 02월
2010년 01월
2009년 12월
2009년 11월
2009년 10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2009년 01월
2008년 12월
2008년 11월
2008년 10월
2008년 09월
2008년 08월
2008년 07월
2008년 06월
2008년 05월
2008년 04월
2008년 03월
2008년 02월
2008년 01월
2007년 12월
2007년 11월
2007년 10월
2007년 09월
2007년 08월
2007년 07월
2007년 06월
2007년 05월
2007년 04월
2007년 03월
2007년 02월
2007년 01월
2006년 12월
2006년 11월
2006년 10월
2006년 09월
2006년 08월
2006년 07월
2006년 06월
2006년 05월
2006년 04월
2006년 03월
2006년 02월
2006년 01월
2005년 12월
2005년 11월
2005년 10월
2005년 09월
2005년 08월
2005년 07월
2005년 06월
2005년 05월
2005년 04월
2005년 03월
2005년 02월
2005년 01월
2004년 12월
2004년 11월
2004년 10월
2004년 09월
2004년 08월
2004년 07월
이글루링크
erehwon.LAB
修身齊家萬事成
여성주의 코칭 연구소 Fem..
평범한 블로그
GROOVY FREAK
[SCENE-N-MIND]
log
SabBatH
까모의 룰루랄라~
잠보니스틱스
鐵木居士의 月印千江
河伊兒의 고물상
대답이 있다.그냥 시체는..
Extey Style
그냥그냥
들풀.넷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HIBERNATE IN LIBRARY
단순하고 소박하게
잉여 인간을 벗어나다 (..
추리소설 1000권 읽기! ha..
Closed
.
Love calling Earth : ..
Null Model
은하수를 여행하는 스트..
웅이네 방
일본에 먹으러가자.
秘するが花
Trivia
WALLFLOWER
Crooked House (..
the world is naked.
디지털을 말한다 by oojoo
한일 아이돌 뒷담화 온..
♠후리지아 향기처럼♠
v e r . b e t a
The Phantasist
卷き戾しの街
뭐 별 거 안 하는 블로그..
사는 이야기~
Pepe
Schubertiade
자유분방 / 殺身成戱
어스름한 달빛에 취해
§ 응!! §
차이컬쳐
이제는 없는 공주를 위하여
나르키
주로, 텍스트의 공간
isao의 IT,게임번역소
산하의 썸데이서울
사색의풍경
다이나믹 부산
witched little tiny hut
Dj ccuri의 림보니카니아
blogger jely
Sion, In The 3rd Dim..
누구의 것도 아닌 집
漁夫의 'Questo e quell..
Neverland
외노자
http://studioxga.net..
무명
Surviving in Australia
중급 애호가의 이런저런..
Lifelog
kumakuma memory ..
starla's trash can 혹..
Fithelestre in an Egloo
Life is hard when you..
골룸의 골방
다시 숲
てるてるx小女
.
無爲徒食
maniacs
AURA's Showcase
Photo archive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ad hoc record
평범한 김차장의 좌충우..
a quarantine station
Cafe Greco
Nomadic-land
D's Notizbuch
리치 커피 올드 패션의 ..
All about IT Trends
이곳은 雨柳堂입니다.
484
외계인 교차점
★ Memo Log !
LoLieL the Black On..
naoya.egloos.com
푸르미 세상
블로그스팟
담 배 가 없 다
drifter
메르카토르
그리고 나의 남은 이야기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Bistro Fishbowl
하이드
white table
아뿔싸! 지구에서 살다...
딸기밭은 영원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ㅁ-
묵색 혹성
한글이 꿈틀
モモのカンヅメ
쭈르르'스 이글루
손안의책 편집부입니다
[칼럼니스트]
날개를 펴는 곳
변천 Komix
이전
品절
허클베리 핀의 모험
woody's film review
bono
알라딘의 Coool~하게..
꼬냉이 야옹 야옹 *^o^*
33.GONY
두근두근 라이프
dayBYday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
Seek Your Daimonion
Kindred Spirits - 빨..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Dust's house
conan's lazy blogging
레스톨 블로그
더러운 물 속에서
아돌군의 잡설들.
로망의 연금술사
행복한 짐승
: 숨어있기 좋은 방 :
Black or White
High enough!
리비에라를 쏴라
주 모씨의 이바구별곡
쿤데라 할아버지도 못이룬..
ms.b.adler's-I.T.U..
동남아시아 11개국 Chan..
모리제의 일본생활
역설의 제 12 우주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Nanna's memory
레인블루 :: 책과 영화 ..
이공간 [異契褸雅粹透..
월간 키노 KINO 인덱스 ..
1+1=2
For the great stone f..
쓸데없는 것들의 박물지_
╔☺ ♫♪ 유치짬뽕 샤..
英雄本色
후랭클리 스피킹
잉여력27년
양을 쫓는 모험
Jeimian in Okinawa ..
23시 59분의 잉여로운 잡담실
그냥 사람이 사는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김부장의 가구 만들기
낭만주의자의 취향
寂兮寥兮
DICKHOUSE
finnegans cake
b군, m양을 만나다
.
뿔언니의 쓰잘때기 없는..
허주사우르스
zizek
hanuol blog
新 YoRoZU放談
ひるの幻、よるの夢
애자일 이야기
Homo Peregrino in the..
poeme electronique
커피광 낙서광
Backstage
QUELPART
Like a Complete Unk..
ex
펠레아스의 이글루
좋은 것만 좋아
How I Learned To Sto..
새로운 것은 언제나 신나게..
the Sputnik Sweethe..
무재칠시(無財七施)
예술영화전문블로그 씨..
Fantastic world
괜스레저렇게
thru and thru
Lost and Found
나의산행기
밤의 열두 시간
O.O
-
참 쓸쓸한 당신의 독
투블럭Ai
mocca
다섯번째 방
정치는 현실입니까?
안녕하세요
hongahn.me
youlhwadang 'librar..
...............
PLAYGROUND
Hey Julie
joooh
Post Gun-in era
숨은 방
베를리너에서 서울리따로.
앤잇굿? Since 2007
steal life
수줍은 느낌의 미소
.
I'm Not Joking
~Floating Paradise~
dunkbear의 블로그 3.0
FLOW
시사만화 '골판지'
The Last Order
Secret Chamber
SEOUL-in
words can hurt you
♨ 영혼은 죽지않아- 하..
crisp
인생이란 필드의 문화기술지
arctic letters from lon..
wanna be a free man.
클래식 음악 노트
Jiy
잘나가는 꼬마사자의 사파리
이글루 파인더

포토로그

D E L I U S
태그
퐁텐블루성 그랑트리아농 키스해링전 기메박물관 파리 일랴세갈로비치 퀴리뮤지엄 뱅센 퐁텐블로 프랑스여행 쁘띠트리아농 베르사유 로댕미술관 베르사이유궁전 오르세미술관 세갈로비치 퐁텐블루 파리건축박물관 클뤼니중세박물관 퐁텐블로성 들라크루아미술관 일리야세갈로비치 얀덱스 팡테온 캐브랑리박물관 베르사유궁전 오르세 파리여행 키스해링 퀴리박물관
전체보기
rss

skin by Ho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