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순찰하는 날, 요코야마가 걸으면서 물었다.
"자네, 낚시는 하는가?"
세이지는 대답했다.
"아뇨, 해본 적 없습니다만."
"난 좀 하는데 말이야. 처음 시작했을 때가 떠올라. 강의 흐름을 보고 있어도 어디에 물고기가 있는지는 보일 리가 없잖나. 그런데 내게 낚시를 가르쳐준 삼촌한테는 물고기가 보이는 거야. '봐, 저 웅덩이 쪽에 있어."라느니 '저 얕은 목 앞에 있어'라느니, 손가락질을 하면서 알려주는데, 나는 아무리 집중해서 봐도 보이질 않는 거야. 처음에 난 삼촌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강 속에 물고기 모습이 보이는 거야. 삼촌이 가리킨 장소에 분명히 물고기가 보여. 이렇게 확실하게 보이는 게 그 동안 보이지 않았다니, 내 눈이 어떻게 됐던 건가 하고 이상해 했지. 자네도 말일세……."
요코야마는 시선을 여전히 거리의 인파로 향한 채 말했다.
"언젠가 순사의 안목이 단련될 게야. 똑같이 이 히로코지나 아메야요코초를 걸어도 다른 것이 보이게 될 게야. 그것도 그런 순간은 뜻하지 않게 별안간 찾아오지. 차츰차츰 보이는 게 아니야. 갑자기 눈가리개를 벗겨낸 것처럼 눈에 보이지." [경관의 피] 상권 중에서, 사사키 조, 김선영 옮김, 비채, 2009
천재들도 많고 조숙하게 인생을 깨달은 이들도 많지만 이런 대목을 접하면 작가가 몇 년생인지 궁금해서 소개란을 살펴보게 됩니다. 1950년 홋카이도 삿포로 출생. 작가도 주인공의 선배인 요코야마처럼 단련된 안목과 긴 호흡으로 이 소설을 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소설은 크게 3부분으로 1948년 경찰관이 된 안조 세이지를 시작으로 그의 아들 다미오
다마요, 손자 가즈야가 각 장의 중심인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작품 제목은 3대가 모두 경찰이라는 의미의 혈통을 의미하기도 하면서 또 소설의 큰 줄기가 되는 세이지와 다마요의 사건을 뜻하기도 합니다.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만 떠올리면서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될 것 같지만, 천천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이야기 전개도 그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야기의 재미뿐만 아니라 힘을 느끼게 해준다는 면에서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p.s.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
http://www.tv-asahi.co.jp/keikan/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번역본 표지 맘에 쏙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