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래서 야쿠자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거야
... 하시즈메는 바로 칼날을 뽑아 내 턱 아래 들이댔다. 살짝 통증이 왔다.
  "다시는 그따위 짓 하지 마." 하시즈메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내가 왜 널 죽이지 않는지 알아? 야쿠자가 누군가를 죽일 때는 자신보다 상대가 잃는 것이 많다는 손익계산이 있기 때문이야. 세상 사람들이 야쿠자를 두려워하는 것도 그 손익계산이 되기 때문이지. 야쿠자와 서로 죽인다 해도 상대편아 훨씬 손해거든. 슬퍼할 부모가 있고, 보복을 두려워할 마누라가 있고, 길거리를 헤맬 자식이 있고, 멍청한 짓을 했다고 꾸짖을 친구가 있어. 그래서 야쿠자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거야. 하지만 넌 어때? 지금 널 죽여봤자 내가 너보다 잃을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시즈메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시즈메는 칼날을 접어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실크 넥타이를 고쳐 매고 올백으로 넘긴 머리를 쓰다듬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냉정해졌다. ...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중에서, 하라 료, 권일영 옮김, 비채, 2008




[내가 죽인 소녀]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 하라 료의 작품 중 국내 번역된 유일한 작품입니다.(예전에 [내가 죽인 소녀]가 번역되었지만 절판되어 구할 수 없어요 ㅠㅠ) 작가소개를 보면 원래 과작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출간한 장편소설이 4편뿐이라고 하니 국내출간작품이 1권이라도 그렇게 적다는 생각이 안드네요. 위의 밑줄은 주인공 사와자키 탐정과 야쿠자가 만나는 장면인데 사와자키에 대한 느낌과 그의 유머감각 - "하시즈메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였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본인은 이야기 하지만 실제 독자인 저는 야쿠자의 말에 동감했거든요 ^^ - 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서 골라봤습니다. "헝크러진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질 때, 밤의 도시는 긴 어둠에서 깨어난다"는 뒷표지의 말처럼 여러가지 관련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사와자키의 수사를 통해서 하나로 연결되는데, 이렇게 배후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미스테리적인 면도 소홀하지 않아서 하라 료 = 하드보일드라만 생각하고 봤다가 덤으로 재미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앞에 이야기한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만큼이나 등장인물이 많아서 - 맨앞의 등장인물을 세보니 27명 - 이름때문에 많이 힘들겠구나.. 했는데 의외로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며 읽었습니다.(하지만 후반부에 나오키와 나오코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 대사에서 나올 때는 조금 헷갈렸어요. 흑흑)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작품이라서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p.s. 옮긴이의 말에 보면 비채에서 하라 료의 소설을 모두 소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만세~ 2번째 작품은 [내가 죽인 소녀]~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원서 표지도 멋지지만 번역본 표지 정말 멋져요~
by delius | 2009/06/27 09:09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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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crobat at 2009/06/27 09:23
<내가 죽인 소녀>는 표지 시안도 나왔고 하니 금방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starla at 2009/06/27 10:02
꺅! 저도 이 책 너무 좋아요!
이제나저제나 하라 료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중년탐정 팬클럽 만들 생각입니다. ㅎㅎㅎ
Commented by delius at 2009/06/27 11:02
- acrobat님 : 와~ 그럼 정말 얼마 안남았겠네요~ 정보 고맙습니다~
- starla님 : 꺅 저도~ 좋아요~ 다른 고독한 탐정과 달리 유머감각도 풍부한 것 같아서 더 좋아요~ : ) / 팬클럽 만드시면 유령회원으로라도 활동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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