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자신이 쓴 글을 상대방이 고친다는 게 고통스럽지는 않나요?
자신이 쓴 글을 상대방이 고친다는 게 고통스럽지는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쉬웠어요. 몇 가지 이유가 있죠. 첫째, 우리의 기묘한 공동 작업에는 신뢰가 필요해요. 우리는 서로의 독자이자 편집자인 거죠. 즉, 서로의 글을 고친다는 것은 결코 개인적인 이기심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그걸 좀 더 니키 프렌치다운 작품으로, 좀 더 니키 프렌치다운 스타일로 만들어 나가는 거죠. 이건 파워 게임 같은 게 아니에요. 좀 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죠.
  그리고 우리는 절대 상대방 앞에서 글을 고치지 않아요. 그건 너무나 가혹하죠. 우린 혼자서 작품을 고치고, 컴퓨터 모니터에 수정된 원고가 나타났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글이 고쳐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말다툼 같은 건 안하시나요?"


그럴리가요. 우리는 꽤 자주 다투는 편입니다. 달콤하고 평화로운 시간은 아니죠. 그렇다고 상대가 글을 고친 것을 두고 싸우는 건 아니에요. 대신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 설거지는 누가 할 차레냐 같은 걸로 싸우죠. 정말이지 우리가 쓰는 소설들은 우리의 대화와 의견의 불일치에서 비롯됩니다. 작품은 일종의 몸부림에서 탄생하고, 이제 우리는 그걸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산자의 땅], 니키 프렌치, 노진선 옮김, 시작, 2008




작가 니키 프렌치라는 필명은 니키 제라드와 숀 프렌치 부부의 이름을 결합한 것이라고 합니다. 위에 밑줄 친 부분은 이런 공동작가의 작품을 읽게 되면 드는 항상 드는 의문에 대한 대답인데 작품에 대한 이해와는 별개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산자의 땅]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많이들 이야기 하고 있는 초반부의 묘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텐데, 만약 이런 감금 상황 - 상상도 하기 싫지만 - 에 빠진다면 아마 정말 이럴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치밀한 심리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초반이 강한 탓에 중반부의 흐름이니 결말의 마무리는 조금 처진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아마도 주인공이 그냥 평범하고 큰 특기나 놀라운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더 현실감이 느껴지는데 이런 식의 짧고 강한 마무리가 개인적으로는 살짝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2~3주 연락이 없어도 부모는 물론이고 회사동료, 친구 아무도 찾지 않는 모습이나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또 스스로의 기억에 의존하기도 어려운 상황 또한 무섭기는 마찬가지였구요.


초반부의 묘사가 거슬리는 분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이런 일이 정말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정도로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는데 꼭 그걸 소설로도 읽어야겠어? 하는 마음이 들 수도... )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니키 프렌치의 다른 작품들의 출간과 영화화 된다는 작품을 기대해보려고 합니다. 영화화되기에 적합해 보여서 누가 이 역을 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기도 좋은 작품이에요.




p.s. 번역본과 다양한 원서 표지
by delius | 2009/06/21 01:02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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