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생태도감 | 이노우에 히로노부
[책을 읽고 나서]


[의사생태도감] 표지에는 의사 인형 4개가 표본처럼 놓여 있습니다. 차례대로 "돈으로 아들을 의대에", "교통사고 환자는 돈벌이", "환자와의 사랑", "환자보다 골프"라는 라벨이 붙어 있는데 책에는 이 짧은 문구들에 대한 단편 "부정입학", "경부염좌", "섭식장애", "의료과실" 4편이 담겨 있습니다. 게임개발자가 되고 싶은 아들을 의대에 부정입학이라도 시켜 의사로 만들어 병원을 물려주려는 아버지의 범죄 이야기인 첫번째 단편 "부정입학"의 시작은 도쿄 북구에 있는 오카구라 병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부정입학 대상이 되는 교와대학에 대한 설명, 의대입학금에서 부정입학 기부금 규모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이야기가 묘사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요.


"... 쇼고는 사립의대의 학비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하여 알고 있었다. 동시에 편차치(일본의 교육제도에서 학교 및 학생 간의 서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자료-옮긴이)에 대해서도 조사하여 수도권에서 입학이 비교적 용이한 의대 몇 군데의 정보도 알고 있었다. 사립의대의 경우 6년간 학비가 가장 싼 곳은 2천만 엔 정도지만 그 대신 편차치가 터무니없이 높다. 최저레벨의 편차치가 50대로 중간 정도인 몇 개의 학교로 좁혀보면 3천 5백만에서 5천만 엔 시세이다. 부정입학 기부금은 5천 만에서 1억 엔 사이인 것 같다. 그러나 그 중에는 1억 엔으로도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


오랫동안 손해보험조사원으로 활동하다가 소설가로 데뷔한 작가의 이력에 이러한 세부묘사까지 고려하면 단지 소설속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현실감이 강합니다. 특히 수록된 단편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무대가 되는 병원과 의사의 이력을 소개하는 부분, 의사·병원에 얽힌 배경이야기 - 예를 들면 1979년 전까지 일본의 의료기관은 세금우대 제도가 있어서 경비가 72%까지 인정이 되었었다는 사실이나 지역의사협회의 영향력에 대한 설명 등 - 가 잘 섞여 있어서 논픽션을 읽는 느낌도 듭니다. 물론 4편 단편 모두 잘못된 결정과 나쁜짓 한 이들이 잘먹고 잘사는 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것이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요. ^_^ 개인적으로는 환자보다는 주색잡기와 골프에 더 관심이 있는 원장 이야기인 4번째 단편 "의료과실"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다른 단편들에 비해서 여러 유형의 의사 캐릭터가 골고루 섞여 있는 작품이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적인 요소는 거의 없는 작품이나 참고하세요~ 참고로 책의 부제는 "본분을 잊은 의사들이 맞이하는 4가지 파국" ^^ 입니다.


[서지정보]


제목 : 의사생태도감
원제 : 赤ひげの末裔たち―小説・お医者さま生態図鑑 (2007)
지은이 : 이노우에 히로노부 [伊野上裕伸]
옮긴이 : 정숙경
출판사 : 대교북스캔
발간일 : 2008년 04월
분량 : 352쪽
값 : 9,000원




p.s. 원제인 "붉은 수염의 후예들 赤ひげの末裔たち"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붉은 수염 赤ひげ]에서 유래한 것 같습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허준의 후예들" 정도가 될 것 같네요. : )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제목이랑 참 잘 어울리는 표지~
by delius | 2009/01/11 10:56 | book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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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ie at 2009/01/11 14:35
그러니까.. 의사들을 핀으로 콕콕 찍어서... 표본을... ;)
같은 사진을 사용했는데도 느낌이 다른것이 재미있어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9/01/12 01:55
- Charlie님 : 도감을 위한 표본을 만드려고 어쩔 수 없이... (퍽) / 네~ 글자배치로도 뭔가 다른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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