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서른을 넘기면 더 이상 친구는 만들지 못해
  "나는 말이야, 요즘 곰곰이 생각해……."
  마유즈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계속 말했다.
  "서른을 넘기면 더 이상 친구는 만들지 못해. 일하는 파트너야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신뢰할 수 있는 놈들도 있지만 역시 친구는 아니지. 서로 유치하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결국은 이십대까지야. 그때까지 만난 놈들이 친구야."
  마유즈미가 이 말을 하고 싶어 여기에 왔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가방" 중에서, [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민경욱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 부분을 읽다보니(위 밑줄은 책 뒷표지에도 있습니다~) 예전 대학OT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대학교 때 친구와 고등학교 때 친구에 대한 것이었는데 딱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흘렀던 것이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이야기. 그런데 그게 30대로 확장이 되었네요. ㅜㅜ 뭐 나이 많으신 분들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니 전혀 아닌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고 -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책에 수록된 "가방"이라는 단편의 주인공 쓰게는 경찰학교 동기인 마유즈미에게 이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만 얻어서 슬픔이 담긴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는 마유즈미로부터 도망치듯 자리를 피합니다. 역자의 말에서 잘 그리고 있듯이 이 소설은 "출세가 뭔지, 승진이 뭔지 사람들끼리 속고 속이며, 그것을 파헤쳐야 하는 이들조차도 그 굴레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살풍경"을 담담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 살풍경 안에 마유즈미도 있고 쓰게도 있고, 느슨한 4편의 단편을 묶어주고 있는 주인공격인 후지와타리에게도 있는 셈이죠. 그래서 어쩌란 말이얏! 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요코야마 히데오는 뭐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게는 이런 구석은 있는 법이지... 하고 조용히 위로를 해줍니다. 쓰게가 단편 마지막에 아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말도 그런 작은 위로 중 하나인 셈이지요. 요코야마 히데오의 다른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으셨던 분에게는 당연히 추천,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같은 번역가의 작품~) 같은 소설 또 없나 하시는 분에게도 여기요! 하고 권하고 싶습니다.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by delius | 2008/10/06 22:37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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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D E L I U S.. at 2008/12/20 00:17

... 자에게 감사하며 [보이지 않는 가슴]을 올해 최고로 올려봅니다. 3. 소설 [발간연도에 관계없이 읽은 시점 기준 - -;;.] 만화 포함 후보작 15권 - 골든 슬럼버 - 그늘의 계절 - 나이팅게일의 침묵 / 제너럴 루주의 개선 - 돌아보지마 - 미식예찬 - 방황하는 칼날 -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 - 살인의 역사 - 서라벌 사람들 - 아주 사적 ... more

Commented by keachel at 2008/10/07 02:04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국내발간작 표지는 따뜻하면서도 내용을 담고 있는 표지라 너무 마음에 듭니다.. (전권 소장중이라 매번볼때마다 행복하달까요..)
예전에는 저 말이 동감이 안갔는데. 대학들어오고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저 대사에 무척 동조하게 되더군요. 친구라는건 어찌보면 쉽지만 어려운것도 친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니키타 at 2008/10/07 13:30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꼭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것이라고요... 무심하다며, 나쁜지지배라고 욕하던 내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다음기회에 꼭 읽어 봐야 겠어요.
keachel님의 말씀처럼 표지가 참 따뜻하네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8/10/07 14:25
- keachel님 : 네~ 색깔이 노란색 계열이라 더 따뜻해 보이는 것 같아요. / 네 쉽게 보면 쉽지만 어렵게 보면 어려운...
- 니키타님 : 그 말에 동감이 되네요. 어느 것에나 노력이 필요한 것 같군요. / 네 적극 추천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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