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귀신들한데도 이런저런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 바로 이런 게 안 좋다니까. 목소리를 낮추고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굴면 거기에 귀신이 몰려드는 것이다. 나는 귀신을 믿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귀신이라. 좋아, 일단 있다 치자고. 하지만 귀신들한데도 이런저런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귀신이 잘 나타나는 사람과 안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그렇다.
  어떤 파티에 처음 갔다고 하지. 하지만 아무도 소개를 해주지 않는다. 파티에 온 다른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득 그때 할 일 없이 혼자 따분해하는 사람을 발견한다. 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 생각을 하먄 그 마음이 전달되어 상대방도, '말을 걸어주면 한번 얘기해 봐야지.'하는 표정과 태도를 취한다.
  먼저 이심전심이 있고 나면 우호적인 마음이 오가는 것을 서로 확인하게된다. 이쪽에서 "참 화려한 모임이네요."하며 접근하면 상대도 얼씨구나 화답한다. "정말로 호화롭네요." 그렇게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된다.
  사는 차원이 인간과 다른 귀신이라도 이것저것 인간에 관해 연구하고 있을 게 뻔하다. 이 인간은 귀신과 궁합이 좋은지 나쁜지(속기 쉬운지 어떤지) 등등 상하좌우를 두루 살펴가며 궁리하지 않겠는가.
  나 같은 사람은 귀신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궁합이 안 좋은 축에 속할 테니 아예 처음부터 무시해버릴 테지.
  "에이, 저 할망구는 못써."
  반면, 미간에 깊이 새긴 세로 주름, 숨죽인 목소리, 절박한 표정 등은 귀신이 가장 좋아하는 곰팡이다 보니 귀신은 그 좋은 코로 금방 냄세를 맡고,
  "좋았어, 저 여자가 딱이야!"
하며 다가온다.
  이런 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실은 나도 귀신이 무섭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거나 일흔일곱 해를 살아오면서 한 번도 귀신을 본 적이 없으니, 아마 앞으로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



"우타코 씨 탐정 되다" 중에서, [두근두근 우타코씨], 다나베 세이코, 권남희·이학선 옮김, 여성신문사, 2007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과 [아주 사적인 시간]로 만난 바 있는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집.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사는 77세의 할머니가 주인공인 연작 단편 7편이 실려있는데 주인공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인 탓에 즐겁게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서 하하하 웃기도 했구요. 남편과 사별하고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은퇴한 우타코 아줌마(할머니라고 하면 화를 내는 ^^)가 겪는 노년의 일상 이야기들인데, 뭉클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부분에 버릇없는 아들들과 유산을 기다리는 (코믹한) 며느리들의 이야기도 양념처럼 섞여서 한 편 한 편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타코 아줌마는 재력도 풍부하고 (젋었을 때 고생했고 재테크를 위해서 노력도 기울여서 ^.^) 자신의 선택이나 기준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노년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도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 정도의 현실성이 있는 점도 맘에 들었습니다. 혼자 사는 불쌍한 노인이라는 우리의 일반적인 노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과는 정반대에 있는 주인공이 작가의 연배와 겹치면서 (다나베 세이코는 1928년생) 작가에 대한 흥미가 더 커졌는데 다른 작품들도 번역 출간되어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p.s. 번역본 표지는 [연문]의 표지처럼 -_- "아 좀 더 표지가 잘 나와서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는데, 어찌보면 화사한 것이 소설 내용과 맞는 부분도 있는 것 같네요. 원서 표지의 일러스트는 딱 우타코 할머니 같습니다. :-)
by delius | 2008/10/04 23:34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7)
트랙백 주소 : http://delius.egloos.com/tb/392893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10/04 23:54
뭐 귀신들에게도 이런 저런 취미가 있다는 건 공감됩니다. 喬兒는 귀신을 실제 보지는 못 했지만, (그저 어릴 적 꿈에서 귀신에게 끌러가는 꿈...) 그래도 믿는 편이니까요.
물론 喬兒는 귀신이 사람을 해코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주의지만...(다 인간이 죄가 많아 놀라는 바람에 사고 치는 거지요. ㅎㅎ)
Commented by delius at 2008/10/05 00:06
- 제갈교님 : 네~ 저도 동감입니다. 특히 "다 인간이 죄가 많아 놀라는 바람에 사고 치는 거지요" 부분 :-)
Commented by Charlie at 2008/10/05 09:04
언제나 그렇지만 제일 무서운건 사람..
어떤 나이대를 겪지 않고 그 나이대 사람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요?
혹시 그런 예를 아시는 것이라도..?
Commented by 우사미 at 2008/10/05 10:32
원서 표지를 보니 왠지 귀여운 할머니일 것 같아요 :) 앞으로 읽을 책 리스트에 추가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delius at 2008/10/05 18:55
- Charlie님 : 맞는 말씀~ / 남자면서 로맨스 소설을 잘 쓰시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 같은 분이 있었던 것을 보면.. (퍽) 나이나 성별은 사실 작가가 그려내는 캐릭터의 완성도와는 그닥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저같이 소설 외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는 "오호~ 이 작가의 실제 삶이 어느정도 반영된거 아냐?"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
- 우사미님 : 네 귀여우면서도 당차고 늠름한 분이시죠~ : ) 추천입니다~
Commented by 니오 at 2008/10/23 14:40
^^ 재밋는 책일거 같네요. 구입해서 봐야겠습니다. 추천감사합니다.
Commented by delius at 2008/10/24 17:21
- 니오님 : 네~ 적극 추천입니다. 우타코 할머니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



카테고리
전체
book
biography
obituary
music
entertainment
movie
internet
tour
underline
mistyped
photo
talk
publishing
press
exhibition
bonus
최근 등록된 덧글
안녕하세요 .. 시간이 ..
by at 08/05
지식이 짧아서 잘 모르..
by 골룸 at 05/08
Rorex가 아닌 Rolex로..
by ㅇㅇ at 06/30
파리여행을 끝으로 올라..
by purejoy at 11/26
- 이요님: 네 신기한 소..
by delius at 08/31
두번째 중세박물관의 그..
by 이요 at 08/30
- 카이토님 : 감사합니다..
by delius at 07/29
오~ 감사합니다 딱 이렇..
by 카이토 at 07/25
- 잘나가는 꼬마사자님:..
by delius at 07/19
저거 콩시에르 쥬리였군..
by 잘나가는 꼬마사자 at 07/18
메모장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최근 등록된 트랙백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by 잠보니스틱스
이전블로그
2013년 09월
2013년 08월
2013년 07월
2013년 06월
2013년 05월
2013년 01월
2012년 12월
2012년 11월
2012년 10월
2012년 09월
2012년 08월
2012년 07월
2012년 06월
2012년 05월
2012년 04월
2012년 03월
2012년 02월
2012년 01월
2011년 12월
2011년 11월
2011년 10월
2011년 09월
2011년 08월
2011년 07월
2011년 06월
2011년 05월
2011년 04월
2011년 03월
2011년 02월
2011년 01월
2010년 12월
2010년 11월
2010년 10월
2010년 09월
2010년 08월
2010년 07월
2010년 06월
2010년 05월
2010년 04월
2010년 03월
2010년 02월
2010년 01월
2009년 12월
2009년 11월
2009년 10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2009년 01월
2008년 12월
2008년 11월
2008년 10월
2008년 09월
2008년 08월
2008년 07월
2008년 06월
2008년 05월
2008년 04월
2008년 03월
2008년 02월
2008년 01월
2007년 12월
2007년 11월
2007년 10월
2007년 09월
2007년 08월
2007년 07월
2007년 06월
2007년 05월
2007년 04월
2007년 03월
2007년 02월
2007년 01월
2006년 12월
2006년 11월
2006년 10월
2006년 09월
2006년 08월
2006년 07월
2006년 06월
2006년 05월
2006년 04월
2006년 03월
2006년 02월
2006년 01월
2005년 12월
2005년 11월
2005년 10월
2005년 09월
2005년 08월
2005년 07월
2005년 06월
2005년 05월
2005년 04월
2005년 03월
2005년 02월
2005년 01월
2004년 12월
2004년 11월
2004년 10월
2004년 09월
2004년 08월
2004년 07월
이글루링크
erehwon.LAB
修身齊家萬事成
여성주의 코칭 연구소 Fem..
평범한 블로그
GROOVY FREAK
[SCENE-N-MIND]
log
SabBatH
까모의 룰루랄라~
잠보니스틱스
鐵木居士의 月印千江
河伊兒의 고물상
대답이 있다.그냥 시체는..
Extey Style
그냥그냥
들풀.넷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HIBERNATE IN LIBRARY
단순하고 소박하게
잉여 인간을 벗어나다 (..
추리소설 1000권 읽기! ha..
Closed
.
Love calling Earth : ..
Null Model
은하수를 여행하는 스트..
웅이네 방
일본에 먹으러가자.
秘するが花
Trivia
WALLFLOWER
Crooked House (..
the world is naked.
디지털을 말한다 by oojoo
한일 아이돌 뒷담화 온..
♠후리지아 향기처럼♠
v e r . b e t a
The Phantasist
卷き戾しの街
뭐 별 거 안 하는 블로그..
사는 이야기~
Pepe
Schubertiade
자유분방 / 殺身成戱
어스름한 달빛에 취해
§ 응!! §
차이컬쳐
이제는 없는 공주를 위하여
나르키
주로, 텍스트의 공간
isao의 IT,게임번역소
산하의 썸데이서울
사색의풍경
다이나믹 부산
witched little tiny hut
Dj ccuri의 림보니카니아
blogger jely
Sion, In The 3rd Dim..
누구의 것도 아닌 집
漁夫의 'Questo e quell..
Neverland
외노자
http://studioxga.net..
무명
Surviving in Australia
중급 애호가의 이런저런..
Lifelog
kumakuma memory ..
starla's trash can 혹..
Fithelestre in an Egloo
Life is hard when you..
골룸의 골방
다시 숲
てるてるx小女
.
無爲徒食
maniacs
AURA's Showcase
Photo archive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ad hoc record
평범한 김차장의 좌충우..
a quarantine station
Cafe Greco
Nomadic-land
D's Notizbuch
리치 커피 올드 패션의 ..
All about IT Trends
이곳은 雨柳堂입니다.
484
외계인 교차점
★ Memo Log !
LoLieL the Black On..
naoya.egloos.com
푸르미 세상
블로그스팟
담 배 가 없 다
drifter
메르카토르
그리고 나의 남은 이야기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Bistro Fishbowl
하이드
white table
아뿔싸! 지구에서 살다...
딸기밭은 영원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ㅁ-
묵색 혹성
한글이 꿈틀
モモのカンヅメ
쭈르르'스 이글루
손안의책 편집부입니다
[칼럼니스트]
날개를 펴는 곳
변천 Komix
이전
品절
허클베리 핀의 모험
woody's film review
bono
알라딘의 Coool~하게..
꼬냉이 야옹 야옹 *^o^*
33.GONY
두근두근 라이프
dayBYday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
Seek Your Daimonion
Kindred Spirits - 빨..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Dust's house
conan's lazy blogging
레스톨 블로그
더러운 물 속에서
아돌군의 잡설들.
로망의 연금술사
행복한 짐승
: 숨어있기 좋은 방 :
Black or White
High enough!
리비에라를 쏴라
주 모씨의 이바구별곡
쿤데라 할아버지도 못이룬..
ms.b.adler's-I.T.U..
동남아시아 11개국 Chan..
모리제의 일본생활
역설의 제 12 우주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Nanna's memory
레인블루 :: 책과 영화 ..
이공간 [異契褸雅粹透..
월간 키노 KINO 인덱스 ..
1+1=2
For the great stone f..
쓸데없는 것들의 박물지_
╔☺ ♫♪ 유치짬뽕 샤..
英雄本色
후랭클리 스피킹
잉여력27년
양을 쫓는 모험
Jeimian in Okinawa ..
23시 59분의 잉여로운 잡담실
그냥 사람이 사는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김부장의 가구 만들기
낭만주의자의 취향
寂兮寥兮
DICKHOUSE
finnegans cake
b군, m양을 만나다
.
뿔언니의 쓰잘때기 없는..
허주사우르스
zizek
hanuol blog
新 YoRoZU放談
ひるの幻、よるの夢
애자일 이야기
Homo Peregrino in the..
poeme electronique
커피광 낙서광
Backstage
QUELPART
Like a Complete Unk..
ex
펠레아스의 이글루
좋은 것만 좋아
How I Learned To Sto..
새로운 것은 언제나 신나게..
the Sputnik Sweethe..
무재칠시(無財七施)
예술영화전문블로그 씨..
Fantastic world
괜스레저렇게
thru and thru
Lost and Found
나의산행기
밤의 열두 시간
O.O
-
참 쓸쓸한 당신의 독
투블럭Ai
mocca
다섯번째 방
정치는 현실입니까?
안녕하세요
hongahn.me
youlhwadang 'librar..
...............
PLAYGROUND
Hey Julie
joooh
Post Gun-in era
숨은 방
베를리너에서 서울리따로.
앤잇굿? Since 2007
steal life
수줍은 느낌의 미소
.
I'm Not Joking
~Floating Paradise~
dunkbear의 블로그 3.0
FLOW
시사만화 '골판지'
The Last Order
Secret Chamber
SEOUL-in
words can hurt you
♨ 영혼은 죽지않아- 하..
crisp
인생이란 필드의 문화기술지
arctic letters from lon..
wanna be a free man.
클래식 음악 노트
Jiy
잘나가는 꼬마사자의 사파리
이글루 파인더

포토로그

D E L I U S
태그
퐁텐블루 캐브랑리박물관 파리건축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베르사이유궁전 들라크루아미술관 얀덱스 퀴리뮤지엄 세갈로비치 일리야세갈로비치 오르세 퀴리박물관 일랴세갈로비치 팡테온 쁘띠트리아농 뱅센 키스해링 프랑스여행 로댕미술관 베르사유 그랑트리아농 파리 키스해링전 클뤼니중세박물관 기메박물관 퐁텐블루성 퐁텐블로성 베르사유궁전 퐁텐블로 파리여행
전체보기
rss

skin by Ho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