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미국의 패권이 대영제국과 다른 이유
... 과거의 대영제국이 미국의 세계 패권 확립에 모델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영국은 한계를 알았다. 특히 현재도 미래도 군사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영국은 중량급 국가로서 헤비급 세계 챔피언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세계 정복자들의 직업병인 과대망상증에 걸리지 않았다. 영국은 역사상 어느 제국보다 더 넓은 영토를 점령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통치했지만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러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해상 패권을 잡았던 영국 해군은 세계 지배에 적합한 군대가 아니었다.
 영국은 침략과 전쟁으로 세계적인 지위를 확립하고 나자 가능한 한 유럽 국가들의 정치에 참견하지 않으려 했고, 서반구에서는 아예 정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제국 산하의 국가들이 자치적으로 살아 나갈 수 있도록 세계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20세기 중반 서방의 해외 제국 시대가 끝날 때 영국은 다른 어떤 제국보다 빨리 '시대의 변화'를 인정했다. 그리고 영국의 경제가 제국의 힘보다는 무역에 의존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그런 손실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영국은 그보다 훨씬 전 미국 식민지를 잃었던 쓰라린 시절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런 교훈을 깨칠 것인가, 아니면 정치·군사적 힘만 믿고 허물어져 가는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고 억지를 쓸 것인가? 그렇게 패권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질서가 아니라 무질서가, 세계 평화가 아니라 분쟁이, 문명의 발전이 아니라 야만주의가 우세하게 될까? 햄릿의 말처럼 "바로 그것이 문제"다. 오직 미래만이 그 대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역사가들은 예언자가 아니기 때문에 필자가 여러분들에게 그 대답을 해 줄 수는 없다.



"미국의 패권이 대영제국과 다른 이유"중에서, [폭력의 시대], 에릭 홉스봄, 이원기 옮김, 민음사, 2008




홉스봄이 여러 매체, 강연을 통해 발표한 에세이, 강연 원고를 한 권으로 묶은 책으로 20세기와 21세기의 전쟁, 평화, 제국, 민주주의, 테러, 폭력, 미국, 민족주의에 대한 10편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마다 세계라는 커다란 그림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함을 깊이 느끼게 되는데, ㅠㅠ 그나마 이 책은 민족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폭력의 시대의 공공질서"라는 장에서는 축구와 훌리건의 예를 들고, 세계적인 국가간의 전쟁은 줄어들겠지만 내전, 소규모 국지전은 훨씬 늘어날 것이며, 민간인 피해는 엄청나게 된다고 말하면서는 "2000년 미얀마의 전투관련 사망자는 500명 정도였다. 그러나 그로 인해 '국내에서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사람은 약 100만 명이나 됐다"고 이야기 하는 식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어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이 읽었지만 논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쪽이 채 안되는 짧은 책이고 어떤 장은 10페이지도 채 안되지만 귀 기울일 가치가 충분한 이야기들로, 앞으로의 세기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큰 그림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네요.




p.s. 원제는 "Globalisation, Democracy and Terrorism". 홉스봄의 저작들이 대부분 "~의 시대"라는 것에 착안한 출판사가 그의 자서전 "Interesting Times"(흥미로운 시대)를 [미완의 시대](민음사, 2007)라고 번역해서 출간한데 이어서 이번 책은 [폭력의 시대]로 출간했습니다. 하지만 "Interesting Times"의 표지 사진을 원래 번역본에는 사용하지 않고 이번 책에 사용한 것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래는 번역본 표지와 원서표지, 그리고 "Interesting Times" 표지와 번역본 [미완의 시대] 표지~
by delius | 2008/09/15 12:28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delius.egloos.com/tb/390404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D E L I U S.. at 2008/12/20 00:17

... 화 읽기 - 몸 사냥꾼 - 보이지 않는 가슴 -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 양반의 사생활 - 정의와 정의의 조건 - 평등해야 건강하다 - 폭력의 시대 올해 제가 읽은 최고의 비소설~선정후기 : 작년에는 그나마 작년과 달리... 라고 했지만 올해는 작년처럼 올해도 소설만 읽었던 것 같네요. 후보작과 읽은 비소설 전 ... more

Commented by ESTRA at 2008/09/15 19:20
패권주의...그 흐름이 어떻게 될것인가 예상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Commented by delius at 2008/09/16 08:15
- ESTRA님 : 네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



카테고리
전체
book
biography
obituary
music
entertainment
movie
internet
tour
underline
mistyped
photo
talk
publishing
press
exhibition
bonus
최근 등록된 덧글
안녕하세요 .. 시간이 ..
by at 08/05
지식이 짧아서 잘 모르..
by 골룸 at 05/08
Rorex가 아닌 Rolex로..
by ㅇㅇ at 06/30
파리여행을 끝으로 올라..
by purejoy at 11/26
- 이요님: 네 신기한 소..
by delius at 08/31
두번째 중세박물관의 그..
by 이요 at 08/30
- 카이토님 : 감사합니다..
by delius at 07/29
오~ 감사합니다 딱 이렇..
by 카이토 at 07/25
- 잘나가는 꼬마사자님:..
by delius at 07/19
저거 콩시에르 쥬리였군..
by 잘나가는 꼬마사자 at 07/18
메모장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최근 등록된 트랙백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by 잠보니스틱스
이전블로그
2013년 09월
2013년 08월
2013년 07월
2013년 06월
2013년 05월
2013년 01월
2012년 12월
2012년 11월
2012년 10월
2012년 09월
2012년 08월
2012년 07월
2012년 06월
2012년 05월
2012년 04월
2012년 03월
2012년 02월
2012년 01월
2011년 12월
2011년 11월
2011년 10월
2011년 09월
2011년 08월
2011년 07월
2011년 06월
2011년 05월
2011년 04월
2011년 03월
2011년 02월
2011년 01월
2010년 12월
2010년 11월
2010년 10월
2010년 09월
2010년 08월
2010년 07월
2010년 06월
2010년 05월
2010년 04월
2010년 03월
2010년 02월
2010년 01월
2009년 12월
2009년 11월
2009년 10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2009년 01월
2008년 12월
2008년 11월
2008년 10월
2008년 09월
2008년 08월
2008년 07월
2008년 06월
2008년 05월
2008년 04월
2008년 03월
2008년 02월
2008년 01월
2007년 12월
2007년 11월
2007년 10월
2007년 09월
2007년 08월
2007년 07월
2007년 06월
2007년 05월
2007년 04월
2007년 03월
2007년 02월
2007년 01월
2006년 12월
2006년 11월
2006년 10월
2006년 09월
2006년 08월
2006년 07월
2006년 06월
2006년 05월
2006년 04월
2006년 03월
2006년 02월
2006년 01월
2005년 12월
2005년 11월
2005년 10월
2005년 09월
2005년 08월
2005년 07월
2005년 06월
2005년 05월
2005년 04월
2005년 03월
2005년 02월
2005년 01월
2004년 12월
2004년 11월
2004년 10월
2004년 09월
2004년 08월
2004년 07월
이글루링크
erehwon.LAB
修身齊家萬事成
여성주의 코칭 발전소!
평범한 블로그
GROOVY FREAK
[SCENE-N-MIND]
log
SabBatH
까모의 룰루랄라~
잠보니스틱스
鐵木居士의 月印千江
河伊兒의 고물상
대답이 있다.그냥 시체는..
Extey Style
그냥그냥
들풀.넷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HIBERNATE IN LIBRARY
단순하고 소박하게
잉여 인간을 벗어나다 (..
추리소설 1000권 읽기! ha..
Closed
.
Love calling Earth : ..
Null Model
은하수를 여행하는 스트..
웅이네 방
일본에 먹으러가자.
秘するが花
Trivia
WALLFLOWER
Crooked House (..
the world is naked.
디지털을 말한다 by oojoo
한일 아이돌 뒷담화 온..
♠후리지아 향기처럼♠
v e r . b e t a
The Phantasist
卷き戾しの街
뭐 별 거 안 하는 블로그..
사는 이야기~
Pepe
Schubertiade
자유분방 / 殺身成戱
어스름한 달빛에 취해
§ 응!! §
차이컬쳐
이제는 없는 공주를 위하여
나르키
주로, 텍스트의 공간
isao의 IT,게임번역소
산하의 썸데이서울
사색의풍경
다이나믹 부산
witched little tiny hut
Dj ccuri의 림보니카니아
blogger jely
Sion, In The 3rd Dim..
누구의 것도 아닌 집
漁夫의 'Questo e quell..
Neverland

http://studioxga.net..
무명
Surviving in Australia
중급 애호가의 이런저런..
Lifelog
kumakuma memory ..
starla's trash can 혹..
Fithelestre in an Egloo
Life is hard when you..
골룸의 골방
다시 숲
てるてるx小女
.
無爲徒食
maniacs
AURA's Showcase
Photo archive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ad hoc record
평범한 김차장의 좌충우..
a quarantine station
Cafe Greco
Nomadic-land
D's Notizbuch
리치 커피 올드 패션의 ..
All about IT Trends
이곳은 雨柳堂입니다.
484
외계인 교차점
★ Memo Log !
LoLieL the Black On..
naoya.egloos.com
푸르미 세상
블로그스팟
담 배 가 없 다
drifter
메르카토르
그리고 나의 남은 이야기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Bistro Fishbowl
하이드
white table
아뿔싸! 지구에서 살다...
딸기밭은 영원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ㅁ-
묵색 혹성
한글이 꿈틀
モモのカンヅメ
쭈르르'스 이글루
손안의책 편집부입니다
[칼럼니스트]
날개를 펴는 곳
변천 Komix
이전
品절
허클베리 핀의 모험
woody's film review
bono
알라딘의 Coool~하게..
꼬냉이 야옹 야옹 *^o^*
33.GONY
두근두근 라이프
dayBYday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
Seek Your Daimonion
Kindred Spirits - 빨..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Dust's house
conan's lazy blogging
레스톨 블로그
더러운 물 속에서
아돌군의 잡설들.
로망의 연금술사
행복한 짐승
: 숨어있기 좋은 방 :
Black or White
High enough!
리비에라를 쏴라
주 모씨의 이바구별곡
쿤데라 할아버지도 못이룬..
ms.b.adler's-I.T.U..
동남아시아 11개국 Chan..
모리제의 일본생활
역설의 제 12 우주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Nanna's memory
레인블루 :: 책과 영화 ..
이공간 [異契褸雅粹透..
월간 키노 KINO 인덱스 ..
1+1=2
For the great stone f..
쓸데없는 것들의 박물지_
╔☺ ♫♪ 유치짬뽕 샤..
英雄本色
후랭클리 스피킹
잉여력27년
양을 쫓는 모험
Jeimian in Okinawa ..
23시 59분의 잉여로운 잡담실
그냥 사람이 사는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김부장의 가구 만들기
낭만주의자의 취향
寂兮寥兮
DICKHOUSE
finnegans cake
b군, m양을 만나다
.
뿔언니의 쓰잘때기 없는..
허주사우르스
zizek
hanuol blog
新 YoRoZU放談
ひるの幻、よるの夢
애자일 이야기
Homo Peregrino in the..
poeme electronique
커피광 낙서광
Backstage
QUELPART
Like a Complete Unk..
ex
펠레아스의 이글루
좋은 것만 좋아
How I Learned To Sto..
새로운 것은 언제나 신나게..
the Sputnik Sweethe..
무재칠시(無財七施)
예술영화전문블로그 씨..
Fantastic world
괜스레저렇게
thru and thru
Lost and Found
나의산행기
밤의 열두 시간
O.O
-
참 쓸쓸한 당신의 독
여보게저기저게보여
mocca
Make it count. Meet m..
다섯번째 방
정치는 현실입니까?
안녕하세요
hongahn.me
youlhwadang 'librar..
...............
PLAYGROUND
Hey Julie
joooh
Post Gun-in era
숨은 방
베를리너에서 서울리따로.
앤잇굿? Since 2007
steal life
수줍은 느낌의 미소
.
I'm Not Joking
~Floating Paradise~
dunkbear의 블로그 3.0
FLOW
시사만화 '골판지'
The Last Order
Secret Chamber
SEOUL-in
words can hurt you
♨ 영혼은 죽지않아- 하..
crisp
인생이란 필드의 문화기술지
arctic letters from lon..
wanna be a free man.
클래식 음악 노트
Jiy
잘나가는 꼬마사자의 사파리
이글루 파인더

포토로그

D E L I U S
태그
퐁텐블루 뱅센 캐브랑리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베르사유궁전 클뤼니중세박물관 파리건축박물관 퐁텐블로 들라크루아미술관 오르세 쁘띠트리아농 키스해링전 프랑스여행 퐁텐블루성 퐁텐블로성 키스해링 그랑트리아농 세갈로비치 일리야세갈로비치 기메박물관 팡테온 얀덱스 로댕미술관 퀴리박물관 퀴리뮤지엄 일랴세갈로비치 파리여행 파리 베르사이유궁전 베르사유
전체보기
rss

skin by Ho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