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마커스 하비의 힌들리 초상화
  "그 그림은 흥미로운 의문을 갖게 합니다." 로젠탈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 그림이 불러 일으키는 흥미로운 의문들이 무엇이죠?" 내가 물었다. "그림이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의문들은 분명 말로도 표현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어린아이들에 대한 착취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로젠탈이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아이를 살해한 자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자신의 손도장이 찍히는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어린아이의 손바닥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착취라고 말할 것입니다." 내가 응답했다.
  "그렇다 해도 사회의 여타 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비한다면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가능한 가장 낮은 기준으로 모든 일을 판단해야 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분명 로젠탈은 어머니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형 미술을 양성하면서 살아가면서 덜 난해한 단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거의 공감할 수 없게 된 것처럼 보였다. ...



"쓰레기, 폭력, 그리고 베르사체 그런데 그것이 예술일까" 중에서, [브레이크 없는 문화], 테어도르 데일림플, 채계병 옮김, 이카루스미디어, 2007




저자인 데일림플이 1997년 열렸던 영국의 센세이션전에 전시된 마커스 하비의 미라 힌들리 초상화에 대해서 전시책임자인 왕립미술아카데미의 노만 로젠탈과 나눈 이야기 중 일부입니다. 미라 힌들리는 1965년 애인인 이언 브래디와 함께 아이들을 고문해 살인해서 종신형을 받았고 37년동안 복역하다가 60세에 감옥에서 사망했다는군요. 아래는 바로 그 그림. [출처]



p.s. 데일림플의 책은 개인적인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무척 많지만 항상 다른 쪽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읽은 가치는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소제목에도 기본 수준의 오타가 있고 ㅠㅠ 이해하기 힘든 긴 문장이랑 문장부호 오류가 곳곳에서 눈에 띄는 점이었는데 1차 번역 후 교정/교열 없이 그대로 책이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국내에서 출간된 유일한 데일림플 저서라는 면에서 번역서를 읽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 아쉽네요. 아래는 들어가는 말의 마지막 부분인데, 이 부분을 보시면 이 책의 방향을 짐작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사회 관습과 전통에 대한 비판이 모두 파괴적이라거나 부당하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 어떤 사회나 정당한 비판의 여지는 많으며 정당한 비판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학 분야의 저자들을 포함해 사회 제도와 전통에 대한 비평가들은 문명이 적어도 변화만큼이나 보존을 필요로 하며 무절제한 비평주의나 유토피아적 관점을 우선시하는 비평주의는 치명적 - 사실 파괴적 - 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말하자면 지식인은 스스로 지적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나는 추상적인 생각이나 이상을 실현하려는 행동이 나쁜 상황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고 있는 제3세계 국가에서 대부분 의사생활을 했다. 그리고 영국 하층계급에서 나머지 의사생활을 하면서 비참한 생활방식에 대해 궁극적으로 비현실적이고 제멋대로이며 때로 어리석은 사회비판의식에서 논리적 견해를 도출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지적이고 예술적인 삶이 말할 수 없이 실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평화의 경제적 결과 The Economic Consequences of Peace]의 유명한 문장에서 실천적인 사람은 이론적 고려를 할 여유가 많지 않으며 사실 세계는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고인이 된 경제학자나 사회 사상가의 생각에 지배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나는 케인즈의 견해에 공감한다. 다만 나는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들 중에 소설가, 희곡작가, 영화감독, 저널리스트, 예술가는 물론 대중 가수들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들은 아직 승인받지 못하고 있는 세계의 입법자들이며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것과 그들이 말하는 방식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by delius | 2008/05/11 01:22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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