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e를 π와 i를 곱한 수로 거듭제곱하여 1을 더하면 0이 된다
  eπi+1=0


  eπi 를 곱한 수로 거듭제곱하여 1을 더하면 0이 된다.
  나는 다시 한 번 박사의 메모를 쳐다보았다. 한없이 순환하는 수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수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한 점에 착지한다. 어디에도 원은 없는데 하늘에서 πe곁으로 내려와 수줍은 많은 i 와 악수를 한다. 그들은 서로 몸을 마주 기대고 숨죽이고 있는데, 한 인간이 1을 더하는 순간 세계가 전환된다. 모든 것이 0으로 규합된다.
  오일러의 공식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유성의 빛이었다. 어둠의 동굴에 새겨진 시 한 줄이었다. 거기에 담긴 아름다움에 감동하면서 나는 메모지를 다시 정액권 지갑에 집어넣었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문득 뒤돌아보았지만 수학 코너는 여전히 한산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숨쉬고 있었다.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중에서, 오가와 요코, 김난주 옮김, 이레, 2004




최근에 전산을 전공하신 윗분(이 분도 박사)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대화의 주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야 전체적인 줄거리와 인상적인 대화, 우애수 정도만 기억이 났는데 이 분은 전공이 전공이신지라 오일러 공식을 잘 표현한 것을 말씀 하시더라구요. 강의실에 들어온 수학교수님이 이 공식을 쓰고 한참을 보다가 "아름답지 않냐?"고 동의를 구했던 기억이 나신다면서요. ^^ 그 이야기를 들으며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했습니다. ;-) 옮겨 적으면서 다시 봐도 모를 이야기지만 (   ..) 그래도 감동은 변하지 않네요.




p.s.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학 코너처럼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숨쉬고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분명 넘치도록 있다는 생각에 급 우울해졌어요. ㅠㅠ


p.s. 한없이 순환하는 e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엇지님의 자연수 e 이야기도 참조해주세요~ (하지만 읽어도 잘 이해가... 흑흑)
by delius | 2008/05/01 14:01 | underline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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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생각보다 우리는 혼자이.. at 2009/02/14 00:49

제목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요즘 소설을 읽는다. 활자 하나하나 읽어가며 마음을 차분히 한다. 너무 마음이 들쑥날쑥이라서 그럴까? 소설을 읽을 때 차분함을 실생활에 접목시키려고 나름 애쓰고 있다. 이 소설 정말 차분하고 따뜻한 소설이다. 소설을 관통하는 공식이다. 파이는 뭐 3.14로 시작하여 무한히 뻗쳐나가는 원주율이라고 알고 있다. i는 배웠는데 내가 까먹고 있었다. 허수란다. 루트 안에 -1일 때 허수라고 부를 수가 있다고 한다. e가 조금 어려운데 굳이 숫자로 만들......more

Commented by JIYO at 2008/05/01 18:55
비슷한 이야기가 《Q.E.D》에도 나오는데, 이런 수학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생각에 전율이 입니다. 하지만 맥락을 모르면 저 간결한 수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가 없을 듯하기도 해요. 아무리 봐도 갸웃하게 되거든요. 숫자 바보이기도 하고. *-_-*
시라는 표현. 가끔 그걸 이해하고 싶어서 수학책을 볼까 할 때도 있습니다. 소용없겠지만요. 흑.
Commented by 지구인 at 2008/05/01 20:18
저도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요.. 흑흑...
Commented by delius at 2008/05/01 21:33
- JIYO님/지구인님 : 일반인을 위한... 바보를 위한... 책도 수학이나 숫자가 나오면 다 어려워요 ㅠㅠ / 저만 그런게 아니라서 조금 위로가 되는군요. ^^;;;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05/02 01:17
자연수 e라면... 미적분 책의 단골 메뉴라서... (뭐 교과서가 중국어이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교수님들의 두뇌는 아직 학생 때는 이해 가능하지 않을려나요. 아름답다니... (가장 아름다운건 +,-,×,÷ 사칙연산이건만... 간단한게 역시 좋죠.) 뭐 수학이 필요한 공과(화공과)를 다니다 보니까 보면 볼수록 어지러운 미적분을 봐야 하지만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8/05/02 01:29
- 제갈교님 : 수학책을 안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누가 시그마나 로그라는 말만 꺼내도 깜짝 깜짝 놀라게 되요 ㅠㅠ 미분 적분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Orz
Commented by kokomo at 2008/05/02 10:29
솔직히 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근의공식도 까먹어버렸어요 --!
Commented by delius at 2008/05/02 10:41
- kokomo님 : 전 원의 면적 구하는 것(2파이R?)도 까먹었삼 -.-;
Commented by euphemia at 2008/05/02 13:41
전에 이 책의 이 대목 관련해서 다른 분 블로그에 덧글을 달아드린 적이 있습니다. 위에서 JIYO 님께서 말씀하신 만화 [Q.E.D] 이야기였어요. 그 에피소드에서 느껴지는 '인간'에 감격했습니다. 세 관련 없는 기호의 운명적인 만남이요.

증명이나 공식에 대해 '예쁘죠.' 라는 말을 하는 수학자는 종종 봤어요. 불행히도 저런 말을 들었던 건 세 번 중 두 번이 해석학 쪽 수업이었던 것 같지만...:(
저는 해석학이 늘 무서웠고, 말하자면 (정)수론 쪽에는 약간 흥미가 있었어요. 요즘도 초등학생용 수학 올림피아드가 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수학과 관련없는 일반인이 수학의 짜릿함을 맛보기에 그만큼 좋은 분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수학 둔재에게도 설득력을 발휘했고 말이죠. ^^;
Commented by delius at 2008/05/03 16:26
- euphemia님 : [Q.E.D] 봐야겠네요~ 궁금궁금 / 아 희망을 주시는 말이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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