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는 이미 선택을 했다
...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세예르는 그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리며 두 사람 사이를 상상해보려고 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실 가닥들이 마구 뒤엉켜 아주 강하고 촘촘한 그물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빠져나올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그물. 이런 상상이 그를 매혹시켰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칼을 꺼내 그물을 자르고 나오는 것을 맹렬히 거부하는 사람의 심리도 매혹적이었다. 홀란드는 아마 아다의 그물에서 탈출하고 싶을 테지만, 수천 개의 작은 매듭들이 그를 붙들고 있었다. 그는 이미 선택을 했다. 그 끈적끈적한 그물 속에서 평생 동안 앉아 있기로. 그 결정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그의 묵직한 몸 전체가 축 늘어져버렸다. ...


[돌아보지마]중에서, 카린 포숨, 김승욱 옮김, 들녘, 2007




[저주받은 피]를 읽으면서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가 주는 "유리열쇠상"(Glass Key Award)을 알게 되었고, 이 작품이 수상작이라는 정보만 알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첫장면에 나오는 여자아이 유괴사건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최근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들이 겹치면서 긴장감을 더했지만 실제 소설의 주된 이야기는 유괴가 아니라 살인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하지만 그것도 잠깐. 살인은? 세예르 경감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작은 노르웨이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재치가 번득이는 탐정의 수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하나 하나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은 모두 고통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슬펐던 것은 주인공의 남자친구 할보르의 이야기 때문이었어요.(전 후반부 장면 읽다가 울었어요.ㅜㅜ) 작가가 이 책속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탓에 잠깐 얼굴을 비치는 단역들의 심정에도 공감을 해야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힘들어 했습니다. 사건을 딱 보자마자 범인이 누군지 알지는 못하는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을 감내할 수 있는 분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누가 사악한 늑대를 두려워하는가]도 꼭 읽어보려구요.




p.s. 제가 좀 심각하게 쓰기는 했지만 실제로 소설은 재미있는 구석이 많아요. 아래 세예르 경감의 낙천적인 파트너 스카레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


"부인이세요?" 그가 말했다.
"아내의 마지막 사진이야."
"그레이스 켈리를 닮으셨어요." 스카레가 말했다. "경감님 같이 부루퉁하고 나이도 많은 분이 어떻게 이런 미인을 사로잡으셨어요?"
세예르는 한없이 건방진 이 말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었다. "그때는 나도 부루퉁한 늙은이가 아니었어."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소설 이야기를 생각하면 번역본 표지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by delius | 2008/03/31 23:18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delius.egloos.com/tb/368380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D E L I U S.. at 2008/12/20 00:17

... 다. 3. 소설 [발간연도에 관계없이 읽은 시점 기준 - -;;.] 만화 포함 후보작 15권 - 골든 슬럼버 - 그늘의 계절 - 나이팅게일의 침묵 / 제너럴 루주의 개선 - 돌아보지마 - 미식예찬 - 방황하는 칼날 -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 - 살인의 역사 - 서라벌 사람들 - 아주 사적인 시간 - 악인 - 어쩔 수 없는 물 - 푸른 알약 - 플라 ... more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



카테고리
전체
book
biography
obituary
music
entertainment
movie
internet
tour
underline
mistyped
photo
talk
publishing
press
exhibition
bonus
최근 등록된 덧글
안녕하세요 .. 시간이 ..
by at 08/05
지식이 짧아서 잘 모르..
by 골룸 at 05/08
Rorex가 아닌 Rolex로..
by ㅇㅇ at 06/30
파리여행을 끝으로 올라..
by purejoy at 11/26
- 이요님: 네 신기한 소..
by delius at 08/31
두번째 중세박물관의 그..
by 이요 at 08/30
- 카이토님 : 감사합니다..
by delius at 07/29
오~ 감사합니다 딱 이렇..
by 카이토 at 07/25
- 잘나가는 꼬마사자님:..
by delius at 07/19
저거 콩시에르 쥬리였군..
by 잘나가는 꼬마사자 at 07/18
메모장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최근 등록된 트랙백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by 잠보니스틱스
이전블로그
2013년 09월
2013년 08월
2013년 07월
2013년 06월
2013년 05월
2013년 01월
2012년 12월
2012년 11월
2012년 10월
2012년 09월
2012년 08월
2012년 07월
2012년 06월
2012년 05월
2012년 04월
2012년 03월
2012년 02월
2012년 01월
2011년 12월
2011년 11월
2011년 10월
2011년 09월
2011년 08월
2011년 07월
2011년 06월
2011년 05월
2011년 04월
2011년 03월
2011년 02월
2011년 01월
2010년 12월
2010년 11월
2010년 10월
2010년 09월
2010년 08월
2010년 07월
2010년 06월
2010년 05월
2010년 04월
2010년 03월
2010년 02월
2010년 01월
2009년 12월
2009년 11월
2009년 10월
2009년 09월
2009년 08월
2009년 07월
2009년 06월
2009년 05월
2009년 04월
2009년 03월
2009년 02월
2009년 01월
2008년 12월
2008년 11월
2008년 10월
2008년 09월
2008년 08월
2008년 07월
2008년 06월
2008년 05월
2008년 04월
2008년 03월
2008년 02월
2008년 01월
2007년 12월
2007년 11월
2007년 10월
2007년 09월
2007년 08월
2007년 07월
2007년 06월
2007년 05월
2007년 04월
2007년 03월
2007년 02월
2007년 01월
2006년 12월
2006년 11월
2006년 10월
2006년 09월
2006년 08월
2006년 07월
2006년 06월
2006년 05월
2006년 04월
2006년 03월
2006년 02월
2006년 01월
2005년 12월
2005년 11월
2005년 10월
2005년 09월
2005년 08월
2005년 07월
2005년 06월
2005년 05월
2005년 04월
2005년 03월
2005년 02월
2005년 01월
2004년 12월
2004년 11월
2004년 10월
2004년 09월
2004년 08월
2004년 07월
이글루링크
erehwon.LAB
修身齊家萬事成
여성주의 코칭 발전소!
평범한 블로그
GROOVY FREAK
[SCENE-N-MIND]
log
SabBatH
까모의 룰루랄라~
잠보니스틱스
鐵木居士의 月印千江
河伊兒의 고물상
대답이 있다.그냥 시체는..
Extey Style
그냥그냥
들풀.넷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HIBERNATE IN LIBRARY
단순하고 소박하게
잉여 인간을 벗어나다 (..
추리소설 1000권 읽기! ha..
Closed
.
Love calling Earth : ..
Null Model
은하수를 여행하는 스트..
웅이네 방
일본에 먹으러가자.
秘するが花
Trivia
WALLFLOWER
Crooked House (..
the world is naked.
디지털을 말한다 by oojoo
한일 아이돌 뒷담화 온..
♠후리지아 향기처럼♠
v e r . b e t a
The Phantasist
卷き戾しの街
뭐 별 거 안 하는 블로그..
사는 이야기~
Pepe
Schubertiade
자유분방 / 殺身成戱
어스름한 달빛에 취해
§ 응!! §
차이컬쳐
이제는 없는 공주를 위하여
나르키
주로, 텍스트의 공간
isao의 IT,게임번역소
산하의 썸데이서울
사색의풍경
다이나믹 부산
witched little tiny hut
Dj ccuri의 림보니카니아
blogger jely
Sion, In The 3rd Dim..
누구의 것도 아닌 집
漁夫의 'Questo e quell..
Neverland

http://studioxga.net..
무명
Surviving in Australia
중급 애호가의 이런저런..
Lifelog
kumakuma memory ..
starla's trash can 혹..
Fithelestre in an Egloo
Life is hard when you..
골룸의 골방
다시 숲
てるてるx小女
.
無爲徒食
maniacs
AURA's Showcase
Photo archive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ad hoc record
평범한 김차장의 좌충우..
a quarantine station
Cafe Greco
Nomadic-land
D's Notizbuch
리치 커피 올드 패션의 ..
All about IT Trends
이곳은 雨柳堂입니다.
484
외계인 교차점
★ Memo Log !
LoLieL the Black On..
naoya.egloos.com
푸르미 세상
블로그스팟
담 배 가 없 다
drifter
메르카토르
그리고 나의 남은 이야기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Bistro Fishbowl
하이드
white table
아뿔싸! 지구에서 살다...
딸기밭은 영원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ㅁ-
묵색 혹성
한글이 꿈틀
モモのカンヅメ
쭈르르'스 이글루
손안의책 편집부입니다
[칼럼니스트]
날개를 펴는 곳
변천 Komix
이전
品절
허클베리 핀의 모험
woody's film review
bono
알라딘의 Coool~하게..
꼬냉이 야옹 야옹 *^o^*
33.GONY
두근두근 라이프
dayBYday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
Seek Your Daimonion
Kindred Spirits - 빨..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Dust's house
conan's lazy blogging
레스톨 블로그
더러운 물 속에서
아돌군의 잡설들.
로망의 연금술사
행복한 짐승
: 숨어있기 좋은 방 :
Black or White
High enough!
리비에라를 쏴라
주 모씨의 이바구별곡
쿤데라 할아버지도 못이룬..
ms.b.adler's-I.T.U..
동남아시아 11개국 Chan..
모리제의 일본생활
역설의 제 12 우주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Nanna's memory
레인블루 :: 책과 영화 ..
이공간 [異契褸雅粹透..
월간 키노 KINO 인덱스 ..
1+1=2
For the great stone f..
쓸데없는 것들의 박물지_
╔☺ ♫♪ 유치짬뽕 샤..
英雄本色
후랭클리 스피킹
잉여력27년
양을 쫓는 모험
Jeimian in Okinawa ..
23시 59분의 잉여로운 잡담실
그냥 사람이 사는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도로시
김부장의 가구 만들기
낭만주의자의 취향
寂兮寥兮
DICKHOUSE
finnegans cake
b군, m양을 만나다
.
뿔언니의 쓰잘때기 없는..
허주사우르스
zizek
hanuol blog
新 YoRoZU放談
ひるの幻、よるの夢
애자일 이야기
Homo Peregrino in the..
poeme electronique
커피광 낙서광
Backstage
QUELPART
Like a Complete Unk..
ex
펠레아스의 이글루
좋은 것만 좋아
How I Learned To Sto..
새로운 것은 언제나 신나게..
the Sputnik Sweethe..
무재칠시(無財七施)
예술영화전문블로그 씨..
Fantastic world
괜스레저렇게
thru and thru
Lost and Found
나의산행기
밤의 열두 시간
O.O
-
참 쓸쓸한 당신의 독
여보게저기저게보여
mocca
Make it count. Meet m..
다섯번째 방
정치는 현실입니까?
안녕하세요
hongahn.me
youlhwadang 'librar..
...............
PLAYGROUND
Hey Julie
joooh
Post Gun-in era
숨은 방
베를리너에서 서울리따로.
앤잇굿? Since 2007
steal life
수줍은 느낌의 미소
.
I'm Not Joking
~Floating Paradise~
dunkbear의 블로그 3.0
FLOW
시사만화 '골판지'
The Last Order
Secret Chamber
SEOUL-in
words can hurt you
♨ 영혼은 죽지않아- 하..
crisp
인생이란 필드의 문화기술지
arctic letters from lon..
wanna be a free man.
클래식 음악 노트
Jiy
잘나가는 꼬마사자의 사파리
이글루 파인더

포토로그

D E L I U S
태그
퀴리뮤지엄 그랑트리아농 베르사이유궁전 퐁텐블로 쁘띠트리아농 퐁텐블로성 일리야세갈로비치 프랑스여행 뱅센 들라크루아미술관 퀴리박물관 팡테온 파리 파리여행 키스해링전 오르세 캐브랑리박물관 로댕미술관 퐁텐블루성 클뤼니중세박물관 키스해링 세갈로비치 기메박물관 일랴세갈로비치 얀덱스 베르사유 오르세미술관 퐁텐블루 베르사유궁전 파리건축박물관
전체보기
rss

skin by Ho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