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멍청한 남자라도 좋으니까
  "나도 남자가 날 생각해주는 경우보단 내가 그쪽을 더 생각하는 편이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남자가 날 잘 챙겨줄까? 내가 널 지켜줄게, 이렇게 말이야."
  "윽, 징그러워."
  치사가 과장되게 혀를 내밀어 보였다.
  "말로 하면 그렇긴 한데."
  모모타 씨는 한 입 남아 있던 치즈케이크를, 이거 나 먹어도 돼? 라고 말하며 입에 넣었다. 나는 지금까지 겪어왔던 실연을 단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았다.
  "…… 멍청한 남자라도 좋으니까 누가 날 좀 아껴주는 그런 연앨 경험해보고 싶어. 넌 내가 없으면 안 돼, 그렇게."
  "우타는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짜증내잖아."
  어느새 친하게 지낸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치사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슬슬 전철을 타야겠다. 모모타 씨가 말했다. 우리는 테이블 위에 빈 컵들과 이것저것을 나누어 치웠다.
  "왠지 슬퍼지네."
  혼잣말처럼 말한 치사는 상점가의 밝은 빛이 반사하고 있는 약국의 셔터 문 앞에서 신나게 기타를 치고 있는 두 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앉아서 손뼉을 치고 있는 줄무늬 티셔츠 차림의 여자아이는 꿈을 꾸는 듯한 눈으로 왼쪽에 있는 남자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거리의 현재는]중에서, 시바사키 토모카, 김현희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시바사키 토모카는 영화 [오늘의 사건사고]의 원작자라고 하는데, 보통사람들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묘사가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심심하다라고 하면 좀 낮게 보는 것 같고 담백하다고 보면 좀 좋게 보는 것 같은데, 저는 담백하다는 쪽에 한 표 던지려구요. :-)




p.s. 국내판 표지랑 원서표지. 둘 다 좋네요~
by delius | 2007/12/10 10:03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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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ie at 2007/12/10 10:42
[밑줄] 왠지 슬퍼지네..
Commented by Charlie at 2007/12/10 13:07
저는 두번째 표지가 더 마음에 들어요.
전체적인 책의 진행도 위와 같은가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7/12/10 13:50
- Charlie님 : 아 저도 그부분을 제목으로 할까 말까 했어요.. 찌찌뽕 / 저도 2번째 표지 좋아요. 네 진행은 비슷...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
Commented by Basquiat at 2007/12/10 18:29
왠지 사고싶네..
Commented by delius at 2007/12/10 19:19
역시 "왠지 슬퍼지네"를 제목으로 할껄 그랬나봐요.
Commented by 율씨 at 2007/12/10 22:22
이글루에 접속했다가, 마음에 닿아 버렸네요.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7/12/11 00:26
멍청한 남자라고 불려도 좋으니까 누가 나 좀 데려갔으면...이라고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_-;;;
(밸리 보다 들어왔습니다. 링크 추가...신고해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7/12/11 09:58
- 율씨님 : ^^ 마음에 조용히 와 닿아요~
- 제갈교님 : 흑흑 ㅠㅠ /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uhwa at 2007/12/11 11:05
오..저도 이거 주문해놨는데..ㅎ
Commented by delius at 2007/12/11 11:51
오 그러셨삼 :-)
Commented by 북극찐빵 at 2007/12/12 00:45
멍청한 남자가 나를 아껴준다면 짜증나는 정도가 아니라 어디로 잠적이라도 하고 싶을만큼 하염없이 곤란하고 난처할 것 같은데요;ㅇ;
Commented by delius at 2007/12/12 07:59
ㅋㅋ 그러고 보니 짜증이 날 것도 같군요 ;ㅁ;
Commented by midori at 2007/12/12 11:27
저도 이책 읽었는데 참 잔잔한 소설이예요. 오사카에 대한 작가의 오먀쥬를 보는 듯한...전 갠적으로 첫번째 표지가 더 이쁘다는...실제로 직접보면 정밀화를 보는 듯 아기자기, 오종종하니 넘 예뻐요..^^이책읽고 카페에서 알바하고 싶어졌어요. ㅋㅋ 그런데 델리우스님. 반 고흐전 안다녀오셨나요? 다녀오셨을 법한데...다녀오시게되면 예쁜 포스팅 부탁해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7/12/13 09:52
- midori님 : 오 그러셨군요. 저도 이 책 보고 오사카 다시 한 번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 고흐전은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좀 한가해지려면 가려고 미뤄두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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