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 베이비 | 가네하라 히토미
[책을 읽고 나서]


어떤 분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이긴 하지만, 저는 종종 유명한 일본작가의 이름을 헷갈려합니다. 가와카미 히로미와 가네하라 히토미, 히가시노 게이고, 히라노 게이치로 등등. 특히 히라노 게이치로를 히라노 겐이치로로 -.- 알고 있었던 기간도 꽤 됩니다. 물론 작품도 헷갈려 하지요. 이번에 읽게 된 가네하라 히토미의 [애시 베이비]는 작가와 작품을 모두 잘못 안 경우인데, 처음에는 "오 [뱀을 밟다]의 그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로군!"하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었습니다. 음..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이나 [나가노네 고만물상]과는 상당히 작품이 엄청나게 달라졌네 하면서 읽다보니 [뱀에게 피어싱]의 가네하라 히토미였습니다. Orz 어쩐지...


확실히 [뱀에게 피어싱]을 읽은 독자라면 적어도 가와카미 히로미의 이번 [애시 베이비]가 지나치긴 하지만 그래도 생경하거나 뜬금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치 가수가 1집은 어느 정도 대중에게 어필할 음악을 중심으로 내놓았다가 2번째 음반부터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처럼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에요~ 하는 식으로 가네하라 히토미는 이번 작품에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례한 초등학교 "애새끼"들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첫문장부터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러한 범상치 않음과 파격은 끝까지 계속됩니다.


지난번 [살육에 이르는 병]과는 또 다른 의미로 19세 미만 구독불가가 어울릴만한 작품으로 일반적인 의미의 섹스와 동성애 묘사는 물론 자해, 유아성애, 수간 등등이 글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니 [애시 베이비]가 무슨 뜻이려나? 하면서 읽어보실 생각을 하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슬프다는 점도 추가합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 혼인신고를 해도 우린 역시 서로에겐 단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한다. 그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마음을 열게 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게 좋을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마음을 열어버리면 그는 나를 평생 죽여주지 않을 테니까. 아니, 나는 이런 식으로 도망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은 마음을 열고 싶으면서도 거부당할 것이 두려워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도망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그에게 자신을 전부 드러내고, 모조리 까 보이고, 그러고도 사랑해주길 바라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은 언제까지고 계속 거부당하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래, 실은 나도 안다. 결국 우리는 섹스를 하고, 키스도 하고, 결혼까지 했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아무런 의미도 남아 있지 않다. 쿡쿡거리며 웃자, 무라노씨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그는 날카롭게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가 그런 기분이 될 걸 알고 결혼을 승락한 건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그래도 나는 그를 좋아하겠지.


[서지정보]


제목 : 애시 베이비
원제 : アッシュベイビー (2004)
지은이 : 가네하라 히토미[金原ひとみ]
옮긴이 : 정유리
출판사 : 문학동네
발간일 : 2007년 06월
분량 : 208쪽
값 : 9,500원


p.s. 원서표지. 국내표지도 나쁘지 않지만, 책의 느낌은 원서표지가 더 잘 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p.s. 작가는 1983년생 ( ..)
by delius | 2007/07/25 08:09 | book | 트랙백(1)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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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세상과 성을 쌓는 블로그 at 2007/08/11 10:54

제목 : [북리뷰|일본소설] 애시 베이비 | ASH BABY..
[북리뷰|일본소설] 애시 베이비 | ASH BABY | 가네하라 히토미 [ 본문 중에서 ] 내 앞을 걷던 애새끼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뒤를 흘깃 돌아보았다. 가운뎃손가락을 쳐들어 보였지만, 녀석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어차피 난 나약한 인간이야.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으면 좋아한다고 말할수밖에 없는 단순명쾌한 인간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리며 죽여달라고 무릎 꿇고 빌고 싶을 정더로 나약해. (중략) 사랑해달......more

Linked at D E L I U S.. at 2009/07/02 13:48

... 도 없다. 양손을 들고 말할 수 있다. 배가 기분 나쁜 것이다, 나는. ... [아미빅] 중에서, 가네하라 히토미, 양수현 옮김, 문학동네, 2008 [뱀에게 피어싱], [애시 베이비]에 이은 3번째 소설. [애시 베이비] 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읽기 힘들고 난해한 작품이었습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 ... more

Commented by selic at 2007/07/25 16:36
새빨간 사랑이란 책은 일러스트가 굉장히 이뻤는데. 내용은 빨간색 투성이더군요. 하지만 소재 자체(?)는 독특하더군요. 흠.
Commented by neverC at 2007/07/25 17:35
83년생...
Commented by delius at 2007/07/25 21:57
- selic님 : [꽃밥]을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되는데 그런 말을 해주시니 더 읽고 싶어지는군요 ^^
- neverC님 : 네.. 83년생... Orz
Commented by midori at 2007/07/26 09:43
전 지금도 일본인들 이름이 무지 헷갈려요. 한 50번은 들어야 그나마 ... 대신 단 한번에 꽂히는 이름들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죠. 예를 들면 온다 리쿠, 히가시노 게이고, 심포 유이치 등등. 히가시노 게이고는 히라노 게이치노 하고 좀 비슷하긴 하죠? ^^
Commented by delius at 2007/07/26 09:52
러시아 사람 이름도 마찬가지로 헷갈려합니다. ㅠㅠ 눈으로 볼 때는 A인줄알았는데 소리내서 읽어보니 B인 경우도 종종 있구요.. 히라노 게이치노 책을 히가시노 게이고 것인줄 알고 읽은적도 있어요 Orz
Commented by selic at 2007/08/11 09:26
최근 번역되는 19금 소설 ' 호텔 아일리스 ' , ' 마젠타 100 ' 의 책과 애쉬 베이비를 읽어봐도 주제는 한가지로 좁혀 지는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쾌락 추구와 인간소외.
Commented by delius at 2007/08/12 18:38
[마젠타 100] 이라는 책도 있었군요. 한 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 저는 작가의 개인차와 일본소설이라서 그런가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소설을 어떻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지가 더 궁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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