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인 야스오카 다케시는 뚱뚱하다. 처음 만났을 때, 연말연시 선물로 자주 받는 햄 같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는 틀림없이 바람을 피우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이어졌다. 바람둥이의 조건이라할 만한 자상함과 어떤 종류의 냉혹함이 결여된 듯했고, 애당초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어 보였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단순한 사고방식에 기가 막일 따름이다.
초등학생 시절 세웠던 피망 멸망설과 같은 이치다. 즉, 피망은 씨를 제거하는 것이 귀찮을 뿐만 아니라 쓰고 맛이 없다. 그런 것이 좋아서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수요가 줄어든 피망은 머지않아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것이 피망 멸망설인데, 그와 마찬가지로 햄 같은 이따위 남자에게 외도가 가능할리 없다고 착각했던 것이다.[더 드라마] 중 "아이의 거리"중에서, 가쿠다 미쓰요, 안윤선 옮김, 예담, 2007
여성이 주인공인 8편의 단편으로 묶여 있는데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희망을 살짝 암시하는 결말도 있는 반면, 어떤 단편은 거의 아 어쩌란 말인가... 하는 심정을 들게 만들면서 이야기를 맺는 경우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냥 해피엔딩은 별로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이런 류의 연작소설들이 대부분 읽고나면 "그래 열심히 살아야지!" / "역시 씩씩하게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야해!"하는 마음을 들게하지만, 가쿠다 미쓰요는 원래 인생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아요... 하고 조용조용 이야기 해주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한 편 한 편 작은 빛을 내지만 개인적으로는 괴팍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야기를 그린 "이별의 거리"가 맘에 들었습니다. 가쿠다 미쓰요 팬이라면 당연 좋아할 만한 책으로 적극 권하고 싶네요. 여성분들은 이 소설을 어떻게 읽으셨을지도 궁금하기도 합니다. ^^
p.s. 원서표지. 국내판 표지는 아주 다르지만 나쁘지는 않습니다. 단 단편소설집이라기 보다는 생활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