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젋은 나이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하긴 떠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조용히 남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 어딘가로 가려고 결정하면 장래가 불안해지고, 남겠다고 결심하면 나중에 떠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아 또 불안해지더군. 미무라 군처럼 젋은 나이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아, 아니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를 꺼낼 생각이 아니었는데 미안, 미안. 참 잊어버리기 전에 자, 이거 얼마 안 되지만 받아둬."
  도중에 이야기를 멈춘 점장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노란 봉투를 꺼냈다.
  "이게 뭡니까?"
  "너무 적어서 되레 미안하기 짝이 없군."
  슌은 점장이 내미는 봉투를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괜찮아, 그냥 성의니까 받아둬. 도쿄에 가면 아무래도 돈 쓸 일이 많을 거야."
  점장이 강제로 슌의 주머니에 봉투를 찔러 넣었다.
  "정말 조금밖에 안 넣었으니까 마음 쓰지 않아도 돼."
  점장이 그렇게 말하더니, "자, 이제 들어가서 잠이나 좀 자야지."라며 기지개를 펴고는 사무실 쪽으로 돌아섰다. 슌이 점장의 등에 대고, "뭡니까? 아까 하시다가 만 얘기가?"하고 물었다.
  "아까 얘기?"
  뒤를 돌아보는 점장에게 "예, 아까 하시려던 얘기"라고 슌이 중얼거렸다.
  "아,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왠지 인생에서 진 것 같은 패배감이 드는데, 실제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더라는 말이지. 이봐, 내 말 같은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미무라 군이라면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을 마친 점당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슌은 문이 닫히기 직전에 "봉투. 고맙습니다!"라고 소리쳤다. ...



[나가사키] 중에서, 요시다 슈이치, 이영미 옮김, 밝은세상, 2006




아무리 생각해도 요시다 슈이치 작품은, 작품속 주인공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읽고 나면 감탄하게 되고 계속 찾아 읽게 됩니다. [나가사키]는 이전 요시다 슈이치 작품과는 여러모로 다르면서도 닮아있는 작품인데 개인적인 느낌과 감상은 loki님의 포스트 요시다 슈이치, 나가사키 란라쿠자카(長崎亂樂坂)과 byunjuk님의 포스트 요시다 슈이치 [나가사키]로 대신하겠습니다. 두 분이 쓰신 감상보다 더 잘 쓸 자신이 없네요. ^^ 물론 소설을 읽어보시고 난 후 에 읽으시길 권합니다.




p.s. 원서표지와 국내판 표지.
by delius | 2007/07/01 15:27 | underline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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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D E L I U S.. at 2007/12/19 22:08

... 은 시점 기준 - -;;.] 만화 포함 후보작 15권 - 도플갱어 - 바디 - 암피트리온 - 가라, 아이야, 가라 - 기상천외한 헨리슈거 이야기 - 나가사키 - 시티즌 빈스 -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 수달 - 누군가 - 다크 -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암보스 문도스 - 연문 - 왕국의 열쇠 ... more

Commented by neverC at 2007/07/01 16:39
요시다 슈이치 신작 나왔군요. 아싸.
Commented by funnybunny at 2007/07/01 16:40
국내판 표지는 정말 여름이다! 싶은 느낌을 주네요. 원서는 원서대로 국내판은 국내판대로 느낌이 오는군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7/07/01 16:52
- neverC님 : 더 최신작으로는 [첫사랑 온천]이 있습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
- funnybunny님 : 네 둘 다 맘에 들어요. ^^)/
Commented by loki at 2007/07/01 17:47
이런. ^_^);;
저도 요시다 슈이치 작품의 남자 주인공들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 잘 모른다는 게 오히려 요시다 슈이치의 세계를 구성하는 축이라는 생각도 괜히 해보기도 하고...
Commented by delius at 2007/07/01 17:50
^.^ 저도 동감합니다. ^^)/
Commented by midori at 2007/07/02 13:54
요시다 슈이치... 기억해둘께요. 아직도 <아웃>읽고있는중... 그런데 재미있긴 한데,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흡입력은 없는듯해요(순전 제 생각) 오늘 토쇼캉^^가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빌려왔어요. ^^
Commented by delius at 2007/07/15 15:18
네 저도 히가시도 게이고 작품의 흡입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숨에 읽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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