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 이창동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시사회 이벤트를 노리고 응모도 해봤던 - 물론 떨어졌지요 ㅠㅠ - [밀양]을 오늘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영화가 전하려는 이야기는 좀 더 생각해야 할 것 같지만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의 흡입력과 배우들의 연기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도연(신애역)은 연기를 너무 잘해서 - 베스트 장면을 뽑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 - 논외로 치더라도 송강호(종찬역)의 연기는 눈부시더군요. "이런 사랑도 있다"는 카피를 보면 이 영화는 신애의 영화가 아니라 종찬의 영화라는 생각도 듭니다. 엉엉 울 줄 알고 갔는데 예상외로 재미있는 장면도 많아서 놀라기도 했구요.


보고 나서 예전에 없어진 동아극장에서 [초록물고기]를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보고 나서 한숨을 쉬면서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면서 먹먹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먹먹하긴 했지만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상처와 절망, 구원, 용서 등 영화가 이야기하는 주제가 간단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장면의 느낌이 그런 차이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고 불만이셨던 분들~ 다들 기쁜 마음으로 극장으로 달려가시길 바랍니다. ^^)/




p.s. 이번이 4번째 작품이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으나 이창동 감독은 배우의 재능을 최대치로 뽑아내는 능력이 있나 봅니다. 주연 조연 한 명 한 명 다들 그렇게 연기를 잘 하다니... 그런데 아래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우리 같은 범인들은 어쩌라고 흑흑 Orz


“그런데 말이야. 내가 장관 하더니 좀 변하긴 변했나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아. 내 안에. 현장에서도 불편해. 아주 괴로워. 내가 뭔데 이 사람들을 이렇게 괴롭히며 닦달하는가. 내 부족한 능력으로 이 사람들의 노동을 착취할 자격이 있나, 나한테. 뭐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이지. 밀양에서 촬영할 때 명절이라 대다수 스탭들이 서울 올라간 적이 있었어.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조명부 조수가 있더라고. 불러서 겸상을 하는데 그 스탭이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한 마디 해. ‘감독님, 자신감을 가지세요.’ 내가 자신이 없어 보였나봐. 현장이 고통스러웠으니깐. 겉으론 요령이 붙어 어땠는지 몰라도 여전히 고통스러워. 이런 심정을 동료 감독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지. 그도 예전엔 그랬는데 요즘엔 현장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거야. 그 말은 완전히 이해가 가더라고. 나도 언젠가 그럴 수 있을지 몰라. 지금은 아니야.”


[밀양]으로 영화계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요즘 생각, [필름2.0], 2007년 04월 06일




p.s. [밀양] 홈페이지 게시판에 "내용의 반이 특정 종교의 찬양하는 내용이네요"하는 게시물이 있는데 답변은 "영화 눈감고 보셨소" 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교회 안댕기는 사람이 이 영화 어떻게 보라고... 하는 식의 게시물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쩝
by delius | 2007/05/24 13:33 | movie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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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D E L I U S.. at 2007/12/19 21:48

... 막 장면에서 책장을 펼쳐보는 모습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더라구요. 2. 한국영화 [극장에서 본 것 기준. 단편 제외] 후보작 6편 - 우아한 세계 - 밀양 - 기담 - 세븐데이즈 - 즐거운 인생 - 극락도 살인사건 올해 제가 본 최고의 한국영화는~선정후기 : 일부터 피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영화를 많이 ... more

Commented by 냉이 at 2007/05/24 13:58
저도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어서 부리나케 어제 저녁 시너스에서 보고 왔습니다. 평소 전도연을 좋아하지 않아서 보기 전부터 편견을 갖지 말자 마음먹고 봤습니다만, 전 역시나 전도연의 연기가 눈부시게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ㅠ.ㅜ 영화는 그런대로 (좋다 나쁘다는) 말을 언급하기는 그런 영화이지만, 전 괜찮게 봤습니다. 오히려 전도연보다는 송강호의 연기가 더욱 빛났고 송강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나오면서도 송강호란 인물에 대해 더 생각해봤습니다. 어제 리뷰를 써보고 싶었는데.. 멍해져서..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는데 이렇게 delius님의 리뷰가 올라와있네요..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delius at 2007/05/24 14:06
네 정말 송강호는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전도연 연기에 대해서는 기존 전도연 연기나 출연작에 대한 제 개인적인 선호도 많이 작용했습니다. ^^)

전도연, 송강호 인터뷰 중에서 송강호가 함께 영화를 찍다보니 전도연의 연기가 생활인으로서의 엄격한 자세에서 비롯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전도연은 반대로 ^^ 생활을 봐서는 최고의 연기가 나올만하지 않은데... 하는식으로 농담을 주고 받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ㅋㅋ 저도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랍니다~
Commented by Reibark at 2007/05/24 16:52
저도 어제 조조로 봤는데 정말 영화가 (보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것 빼놓곤) 정말 훌륭하더군요. 전도연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송강호가 이렇게 조연 연기를 조신하게 잘 하는지도요^^
Commented by 유하 at 2007/05/24 19:50
저도 조조로 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만 자버려서(...)
그나저나 의외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고 반응도 좋네요. 아직 안봐서 꼼꼼히 못읽었지만; delius님 평도 좋은것 같고. 부지런 좀 떨걸 그랬나봐요. 흑.
Commented by delius at 2007/05/25 07:47
- Reibark님 : 네.. 보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말씀에 동감. 연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 유하님 : 영화보는게 고통스럽기도 해서 =.= 흥행 성공은 어렵겠지만 많이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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