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바라는 기도 | 데니스 루헤인
[책을 읽고 나서]


[살인자들의 섬] 이후 2번째로 읽게 된 데니스 루헤인 소설.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로 함께 나온 [가라, 아이야, 가라]의 다음 작품입니다. 하지만 사전 지식이 없어서 거꾸로 읽게 되었습니다. Orz 초반부 켄지에게 스토커 사건을 의뢰하러 왔던 여성 의뢰인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되는데, 여기서 켄지가 그의 믿음직하고 무법적인 행동에 익숙한 동료 부바와 스토커를 처리하는 장면에 이르러서 "아, 이 소설은 뭔가 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나 폭력적이며 끔찍한 묘사인지, 참 인상적이었거든요.


이후 그 의뢰인이 이상하게 자살하고 그 원인을 좇는 탐정의 이야기가 차근차근 전개됩니다. 초반부를 읽으면서 본인은 나서거나 직접 손을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살의를 충동질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커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의 범인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이야기는 이런 기대를 반쯤은 만족시키고 반쯤은 배신하면서 흘러갑니다. 고도의 심리전을 쓰면서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살인마는 이아고 못지 않은 재주를 보여주지만, 소설 속의 이야기는 영웅적인 비극도 아니고 승리의 기쁨을 주는 것도 아니어서 소설을 읽는 내내 피해자가 빠진 함정과 인간의 잔혹성을 떠올리며 찜찜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찜찜함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중간 중간 웃음이 나올정도로 재치있는 대사와 함께 제공되어 읽는 사람을 우울의 나락으로 밀지는 않으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살인자들의 섬] 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정말 막판에 가서 뒤통수뒷통수를 때리는 반전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라, 아이야, 가라]와 이야기가 이어지는 부분은 없지만 순서대로 읽었으면 켄지와 제나로,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서 좀 더 재미를 느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 읽으실 분이라면 [가라, 아이야, 가라]를 먼저 읽으시길 권합니다.


[서지정보]


제목 : 비를 바라는 기도
원제 : Prayers for Rain (1999)
지은이 : 데니스 루헤인 Dennis Lehane
옮긴이 : 조영학
출판사 : 황금가지
발간일 : 2006년 09월
분량 : 518쪽
값 : 13,000원




p.s. (황금가지 책에서 다시 찾은) 표지의 오타. 정지훈(the Rain)을 위한 기도가 될 뻔 했잖아욧.
p.s. 원서표지. 오타는 있지만 국내 표지가 더 멋있어요~
by delius | 2007/03/21 00:14 | book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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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D E L I U S.. at 2008/01/15 23:59

... ... [가라, 아이야, 가라] 중에서, 데니스 루헤인,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2006 위에 옮겨 적은 부분은 인상적인 프롤로그 이후 시작되는 1부의 첫부분입니다. [비를 바라는 기도]보다 전에 나온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한발짝 더 나아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긴장감이 넘치고 재미있지만, 슬프고 가슴 아프고 그렇네요. 특히 결말 부분은 읽고 있 ... more

Commented by 夢影 at 2007/03/22 11:02
그러고 보니!! the rain이군요. 눈치 못 채고 그냥 지나갔다는... 가라 아이야 가라가 보고 싶지만 도서관에서 대출중이더라구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7/03/22 19:44
^^ / 둘 다 좋았는데 부바는 [비를 바라는 기도]쪽이 훨씬 낫더라구요 ^^
Commented by inggoon at 2007/04/11 15:53
살인자들의 섬을 재밌게 봤었는데 한번 봐야 겠어ㅛ
Commented by delius at 2007/04/12 22:15
저는 [살인자들의 섬] 보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짜임새면에서보면 [살인자들의 섬]이 한 수 위인것 같지만요 ^^
Commented by 다현 at 2007/06/18 14:09
가라, 아이야, 가라와 비를 바라는 기도 모두 거의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폭력적인 묘사가 좋더라구요. 하핫. 살인자의 섬과 미스틱 리버가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Commented by delius at 2007/06/18 14:56
[살인자의 섬]은 폭력적인 묘사는 약하지만 반전이 강한 편이라서 좋았습니다. ^^ [미스틱 리버]는 영화보고 나서 책으로 봐야지.. 했는데 번역평이 너무 않좋아서 미루다 보니 결국 못읽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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