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번역가 The Partnership of Translation
주말과 휴일은 정리의 연속인데, 요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받아온 [일본 책 뉴스 Japanese Book News]라는 정기간행물을 정리하다가 발견했습니다. 2001년 봄호이니 그 때 쯤 받아온 것 같아요. 맨 뒤 칼럼에 [냉정과 열정사이]로 이름이 잘 알려진 츠지 히토나리의 칼럼이 있었는데, 읽어보니 그리 어렵지 않아서옮겨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인터넷에서 원문 PDF를 찾은 김에 번역해 봤습니다. 무책임하게 한 것이니 ㅡ.ㅡ 어디 옮겨가지는 말아주세요. 오역과 비문 지적은 달게 받겠습니다~

 
작가와 번역가 The Partnership of Translation


츠지 히토나리[つじ仁成 ](Tsuji Hitonari)


1998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Frankfurt Book Fair)에서 한 프랑스 편집자가 내 소설 [흰 부처 白仏](Hakubutsu | The White Buddha)를 알게 되었다. 이후 번역은 바로 진행되었고, 프랑스어판 [Le Bouddha Blanc]이 나오고 이틀 후에 나는 그 책이 프랑스의 권위 있는 3개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 상(Prix Femina Award)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연하게도 책 홍보를 위해 파리에 갔을 때, [르 몽드 Le Monde]에 실린 작은 기사에서 내가 후보자에 오른 것을 보게 되었다. 페미나 상은 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상으로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이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 등 화려한 수상자가 있었다. 내 책의 편집자인 마리 피에르(Marie Pierre)는 책을 프랑스에 처음 출간한 작가가 이 상의 후보에 오른 것은 드문 일이라며 기뻐했다. 다른 후보자들이 인도와 네덜란드의 이름 높은 작가인 것을 알고 나서는 내가 후보자가 된 것에는 무슨 실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수상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2개월 후에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되어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를 다시 타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내 책의 번역가인 코린느 아틀랑(Corinne Atlan)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다. 소설 몇 권이 다른 나라에 번역되기는 했지만, 번역가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틀랑은 30대 중반으로 아시아인 같은 기품을 지니고 전통적인 일본 여인과 같은 조용함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잘 지내게 되었고 함께 일하는 것이 편했다.


[흰 부처]가 상을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분명히 프랑스어 번역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 아틀랑은 내 책을 성의를 다해서 옮기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미 그녀는 인기있는 일본 작가의 작품을 여럿 번역했는데 [흰 부처]는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아틀랑의 전남편은 몽골 사람이었고, 그녀는 짧지만 일본에서 살았었다. 나는 그녀가 아시아의 사상과 믿음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 특별한 내용을 다룬 [흰 부처]를 적합한 표현을 찾아 번역할 만한 사람은 아틀랑 이상 없었다. 이 책에 있어서 번역가의 역할은 결정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번역했다면 상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유럽이나 다른 몇몇 나라로부터 이 책의 번역에 대한 요청을 받았다. 터키와 출판계약을 했고 여러 국가에서 급히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내 책이 어떤 번역가의 손에 들어가게 될 운명인지에 대해 생각을 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기도하게 된다. 책에 대해 바라는 유일하고도 자연스런 감정이라면 아이를 낳아서 길러본 사람처럼 자신의 책이 재능있고 사려깊은 번역가와 맺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코린느 아틀랑은 내 다른 책인 [해협의 빛 海峡の光](Kaikyo no hikari | Light on the Channel)의 번역을 거의 끝마친 상태였는데 프랑스어 판이 5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우리는 책 내용에 대해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해협의 빛]은 [흰 부처]를 쓰기 전에 발표한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 소설의 무대는 홋카이도 하코다테[函館]에 있는 소년 구금원인데, 아틀랑은 일본 북쪽 지방에는 간 적이 없었다. 그녀는 “모래톱쪽에 세워진 도시”라는 표현을 어떤 뜻에서 쓴 것인지 물어왔다. 모래 해안의 고립된 좁은 지역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웠던 나는 간단한 그림을 그려 답장을 했다. 내가 전달하려 했던 이미지는 테라리움처럼 생긴 우주였는데 그녀는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세계관을 전달할 수 있는 좀 더 정확한 지리적인 이미지를 원했다. 그녀는 [해협의 빛]이 [흰 부처]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고, 나는 [해협의 빛]이 내 작품 중 어려운 것에 속한다고 답하며 동의했는데, 그것은 소설 속 롤플레잉 게임에서 찾을 수 있는 숨겨진 테마와 관련이 있었다.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후에도 나는 숨겨진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없고 인터뷰에서도 그것이 드러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번역을 위해서 그것에 대해 완전하게 아틀랑에게 설명하기로 결심했는데, 그녀가 나를 방문해서 프랑스 독자를 위한 소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코린느 아틀랑과 다시 함께 일하면서 내 작품의 번역을 통해 세계 문학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출처 : [Japanese Book News], Number 33, SPRING 2001 [PDF]




p.s. 개인적으로 예전에 고려원에서 나왔던 - 지금은 절판된 - 츠지 히토나리의 [클라우디]라는 책을 보고 PC통신 ID를 CLOUDY로 한 적이 있었어요~
by delius | 2007/03/04 15:26 | talk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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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지구인 at 2007/03/05 10:34
갑자기 너무 부러워요.... 히토나리도.. 아틀랑도.. 그리고 delius님도요.. 흑
Commented by delius at 2007/03/05 13:34
히토나리와 아틀랑만 부러워하세요 ^^)/
Commented at 2007/03/06 00: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delius at 2007/03/06 00:58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 출판사가 어떤 곳은 한 없이 까다롭고 - 판권 계약하기 전에 회사 소개서를 내라고 양식을 받았는데 그게 장난이 아니더군요 - 어떤 출판사는 황송하게 친절하다고 하더라구요. 번역가와 작가의 커뮤니케이션도 그런 차이가 많이 있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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