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탄생 | 가시마 시게루
[책을 읽고 나서]


지난번 [돈까스의 탄생]에 이은 뿌리와이파리의 ~ 탄생 시리즈 2번째 작품.(이라고 쓰긴 했지만 계속 시리즈로 낼지는 미지수. 참고로 오카다 데스의 [국수와 빵의 문화사]가 [돈까스의 탄생]에 이어 출간 되긴 했습니다.) 부제는 "봉 마르셰 백화점, 욕망을 진열하다"인데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라고 하는 프랑스의 봉 마르셰 백화점 창업자인 부시코 부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원제는 [백화점을 발명한 부부 デパートを発明した夫婦 - 소비를 바꾼 천재상인 부부 消費を変えた天才商人夫婦]인데, 이 제목에 충실하게 아리스티드 부시코와 마르그리트 게랭 부부는 오늘날의 상점 판매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는 미끼상품이나 반품허용, 박리다매, 바겐세일, 가격인하 경쟁, 사치품에 대한 강조, 여성 고객을 잡기 위한 판매방식 등 여러가지 기법들을 도입했고, 책은 그 내용을 하나 하나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는 역시 욕망이라는 것은 큰 변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백화점이라는 한 주제를 통해 자본주의와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편집자가 "아 이 책을 그냥 경제경영서로 포장해서 내볼까?"하는 갈등을 충분히 했을것 같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 부시코의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고 있는게 눈에 먼저 들어오고, 특히 아래 밑줄 그은 것같은 생각을 하거나, 모든것을 매뉴얼화해서 점원들을 나사처럼 다루었다는 부분 -.-; 간부들은 이익에 성과급을 연동시키고 하급직원은 매출액에 성과급을 연동시켜 경영에 균형을 맞춘 대목을 보면 요즘의 CEO책이나 경영기법 책에 전혀 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술술 읽히는 작품으로, 저자의 다른 작품도 번역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화사가 아니라 경제, 경영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제목이나 분류때문에 놓치기 쉬운데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19세기 파리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풍경에 대한 묘사와 에밀 졸라의 소설을 주요 텍스트로 사용한 점 도 눈에 띕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 확실히 말해서, 급료를 올리면 사원은 의욕을 내서 일하고 귀속의식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 급료가 높아도 사원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회사는 얼마든지 있다. '사원'인 한은, 봉급을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하 보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식이 늘 머릿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원의 처지에서는, 제아무리 많은 봉급도 지나치게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의식은 사주가 아닌 월급사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원' 의식을 불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사원을 모두 '사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



[서지정보]


제목 : 백화점의 탄생
원제 : デパートを発明した夫婦 (1991)
지은이 : 가시마 시게루 [鹿島茂]
옮긴이 : 장석봉
출판사 : 뿌리와이파리
발간일 : 2006년 09월
분량 : 222쪽
값 : 11,000원




p.s. 기사를 찾다 보니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의 매장이 '부유한 파리지앵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봉 마르셰에 입점했다는 기사 가 있는 것을 보면 봉 마르셰는 욕망을 진열하는 백화점으로의 가치를 잃지 않았나 보네요.


p.s. 다른 회사보다 월등한 복지수준과 높은 급여를 통해 점원들의 불만을 사전차단한 것을 보면서 딱 삼성의 경영방침이 떠올랐답니다.


p.s. 위풍당당한 봉 마르셰 사진~ [출처 1 ] [출처 2]
by delius | 2007/03/03 20:51 | book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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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지구인 at 2007/03/03 21:20
아,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하던 것이 있었는데.. 혹시 이런 내용도 거기에 있나요? 언젠가 백화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다른 상인들로부터 저런 판매방식은 불법이라는 항의가 있었고 실제 그런 판결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Commented by starla at 2007/03/04 02:00
안녕하세요, delius님 책 포스팅 정말 즐겁게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delius님 포스팅하신 책에 너무 심하게 낚여요 ㅠ_ㅠ
흑흑
하지만 모조리 성공이었으니 감사해서 말이죠, 한 자 남깁니다. ^-^
Commented by delius at 2007/03/04 06:38
- 지구인님 : 이웃상점과 가격인하 경쟁을 벌인 이야기는 나오는데 불법에 대한 항의 내용은 없었습니다(만 다시 한 번 뒤져볼랍니다. 이놈의 기억력 -.-;;)
- starla님 :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써야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
Commented by Elliott at 2007/03/04 11:17
재미있는 책이네요. 백화점은 근대적 욕망의 집적이라는 해석을 어디서 본 적이 있네요. 소유욕과 개인주의와 또 그것을 팔아 이윤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고안품이 백화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인지 이따금씩 백화점에 가면 없던 소유욕에 불끈거리는데 참 신기합니다.
Commented by delius at 2007/03/04 15:13
저도 동감이에요. 책에 보면 사치품을 사면서 죄의식을 갖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 나오는데 비싼거 살까~ 하면 합리화 부터 시작하는 저를 보면서 어쩜 그렇게 심리를 잘 꿰뚫어보는건지 신기했어요 ^^
Commented by Midori at 2007/03/04 23:59
delius님 안녕하세요. 고클에서 알게되어 가끔 들르곤 합니다. 일본 소설, 애니매이션 등을 좋아하시나봐요. 저 역시 그 방면에 관심이 많습니다. 님이 포스팅해놓은 글중에 제가 읽은 작품을 보면 공감을 하기도 하고 처음 접하는 작품을 보면 꼭 읽어봐야지 생각하곤 합니다. 저는 작년에 '환야'를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었어요.

<백화점의 탄생> 역시 작년 가을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봉마르세 창업주는 그 시대에 자본주의의 생리와 속성을 어쩜 그리도 잘 간파했는지 읽으면서도 내심 놀라며 감탄했던 기억이납니다. 아마도 병상에 누워서 봤던 것 같으네요. ^^
Commented by delius at 2007/03/05 09:47
네~ 반갑습니다 Midori님. 저도 [환야]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고나서 [백야행]을 읽어야지 했는데 아직 ㅡ.ㅡ;; / 네 정말 대단한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면서 저 사람이 생각한 방법이 여전히 유효한 것을 보면서 사람은 19세기 프랑스 사람이나 지금 여기 서있는 사람이다 비슷하게 묶일 부분은 충분히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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