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일본근대사의 특징 세가지
Q _ 평소부터 선생님은 일본근대사의 특징으로써 세 가지를 들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양숭배사상, 천황제이데올로기, 아시아 멸시. 이 세 가지가 얽혀서 일본 근대의 특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점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A _ ... 그렇기 때문에 일본 근대의 세 가지 큰 줄기는 서양열강의 일본침략, 그것에 대항하기 위한 천황제국가의 성립, 그리고 그것을 물질적으로 지탱하기 위한 아시아 침략. 이 세 가지가 됩니다. 이것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보면, 첫째로 “서양은 훌륭하다. 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서양숭배의 사상. 둘째로 천황은 신이라 하고 그런 존재가 말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목숨을 걸고 떠받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상으로서의 천황제이데올로기. 그리고 셋째로 아시아 침략이라는 것은 아시아멸시관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조선은 전혀 다른 생활을 해왔고 민중끼리 서로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가서 자원이나 물품을 빼앗아 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상황에서 만약 저항하면 죽여도 좋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멸시관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아시아멸시관은 가장 필요한 사람에 대해 가장 강한 멸시관을 갖는 것입니다. 중국인보다 조선인에게 더욱 강한 멸시관을 갖게 됩니다.


Q _ 그러한 멸시관이 뿌리를 내려가는 배경에는 진구황후[神功皇后]의 전설이라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침략이라는 것이 기억으로서 재생되고 있지 않았습니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막말과 유신의 과정에서만이 아니라, 진구황후의 이야기라든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출병도 그렇고, 원元의 침입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역사상 일본이 대외적인 위기에 처할 때는 늘 조선이 나쁜 존재로서 나오게 됩니다. 일본의 내셔널리즘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모두 조선과의 관계에서 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세 가지를 말했습니다만, 사상적으로 도쿠가와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유신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 세 가지를 정확히 알고 밝혀내서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근대일본제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정확하게 말한 사람이 일본에서는 위대한 사상가나 정치가가 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이 세 가지를 정확히 밝혀 낸 사람은 일본 돈을 보면 모두 나와 있습니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라든가, 그 전에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같이 일본에서 위대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이들은 조선에서는 모두 침략자입니다. 그만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윤건차 교수 인터뷰 중에서, [21세기 천황제와 일본], 박진우 편저, 논형, 2006 [링크를 걸기는 했지만 윤건차 교수의 인터뷰는 홈페이지 개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링크는 다음과 같고 위 인터뷰 전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 http://www.k2.dion.ne.jp/~koreanya/]




MBC의 광복절 특집프로그램(해당 다큐멘터리에 대한 포스트가 있어 트랙백을 걸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일본 내 여러 학자들과의 인터뷰 자료를 묶은 책으로 얼핏보면 어려운 학술서처럼 보이지만 제1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터뷰이기 때문에 내용은 어렵지 않고 각주와 해설이 풍부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천황제 자체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실제로는 내셔널리즘과 군국주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등 일본 근대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는데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볼 만 하다.


참고로 책의 출간일이 7월이고 인터뷰 시점이 2004~5년이라서 여성의 황위 계승에 대한 황실전범(皇室典範) 개정과 관련된 논의가 매 인터뷰마다 질문으로 올라있지만 지난 9월 후미히토[文仁] 왕자의 아들 탄생으로 인해 이 문제는 쏙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p.s. 이 책은 최근 책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문단마다 들여쓰기를 하지 않았는데, 처음 볼 때는 뭐 그리 불편하겠어... 했는데 읽고나니 들여쓰기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 ^^


p.s. 일본 천황은 성(姓)이 없다는 것을 이 책 보고 알았다. 일반 사람들과 당연 구별되기 때문에 성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천황은 신[神]) 논리였던것 같은데 서울대학교의 교내신문이 그냥 [대학신문]인 것이나, 영국축구협회가 그냥 Football Association인 것과 같은 이야기인 것 같다.
by delius | 2007/01/03 19:23 | underline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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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愚公 at 2007/01/03 19:49
윤건차의 책은 '한국데뷔작'이 최고였지요.
여성 황위계승은 공식적으로 검토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네요.
대신에 이 상콤한 분들께서 예전에 황실서 쫓겨난 이들의 황족 신분 회복이나
양자 문제를 논의하신다는데.. 폭주기관차는 자기가 치이기 전까지는 재밌어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7/01/03 20:05
오 그렇군요. 인터뷰한 학자들 책이 몇 권 번역되어 있는데 한 번 읽어봐야지 했습니다. 그나저나 여성 황위계승에 대한 부분을 읽다보니 마사코비가 불쌍하게 생각되더군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7/01/03 20:39
혹시 오해하실까봐 부연하면;; 그 책 제목은 '한국데뷔작'이 아니고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입니다. 주로 7,80년대 지식인들에 대해 사상적
지향에 따라 분류한 것이지요. 인용도 많고 재미는 좀 없습니다. -_-
사실 이보다 먼저 나온 책도 있는데 이것도 상당히 좋습니다. 제목은
'일본 그 국가 국민 민족'인데 이건 '재일'입장에서본 일본국가론이죠.


마사코비는.. 어쩌면 그게 나은 걸지도 몰라요. 저런 분위기에서 천황의
어머니, 심지어 천황 본인이 된다고 해도 괴로운 분위기가 줄어들기보다
늘어나겠지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7/01/04 00:05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먼저 나온 책을 한 번 찾아봐야 겠군요. / 흠 그렇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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