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제가 그렇게 형편없는 학생은 아니었죠?
... 사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하워드 형과 옛 스승 몇 분을 BBC로 만찬에 초대했다. 나는 이 분들을 초대해서 이렇게 말해보려고 했었다.
  "제가 그렇게 형편없는 학생은 아니었죠?"
  이 선생님들은 모두 이미 은퇴한 분들이라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니 무척 즐거운 모습이었고 특히 레드와인을 무척 즐기는 눈치였다. 포도주 몇 병을 비우고 나서 선생님 한 분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오는 길에 우리끼리 자네의 성장과정에 대해서 의견을 나눠보았네. 우리는 자네의 잠재력을 이미 알아보았지,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네만……. 사실, 우리는 자네가 성공 가능성이 가장 적은 학생이었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네. "
  근 40년이 지난 후에도 선생님들이 이렇게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 "누구나 마크스 앤 스펜서에서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


... 그 경기(다이크가 뛰었던 친선경기)는 ITV로 생중계되었는데, 토트넘과 잉글랜드 팀에서 포워드로 뛰었던 지미 그리브스가 나를 그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지목했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우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내가 그의 상사로 LWT에 부임하게 되었기 때문에 나를 최우수선수로 지목한 것이었다. 내 축구 실력과 상관없이 나를 선정한 것이었다. ...


... 나는 졸업하기 전 이태 동안 모든 일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공부만 빼고. 대학입학자격시험 과목 중에서 경제학, 순수 과학, 응용 수학 시험을 보았으나 문제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순수 수학과 응용 수학 시험에서 E 학점을 받았을 때 나도 놀라고 수학 선생님도 깜짝 놀랐다. 수학 시험에 합격했다는 말이 아닌가! 졸업하고 10년쯤 지났을 무렵 수학 선생님을 어느 술집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지금도 자네를 예로 들어서 학생들에게 모의시험에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충고한다네. 언제든 기적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 나는 텔레비전이 처음 출현한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홈서비스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엄마하고 함께 듣자](Listen with Mother)라는 프로그램을 들으며 자랐다. 그러다가 텔레비전이 출연하였다. 처음에는 우리 동네에 텔레비전 수상기를 가진 집이 두집밖에 없었다. 한 집은 21번지에 있는 리치 씨 집이었고, 다른 한 집은 길모퉁이네 있던 언스태드 부인 집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떼를 지어 이 집 저 집 몰려다니면서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러다가 1953년 어느 날, 진짜 신나는 일이 생겼다. 형 하워드와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정말 우연스럽세도 텔레비전 안테나가 있는 집을 세어보았다. 당시 헤이즈에서의 생활은 재미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흔히 그런 짓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집 앞 길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우리 집 지붕에도 안테나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니 텔레비전 수상시가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방금 사온 것이었다. 이제 어머니는 여왕 즉위식을 보고 아버지는 축구 결승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신이 나서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았는데 1주일이 지나자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텔레비전 기술자를 불렀더니 기술자가 와서 살펴보고는 플러그만 꽂아주고 돌아갔다. 아버지는 실용적인 상식에 어두운 편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나도 아버지를 그대로 닮았다. ...


... 나는 그날 갖가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하고 말았다. 애트킨스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금주 결심도 철회했다. 내 방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나는 피자 한 판을 먹어치우고 포도주도 반병쯤 비웠다. 다이어트 결심을 깨뜨리게 만든 장본인인 허튼 경과 경영위원들을 용서할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


[BBC 구하기] 중에서, 그렉 다이크, 김유신 옮김, 황금부엉이 2006




최근 읽었던 책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책으로 이런 유머가 책 도처에 널려 있는 특이한 자서전이다. 저자가 걸어온 길이나 BBC, 영국의 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언론이나 사회쪽에 분류하고 있지만 - 국립중앙도서관은 사회학쪽인 326.7로, 알라딘은 언론인/TV이론,비평 쪽에 YES24는 사회학 일반에 분류 - 기업의 조직문화 개선이 그의 장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나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와 나란히 CEO자서전에 놓아둘 책이다. 따로 포스트를 할 예정~ :-)




p.s. 원서 표지. 국내판 표지는 좀 밋밋한게 흠

p.s. 역자분의 블로그 발견 : 남촌글방
by delius | 2006/12/03 21:13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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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6/12/03 22:38
으핫; 재미있군요. ^^;
Commented by nkokon at 2006/12/03 23:03
'밑줄' 글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스승분들이 소신이 있으시네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6/12/04 09:31
홍홍 재밌죠? 이런 소신있는 선생님들 너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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