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예전에 올렸던 글 이전 작업중. 2001년 01월 02일 작성
[책을 읽고 나서]
[헬레이져]라는 영화는 잘 모르더라도 머리에 촘촘히 핀을 박은 무시무시한 머리카락 없는 남자의 모습은 아마 다들 기억할 것 것입니다. 상자속에서 체인이 나와 살갗을 뜯는 식의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요괴렉스]의 재미에 흠뻑 빠질 것 같네요. 대체로 호러 작가들이 다 그렇지만 - 스티븐 킹이나, 스즈키 코지도 마찬가지다 - 재능있는 호러 소설 작가는 장편보다는 단편이나 중편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클라이브 바커도 예외는 아닙니다.
클라이브 바커는 영화와는 또 다른 식으로 독자에게 공포와 미묘한 기쁨을 주는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혹시 호러 소설을 잔인한 살인의 묘사나 기괴한 상상력의 발휘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람에게는 "인간의 흔적"과 "수의를 입은 포르노그래퍼의 고백"를 읽어보길 권하고 싶네요. 각 작품에 등장하는 이름붙이기 어려운 존재와 로니는 그렇고 그런 소설속의 주인공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수작입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석회빛으로 단장된 욕실에서 욕조에 다가가 물 속을 들여다본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어제 일인 것 같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생활은 긴 하룻밤이었다. 내려다보았다. 그것이 거기 전처럼 누워서 자고 있었다. 몸을 숨기기 전에 벗을 시간도 없었던 듯 옷은 전부 입은 채였다. 대머리였던 곳에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돋아나 있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색칠한 얼굴의 흔적인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자신의 것이 아름다운 얼굴을 분자 하나까지 완전히 빼닮아 있었다. 완벽하게 마무리된 손이 그것의 가슴 위에 교차되어 있었다.
[서지정보]
제목 : 요괴렉스 : 피의 책 2
원제 : Books of Blood
지은이 : 클라이브 바커 Clive Barker
옮긴이 : 김정화
출판사 : 씨엔씨미디어
발간일 : 2000년 08월
분량 : 295쪽
값 : 7,500원
p.s. 품절은 되었지만 씨앤씨미디어의 책은 지하철 도서할인매장에서 종종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p.s. 국내에는 [한밤의 식육열차 : 피의 책 1](씨앤씨미디어의)이 나왔다. 짐작하셨겠지만 이 책도 품절. ㅠㅠ
p.s. 시리즈의 원서 표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