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아이들은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 "아이들은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부모 앞에서, 교사 앞에서, 또 친구앞에서……."


... "그게 요즘 아이들이에요. 정말로 상처도 잘 받고 마음이 여려요. 즐거운 듯이 보인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을 수 없지요. 요즘 애들이 우리 어렸을 때처럼 단순하다고 생각하면 큰 착오에요. 어른이랑 같을 정도로…… 아니 어른보다고 골치 아픈 건 자기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이죠. 어른이라면 자기 기분을 잘 말할 수는 있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게 잘 안되니까 옛날엔 실컷 울다 돌아와서 엄마나 형한테 일러바쳤는데, 요새는 어쩐 일인지 그런 것도 하질 않고…… 그래서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안 돼요." ...


..."당하는 애들은요. 어째서 자기가 당하는지 그 이유를 몰라. 고칠 테니까 잘못한 걸 얘기해달라고 한들 괴롭히는 애들은 얘기 안하지. 잘못한 건 애초에 없었으니까. 할말이 없으니까 더럽다는 둥 냄새난다고 하지. 어디가 더럽냐, 냄새나지 않잖아 하고 따져 물으면 아무 대답이 없어. 실제로 더럽지도 냄새나는 것도 아니니까. 짐작 가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왕따를 당하니 고치려야 고칠 수도 없잖아. 그렇게 되면 결국 자기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지. 이유를 알면서 남이 괴롭히면 고문을 당해도 참기 쉽지만, 이유가 없는데 당하면 나라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게 돼. 그러니까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하소연하고 싶어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는 거야. '왜 그렇게 당하게 됐니?'라고 부모는 묻겠지? 그 물음에 대답할 방법이 없잖아. 그래서 아무 말도 안하고…… 갑자기 죽거나……."



[도쿄가족] 중에서, 사토 아이코, 곽미경 옮김, 강, 2005




밑줄을 긋다보니 이 소설이 마치 학교 교육문제에만 집중한 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목처럼 그냥 일본의 보통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혼과 재혼, 별거, 황혼이혼 등의 부부사와 중년의 사랑, 노후의 삶,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의미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물흐르는 듯이 자연스럽게 펼쳐가고 있는데 역시 연륜이란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작가는 1923년생) 요즘 읽은 일본소설 보다는 확실히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서 일본소설은 별로... 하시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단 엄청난 사건이나 갈등은 없으니 참고하시길.




p.s.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확실한 줄거리나 구체적인 등장인물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냥 가족이라는 주제와 소설이 주는 따뜻한 느낌, 그리고 두 소설 모두에 고양이가 나온다는 점 때문에 갑자기 윤명혜의 [가족]이 떠올랐다.


p.s. 원제는 [風の行方](바람의 방향)



p.s. 표지의 일러스트 맘에 든다.


by delius | 2006/09/04 23:49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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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ie at 2006/09/05 03:37
슬픈 이야기네요.. 이유를 알았다고 해도 결국은 모르게 되어버리는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그러는걸까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6/09/05 10:31
네... 소설에 이지메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무척 섬뜩했습니다. 슬픈 이야기 ㅠㅠ
Commented at 2006/09/09 13: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delius at 2006/09/10 08:39
비공개님 : 홍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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