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배양된 무지 ignorantia affectata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보면 볼 수록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요즘 다른 추리소설 하나를 미뤄두고 계속 읽고 있습니다. 제목은 도발적인 [교황의 죄](게리 윌스, 박준영 옮김, 중심, 2005). 나중에 찬찬히 책에 대한 느낌은 정리해 올려보려 하는데 우선 눈에 띄는 책 속의 인용문을 옮겨봅니다.


아래는 여성사제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장(제7장 배제된 여성들)에 나오는 알베르투스(Saint Albertus Magnus, 1200~1280, 책에는 대 알베르토[Albert the Great]라고 나옵니다. 토머스 아퀴나스의 스승)가 본 여성에 대한 글입니다.


... 여자는 남자보다 액체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고, 액체가 지니는 속성때문에 일에 쉽게 뛰어들곤 하지만 끈기 있게 매달리지는 못한다. 액체는 모양이 쉽게 변하는 법이며, 그래서 여자는 변덕스럽고 호기심이 많다. …… 여자는 잘못 태어난 남자이며 따라서 남자에 비해 결함이 많고 불완전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 여자가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자는 스스로 얻을 수 없는 것을 거짓과 사악한 속임수로 얻으려고 덤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여자는 독사나 뿔 달린 악마를 대하는 것처럼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


이런 글에 대한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1971년 여성 교역 사제직 불허 선언[Inter Insigniores]중에서)


... 교부들의 글 속에 틀림없이 여성들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친 편견들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이런 편견들이 그들의 사목활동에 거의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았고 그들의 영성지도에는 더더욱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


이에 대한 저자의 코멘트


교황이 교의가 -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실로 괴이하기 짝이 없다. 이것은 흑인이 열등하다고 보는 믿음이 흑인들에게 실제로 불의한 행동을 자행하도록 미국 남부인들을 부추긴 바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자들의 태도나 흡사하다. 이런 말은 유대인들은 그리스도 살해자라고 보는 신념이 유대인 학살에, 박해에, 유대인 대학살에 기여했을 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같다. 여성들에게 자행된 불의를 불의로 인정하지 않는 한, 결코 그들에게, 아니, 어느 누구에게나 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 과거에 이런 불의를 자행한 자들, 대 알베르토와 같은 우리의 사상가들, 아퀴나스와 같은 우리의 성인들이 스스로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던만큼, 그것은 교황의 죄가 아니었다. 그러나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증거가 나와 있는 지금,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지금, 이것을 깨달으려 하지 않는 것은, 교회가 여성들에 대한 처우에 잘못을 범했을 리 없다고 고집함으로써 여성들에 대한 학대를 영속화시키려 드는 것은 현재의 죄요, 교황의 죄다. 사악한 과거의 유산을 지지하는 구조는 극복할 수 없는 무지가 아니라 배양된 무지, ignorantia affectata 그것이다.




p.s. 아이러니 하게도 저 위의 알베르투스가 "자연과학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수호성인'"이라는 사실! ㅡ.ㅡ


p.s. The New York Review of Books의 저자 캐리커쳐
by delius | 2006/08/24 20:03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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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지구인 at 2006/08/27 11:57
배양된 무지라는 말 ..너무 마음에 들어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6/08/27 14:58
'배양된 무지라'라는 말도 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말이더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에 대한 포스트 올릴 때 더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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