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는 정직한 제목답게 '죽음의 신'[死神]인 '치바'가 인간세계에서 자신의 업무(사람을 죽일지 살릴지 관찰해서 판단하는 일)를 하면서 겪게되는 에피소드 6개를 묶어 놓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그의 작품으로는 작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칠드런]과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는데, 각 단편을 떼어놓아도, 하나의 연작소설로 묶어서 전체를 봐도 좋은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점과 본격 추리물은 아니지만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맛보고 싶은 긴장감이나 수수께끼 풀기의 즐거움을 준다는 면에서 무척 닮아있다.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사신의 이미지는 긴 낫을 들고 검은 두건을 쓴, 얼굴은 보이지 않거나 해골모양이거나 검은 옷을 입고 소매에 팔을 감춘 저승사자인데 반해서 이사카 코타로가 그리는 죽음의 신은 그 때 그 때 죽을 대상에 대한 관찰에 편한 인물로 바꿔서 등장하며, 음악을 좋아하고, 비를 몰고 다니며, 인간 세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엉뚱하고 고지식한 질문을 던지는 특이한 캐릭터이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일본 소설들은 하나 같이 재미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치바는 [칠드런]에서 진나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 없는 주인공이다)와 소소한 듯 하지만 의미를 담고 있는 일상에 대한 관찰,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이야기 장치들을 담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볼 때 [사신 치바]는 그런 소설들의 모범 사례라고 할 만하다.
6편 모두 알차고 재미있지만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연애 상담사 치바"를, 추리소설 팬이라면 [쥐덫]을 떠올리는 구성으로도 우선 흥미를 끄는 "산장 살인사건"에 먼저 눈길이 갈 것 같다. [칠드런] 이후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작품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최근 출간된 3편의 다른 작품에서 어느 것을 먼저 읽어야 할까 하고 행복한 고민을 할 것인데, 그 중에서 가장 최근작인 [사신 치바]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내용 만큼이나 책 만듬새 또한 훌륭하다.
[서지정보]
제목 : 사신 치바
원제 : 死神の精度 (2005)
지은이 : 이사카 고타로 [伊坂幸太郎]
옮긴이 : 김소영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발간일 : 2006년 05월
분량 : 343쪽
값 : 10,000원
p.s. 원서 표지. 국내번역본도 좋은 느낌
p.s. 광고에도 나와있지만 덧붙이자면 [사신 치바]는 2005년 하반기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지만 6번 후보에 올라 드디어 나오키상을 받게 된 히가시노 케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에 밀렸다. :-)
p.s. 찾아보니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와일드 소울](가키네 료스케)이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日本推理作家協会賞)을 받을 때 [사신 치바]는 [올 요미모노 オール 讀物] 2004년 12월호에 게재한 단편(책에 실린 첫번째 단편)으로 단편부분상을 받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