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제9회 디지털과 영상산업의 재편 세미나에 갔었습니다. 강사는 싸이더스 FNH의 차승재 대표였는데 주제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영상시장의 새로운 판도"였습니다. 영화나 영상쪽은 하는 일과 관련없지만 여러 영화잡지를 통해 읽어본 차승재 대표의 인터뷰를 읽고 개인적인 궁금함이 생겨 가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강의였습니다. 일찍 도착해서 사람이 처음에는 거의 없었는데 끝나고 나갈 때 보니 강당의 거의 다 찼었더라구요. 영화업계 파워 1위 라는 인지도가 실감났습니다. ^^
세미나는 1시간 정도 차승재 대표의 발표, 20분 정도 토론자 중앙대 전병준 교수의 코멘트, 20-30분 정도 질의/응답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강의중간에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 몇가지만 옮겨봅니다.(원래 길게 썼다가 PC가 다운되어 날리는 바람에 -.- 이번에는 짧게 적어 봅니다. 글 한 번 날리고 나면 의욕 상실 ㅠㅠ)
-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출은 계속 성장세인데 이 중에 애니메이션 하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수치에 허수가 있으니 잘 파악해야 한다.
- 한국의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회수는 3회가 넘어서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것은 내수시장이 크게 성장해서 한계에 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1995년 당시 1회였던 영화관람회수가 이렇게 증가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 영화관의 증가(350개에서 1,800개로 10년동안 5-6배 스크린수 증가)
2. 영화관 시설의 개선(예전에는 음습했는데 이제는 밝고 즐기는 시설이 됨)
3. 영화관이 늘어나서 영화가 많이 걸리고 그것을 보러 영화관에 온 사람이 좋은 경험을 하고 다시 영화관을 찾고 이래서 영화관/제작사의 수입이 늘어나고 그것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갔음
- 이에 비해 일본의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회수는 10년 내내 1회 남짓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음
1. 3대 메이저사의 독과점으로 인한 영화산업의 노쇠화. 이들 메이저가 땅값이 쌀 때 많은 토지를 영화관/스튜디오 부지를 위해 구입한 것이 현재 큰 자산이 되어 영화사라기 보다는 거대자산기업화 되었음. 고목 3개가 일본영화산업의 일조량을 다 받고 있어서 아래 있는 작은 나무들이 성장을 못하는 격
2. DVD를 정점으로 한 부가판권 시장이 큰데 여기에는 일본 특유의 소장문화가 큰 몫을 함. 즉 영화관 안가고 혼자서 즐기는 문화도 있다는 크다는 말씀. 우리나라처럼 다운받아 보고 지우는게 아니라 DVD를 사서 모으로 즐기는 문화를 말함. 한국은 영화관 수입 8 / 부가판권 2인데 비해서, 일본은 영화관 수입 3~4 / DVD 3~4 / 부가판권 2 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이에 대한 예로 차대표는 [화산고]가 일본에서 11만 명 관객이 들어 망했는데 DVD가 11만 장 팔려서 수입업자가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함 ^^)
- 한국영화 관객은 5년새 4배가 증가하고 대외 수출액도 2006년에는 1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 하지만 여기에 있는 함정은 이 외국수출액 중 70%가 일본 한 곳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인데 일본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흥행성이 점차 낮아지는데 비해 올라간 제작비는 내려가지 않아서 한국영화계에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됨. 그런 이유로 현재 영화계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
- 일본의 공백은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권 국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찾아야 하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WTO 최혜국 대우 종료로 중국의 저작권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해결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때까지 한국영화가 버텨줄지가 문제임. 중국의 현재 불법 DVD 시장은 헐리우드 영화 5, 한국영화 4, 중국영화 1의 구조로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높은 편임
- 일본에 대기중인 한국영화는 50편 정도로 추산됨
- 현재 영화계의 디지털화는 기술적으로는 모두 가능하고 멀지 않아 영화관람에 있어서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됨.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멀티컴(멀티플렉스라는 용어대신에 멀티컴플렉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시더군요)이 들어가지 못했던 소도시까지 작은 규모의 영화관이 들어설 수 있을 것임(현재 영화 프린트 1벌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200-300만원, 폐기 수수료가 10만원으로 100개 극장에만 건다고 해도 3억임. 이 비용은 마케팅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모든 마케팅 비용이 다 PR에 쓰이는 것은 아님)
- 멀티컴은 8개 이상, 씨네컴은 6개 스크린을 가진 복합상영관
- 제작사들이 배급에 뛰어드는 이유는 제작이윤만으로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임. 현재 배급수수료 등 배급에 있어서는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제작의 경우는 기획하던 영화가 무산될 경우의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 구조임. 싸이더스의 경우 3편 중 1편이 영화화, 못한 영화제작사는 5편 중 1편이 영화화 되는데 기획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2억임(제작사의 R&D 비용이라고 할 수 있음)
- 배급수수료의 경우 250~330원 정도로, 영화표 7,000월 중 부가세 650원을 빼고 남은 돈에서 인두세 성격으로 배급수수료가 나가는데 1천만 명 들었을 경우 30억으로 상당히 큰 액수임. 또한 투자사는 투자관리수수료로 전체 투자액의 1.5%를 산정
- 영화산업은 크게 비디오의 판매/생간과 함께 대기업영상사업단의 등장(1차), 멀티플렉스와 케이블의 등장(2차), DMB와 IPTV의 등장(3차) 이라는 세차례 격변을 지나왔음. 이러한 변화를 정리하면 새로운 디바이스로 인해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고, 이 자본은 새로운 인력과 결합한다는 사실
- 질문답변시간에 나온 이야기 중 : 영화산업은 궁극적으로 수직계열화 될 것으로 보고 있음. / [달콤 살벌한 연인]을 제작한 데는 3가지 이유가 있음
1. HD영화의 기술적인 완성도 실험
2. 방송계 인력의 영화계 수급(HD쪽은 영화계보다 방송계가 앞서 있으며, 이들 인력의 임금은 영화계보다 낮은편임)
3. 작은 영화(차대표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많이 나와봐야 1장면에 4명 정도 나오는 ^^), 작은 이야기에 대한 가능성 타진
해당 세미나 정보는
이곳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전 세미나에 대한 글을 봤더니 일정시간이 지나면 VOD와 발표자료를 올려놓는 것 같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