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차일드 |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오늘 서울 나들이를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타임 투 리브]를 볼까 해서 씨네큐브에 갔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안맞아서 [더 차일드]를 봤습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말만 들었을 뿐 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도 있었지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영화라고 챙겨 본 적도 없고 유럽 영화와 스스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터라 조금 망설였습니다만 보고난 후 생각은 잘 봤다는 생각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를 낳는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점점 세계적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것, 아이에 대한 생각이 가벼워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인공 브뤼노는 좀도둑이긴 하지만 심성이 나쁜 아이는 아닌데 가볍게 아이를 업자에게 넘기는 것을 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도덕이나 윤리라고 하는 가치가 보편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그런 탓에 브뤼노의 철없어 보이는 행동에 헛웃음도 많이 났구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웃으며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 이기도 합니다. ^^)


다르덴 형제는 각각 51년생, 54년생. 인터뷰중 "이 영화를 만들 때 두 사람의 관심사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해 뤽 다르덴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네요.


"우리는 현실을 복제하려 하지 않았다. 아이를 내다버리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아이의 불법 매매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아이]에서 브루노는 아이를 팔았다가 곧바로 되산다. 우리의 관심사는 그가 어떻게 아이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또는 맺지 못하는가였다. 브루노는 아이가 눈에 뵈지도 않고(관심 밖에 있고) 말 그대로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도 없다. 그러므로 질문은 이것이다. 아이에 대한 소니아의 큰 사랑이 그에게 아이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데 충분할 것인가.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진하게 표시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즉 소니아가 무슨 성녀처럼 모든것을 희생해서 브뤼노를 갱생시키는 식이 아니었다는 점이 특히나 그랬습니다. 이런 어린 부부를 다루는 영화라면 자주 나오곤 하는 여자 주인공의 흔들림이 묘사되지 않았거든요. 아빠되는 사람은 어리고 생활능력도 없어서 엄마는 늘 걱정만 하는 이런 소재의 영화가 빠지기 쉬운 흔한 설정에 비해서 [더 차일드]는 남자친구를 발에 걸어 넘어뜨리고, 캔음료 거품으로 장난을 치고, 또 아이를 팔아넘긴 아빠를 고소하는 소피아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런 음악없이 시작하고 끝나는 - 영화음악은 없습니다. 유일하게 나오는 음악은 주인공 둘이 장난칠 때 차에서 잠깐 나오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유일 ^^ - 무미건조한 영화이긴 하지만 보고나서 뭔가 생각할 꺼리를 준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단 심심한 영화를 싫어하시는 분에게는 비추천입니다.





p.s.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시지만 씨네큐브/아트큐브은 엔딩크레딧을 다 보여주고 나서야 불을 켜주는 아름다운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


p.s. 영화에 유모차를 버스에 태우는 장면이 나오고 아이를 낳으면 집에 간호사가 방문하는 부분이 있는데 유럽의 복지국가란 저런거군... 했습니다.
by delius | 2006/02/20 00:44 | movie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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