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사이트 싱글의 시대 | 야마다 마사히로
[책을 읽고 나서]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은 말 그대로 "기생하는 싱글"이라는 뜻이다. 이미 기생을 하고 있으면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이기 때문에 싱글은 아니지만 이들이 기생하고 있는 대상이 부모라는 점에서 "싱글"이다. 결혼을 하기 전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부모와 함께 사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문화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독립을 하는 서양의 문화와는 간단한 말바꿈 차원을 넘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 저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이러한 부모와의 동거가 길어지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이것이 현재 일본 불황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냥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무슨 문제냐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이들의 독립이 유예되면서 기초생활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고 - 간단히 이야기 해서 혼자 살면 사야할 TV,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등을 안산다는 뜻 ^^ - 결혼율이 낮아지며, 늦게 아이를 낳게 되고... 이런 식으로 국가 전체의 경제에 활력이 없어진다는 저자의 진단에는 수긍할 만한 부분이 많다. 실제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혼자 사는 싱글과 부모와 함께 사는 싱글은 경제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비슷한 예를 찾는 다면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학교 다니는 학생보다는 혼자 자취하는 학생들이 돈이 더 드는 것 처럼 말이다. 거기에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고려한다면 패러사이트 싱글에게 있어서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여러가지로 이득이 있는 셈이다. 즉 아래 밑줄 그은 것처럼 부모와 함께 사는 삶은 패러사이트 싱글에게는 나오고 싶지 않은 미지근한 물인 셈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극복 방안으로 동거세 -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세대에게 일정한 나이 이상에 되면 세금을 물림 - 를 부과하거나 소득공제에서 일정 나이 이상되는 자녀를 제외하는 방법과 젋은 세대들의 독립을 돕는 여러가지 복지혜택을 마련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노년에 대한 복지는 잘 되어 있지만 젋은 세대에 대해서는 알아서 살라는 식의 방임이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한 것이다.


책에도 여러번 이야기 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매우 비슷한 경제행태와 문화적인 공유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20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만 있었던 특이한 사항이라고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결혼연령이 높아지는 현상은 우리에게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술서이지만 재미있고,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어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일순위로 추천하고 싶다.


[기억에 남는 구절]


... 현실의 패러사이트 싱글의 대부분이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 생활을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며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편하고 풍족한 생활을 버릴 수 있는가라고 하면 그럴 수는 없다. 버리면서까지 독립하거나 결혼하고 싶은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적 상황은 아닐까?
나는 이런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주 [미지근한 목욕물]에 비유한다. 알맞은 미지근한 물에 들어가 있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다. 미지근한 물에서 나오면 춥다. 스스로 옷을 입으면 좋은데 거기까지 가기가 춥기 때문에 좀체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대개 어떻게 밖으로 나오면 좋을지 알지 못하다. 옷을 입혀 주고 밖으로 끌어내 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은 미지근한 물일 뿐이다. 서서히 식어 언젠가는 냉탕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것이 언젠가는 알 수 없지만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나오면 고생할 것이 뻔하다. 그런 상태가 전형적인 패러사이트 싱글이다. ...


[서지정보]


제목 : 패러사이트 싱글의 시대
지은이 : 야마다 마사히로 [山田昌弘]
옮긴이 : 김주희
원제 : パラサイトシングルの時代 Parasite Single No Jidai (2002)
출판사 : 성신여자대학교출판부
발간일 : 2004년 02월
분량 : 188쪽
값 : 10,000원


[p.s.]


- 저자도 여러번 강조하고 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독립이 불가능 하거나 가업을 이어받기 위한 경우, 부모의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는 패러사이트 싱글이라고 볼 수 없다. 야마다 교수가 추산하는 일본의 패러사이트 싱글은 2001년 기준으로 1,000만 명. 우리나라는 LG경제연구원 발표자료[기생독신자 증가 경제활력 떨어뜨린다 - 일본 기생독신자 증가의 교훈, 2001.03.14, 주간경제 614호]에 따르면 2000년 기준 약 470만 명이다.


-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의 연구실 사이트 : http://www.u-gakugei.ac.jp/~masahiro/


- 원서 표지. 대학교 출판부의 한계는 있겠지만 이 책은 조금만 더 포장 했어도 훨씬 많이 읽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ㅠㅠ

by delius | 2006/02/07 00:16 | book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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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zisang at 2006/02/07 17:43
생각할 여지가 많은 책이네요. 우리나라도 대부분 결혼하기전까지는 패러사이트 싱글이죠. 물론 imf이후 불황과 실업이 겹쳐 같이 사는 이유가 많은 것 같지만..또 결혼하고 나서도 부모에게 아이들의 양육등 의지하는 부분이 많고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늦은 나이에 자립하느라 다들 힘들것같아요.^^;
Commented by delius at 2006/02/07 20:51
맞는 말씀입니다. 책에도 보면 부모님들이 나이 드시고 돌아가시고 난 후의 경우에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이 책 보고나니 독립이란 참 힘든거구나... 하는 생각 다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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