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헌법과 민주주의 | 로버트 달
[책을 읽고 나서]


- 학교다닐 때 미국사 강의를 하나 들었는데 그 때 몰랐던 사실을 여러가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겉으로는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정확히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연방대법원이 가진 "위헌법률 심사권"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미국은 "제왕적 사법부"의 힘이 가장 강하다는 설명이었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얻어 임명하지만 종신제다!)


- 미국 헌법제정은 1787년이다.


| 노예제 폐지는 1865년
|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선거권이 부여된 것은 1870년
| 연방 의회가 소득세를 징수할 권한을 갖게 된 것은 1913년
| 여성이 선거권을 갖게 된 것은 1920년
| 선거연령이 18세 이상으로 바뀐 것은 1971년


- 2000년 있었던 부시와 고어의 대통령 선거에서 고어가 전체 미국 국민의 표를 더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정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민주주의가 맞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정치학자라는 로버트 달 교수의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는 이렇게 우리(또는 미국인)가 알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헌정/정치체제와 실제로 돌아가는 시스템 사이의 간극을 이야기 하고 그 개선책에 대해 논의해 보는 책이다. 그 시작은 미국 헌법을 입안한 이들이 간과했던(할 수 밖에 없었더) 사실들의 한계를 살펴보는 것으로, 그것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헌법이 가장 민주적이라는 미국인들의 착각에 대해 논해 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와 함께 선거제도와 대의성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 하는데, 특히 주의 인구와 동일하게 상원의원수를 2명으로 한 제도 자체가 가진 불합리성과 선거인단을 통한 대통령 선출방식이 지닌 문제점, 1위 대표제가 지닌 문제점을 차근차근 이야기 하는데 워낙 간결하고, 이해라기 쉬운 예를 들어 놓은 탓에 해당 분야에 지식이 없는 사람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달 교수는 결론에서 미국 헌법에 상존해 있는 비민주성으로 인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데, 헌법개정 자체에 접근하는 것이 워낙 어려운 탓에 실질적인 헌법개정으로 인한 해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결국 미국인이 현재의 정치적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1. 신성시되고 있는 미국 헌법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의 장을 활성화 하는 것과 2. 현재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정치적 자원의 불평등을 개선해 가자는 것으로, 2번째 방안은 우리에게도 교훈을 주고 있는데 "막대한 자원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 특권적 지위를 줄이고자 하는 모든 시도들에 대한 강력한 방어물로, 그리고 변화를 거부할 수 있는 기제로 현재의 미국 헌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진술은 결코 미국의 이야기라고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구절]


많은 미국인들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국 헌법을 하나의 모델로 삼아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제도가 오랫동안 중단되지 않고 지속된 나라들 가운데, 미국식 헌정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이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모두 미국의 헌법을 거부해 왔다고 말하는 게 함당할 것이다. 왜 그랬을까?


[서지정보]


제목 :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
지은이 : 로버트 달 Robert A. Dahl
옮긴이 : 박상훈·박수형
원제 : How Democratic Is the American Constitution? (2001)
출판사 : 후마니타스
분량 : 288쪽
값 : 15,000원
발간일 : 2004년 11월



[p.s.]


- 로버트 달 교수 저서 소개 사이트 : http://www.yale.edu/polisci/dahl/


- 원서표지.. 우리나라 표지가 더 좋아보임 ^^



- 예일대학교 출판부에서는 PDF파일 형태로 이 책의 2장까지를 제공하고 있다. ^^)/ : PDF


- 최장집 교수의 서문 - 매우 간결하고 조목조목 우리나라 헌법과 정치상황에 대해 잘 개관하고 있지만 - 은 서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분량이 많고 무겁다. 편집자의 의도는 알겠지만 뒤로 빼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책의 제목은 "한국의 헌법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미국"의 헌법에 대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 이 책을 펴낼 당시 - 강의를 묶어낸 것이긴 하지만 - 달 교수의 나이가 85세였다는 점은 책이 다루고 있는 도발적인 주제 만큼이나 놀랍다. 나는 항상 비슷한 사례를 생각할 때 주제 사라마구가 [눈먼자들의 도시]를 썼을 때 73세였다는 점을 생각했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를 발견하게 되길 기대한다.
by delius | 2005/04/03 12:04 | book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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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특별님에 의해 도서가격비교 와비에서 베스트 리뷰로 ..
학교다닐 때 미국사 강의를 하나 들었는데 그 때 몰랐던 사실을 여러가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겉으로는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정확히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연방대법원이 가진 "위헌법률 심사권"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미국은 "제왕적 사법부"의 힘이 가장 강하다는 설명이었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얻어 임명하지만 종신제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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