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배가 기분 나쁘다
... 배가 기분 나쁘다. 어릴 때 나는 자주 그렇게 말했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나를 나무랐다. 배가 기분 나쁘다고만 하면 어디가 어떤지 어떻게 아느냐고.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태산같았지만, 그러나 왜 야단까지 맞아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과, 갈 곳 없는 슬픔을 느끼면서, 배가 기분 나쁜 그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려고 온갖 표현을 떠올렸지만, 최종적으로는 역시 배가 기분 나쁘다는 말에 다다랐다. 배가 기분 나쁘다. 그 시절 나는 왜 배가 기분 나빠지는지 몰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기름진 음식에 약하거나, 원래 음식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체질이었을 것이다. 지금 나는 배가 기분 나쁘다. 지금 나는, 배가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것에 아무런 주저도 없다. 털끝만큼의 망설임도 없다. 양손을 들고 말할 수 있다. 배가 기분 나쁜 것이다, 나는. ...



[아미빅] 중에서, 가네하라 히토미, 양수현 옮김, 문학동네, 2008




[뱀에게 피어싱], [애시 베이비]에 이은 3번째 소설. [애시 베이비] 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읽기 힘들고 난해한 작품이었습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중간 중간 주인공 행동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눈에 띄고, 그런 부분에서 공감하는 내 자신에 깜짝 놀라고, 안타까운 마음과 이해안되는 상황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읽는 내내 힘들면서도 결국 다 읽게 되었습니다. 190페이지 밖에 안되지만 읽는데는 어떤 두꺼운 장편소설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느낌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포스트가 있어 링크 걸어둡니다. : http://blog.naver.com/withmepark/120051784632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번역본의 경우 자켓을 벗기면 노란색이에요.
by delius | 2009/07/02 13:48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2)
런던 - 클래식 공연 예매하는 법
런던에서 뮤지컬 예매하는 방법에 대한 포스트는 많은 데 클래식 공연에 대한 포스트는 찾아 보기 힘들어서 한 번 작성해 봤습니다. 여행다녀와서 바로 올리려고 했는데 이제야... ^^;; 런던에 잠깐 가보고 쓰는 것이니 자세하게/정확하게 아시는 분이 이 포스트를 읽게 되시면 덧글로 바로잡고 추가정보도 주세요.




1. 어떤 공연이 있는지 알아보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우선 어떤 공연이 있는지 알아야지 예매를 하겠죠? 일단은 우리나라의 티켓링크나 인터파크처럼 영국의 티켓마스터(http://www.ticketmaster.com/)를 통해서 어떤 공연이 있는 것인지 알고, 또 예매도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공연 안내도 많구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몇몇 공연은 아래 2개 사이트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대형 사이트에서는 나오지 않는 공연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1-1 Concert Diary (http://www.concert-diary.com/)


콘서트 다이어리는 제가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이트입니다. 사이트 소개를 보면 "the interactive Concert Guide with listings for Opera, Ballet and Classical Music Concerts across the UK."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로 전세계의 공연을 검색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그런데 영국이나 런던 지역 이외를 검색하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결과도 신통치 않습니다.) 사이트 사용법은 간단한데 날짜를 선택하고 "County or State"나 "City or Town"에 london 이라고 입력한 후 검색하면 수많은 공연이 나옵니다. 공연마다 있는 More를 누르면 자세한 공연소개와 공연장, 티켓가격, 예매페이지 연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1-2 classical concerts UK (http://oclassical.com/cal)


사이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런던 뿐만 아니라 영국의 클래식 콘서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날짜를 클릭하면 해당일에 공연이 나오고 공연의 Details 부분을 누르면 상세한 공연정보와 함께 가격, 공연장, 예매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연장 별로도 확인이 가능한데 주요한 클래식 공연장의 공연은 아래 리스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런던에 한정 된 것이 아니라서 참 많은 공연이 나옵니다. ^^




2. 예매하기


저는 위의 사이트들의 도움을 받아서 해당 공연장/연주단체 사이트에 모두 가입하고 - 주소는 혹시 몰라서 회사주소로 했습니다 - 온라인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결제는 모두 카드로. ^^ 주소는 썼지만 해외로는 배송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안내는 되어 있습니다.(하지만 꼭 받겠다면 방법도 있을듯 합니다.) 아래는 제가 예약했던 사이트들에 대한 간단한 감상입니다.


[공연장]
  • 위그모어홀 : 평면도식의 자리 선택 가능하고 수수료는 없습니다.
  • 세인스존스스미스스퀘어 : 평면도식 자리 선택은 가능하지만 좀 허섭합니다. 카드결제도 잘 된 것인지 약간 의심스러울 정도로 간단한 편이구요. 하지만 수수료는 1.5파운드 Orz
  • 로열칼리지오브뮤직 : 평면도식의 자리 선택도 가능하고 수수료는 없습니다. 결제할 때 기부금액을 선택하는 창도 나옵니다. ^^
  • 카도간홀 : 지난번 포스트에도 썼지만 3D로 자신이 정한 자리에서 무대가 어떻게 보이는지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런 기능이 있는 만큼 1.5파운드의 수수료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 로열오페라하우스 : 예약하기가 편한 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플래시를 사용해서 자리 위치와 남은 좌석, 가격등을 보여줘서 예매하기 무척 편리했습니다. 수수료는 없어요~

[연주단체]
  •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 : 앞선 공연과는 다르게 공연장이 아닌 공연단체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예매한 경우입니다. 인터넷에서 자리선택은 영역지정만 - 2층 A구역...하는 정도 - 가능했습니다. 단 다른 곳과는 달리 결제하고 나서 자동발송 메일 이후에 박스오피스 담당자의 개별 메일이 온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용은 "Dear OOO / Thank you for your online booking for the concerts at the Royal Festival Hall on 30 April and 7 May 2009, Your tickets have been confirmed and will be left at the Ticket Office from 18:00 on the day of the 1st concert on 30 April." 정도였지만 신경써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수수료는 없습니다.
  •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와 동일한 경우였습니다. 결제 마지막 정도에 요청하는 것을 쓰는 난이 있어서 "I want to collect my tickets from the box office."라고 썼던 기억이 납니다. ^^ 수수료는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면 메일로 예약번호가 담긴 메일이 옵니다. "OOO Order Confirmation", "OOO Booking Confirmation" 또는 간단히 "OOO confirmation"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위그모어홀에서 온 예약확인 메일입니다. 이렇게 메일까지 받으면 예약은 완료~



3. 티켓 찾기


앞에서 받은 메일을 모두 프린트 해갔기 때문에 티켓 수령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메일을 보면 일찍 와서 찾으셔야 해요, 안그러면 못찾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고 있는데 ^^ 실제로 공연장 못찾는 문제가 있을지 몰라 거의 모든 공연에서는 일찍 일찍 가서 줄서는 것 없이 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단 세인스존스스미스스퀘어의 경우는 지하에 표 찾는 곳이 있었는데, 제가 거의 시작시간에 도착해서 표사는 사람, 예약표 찾는 사람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서 겨우 표를 찾을 수 있어서 공연에 늦게 들어갈까봐 조마조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약번호가 있으면 일반줄을 설 필요 없이 번호만 이야기 하고 표를 찾아갈 수 있는데 - 티켓 데스크 근처에 있으시면 눈에 딱 들어옵니다. - 어떤 곳은 일원화 되어 있어서 한참 동안 줄을 서야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표를 찾거나 일찍 가는 것을 권합니다. 추가로 카드로 결제한 경우 티켓을 수령할 때 꼭 결제한 카드를 가져오라는 말이 써있는데 10군데 중 1군데는 보여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어쨌든 혹시 몰라서 결제할 때 쓴 카드를 꼭 가지고 다녔어요.


예약을 하면 표를 미리 출력해서 우편으로 보내주기 때문인지 아래처럼 작은 봉투에 명세서 우편물처럼 앞에는 투명한 비닐에는 주소가 보이고 뒤에는 연결된 표가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위그모어홀은 바로 프린트를 해주었지만 다른 모든 공연은 다 이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을 받았어요. 봉투는 거의 규격화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는 봉투사진~



4. 현장구매/예매


이번에 가서 현장 구매한 것은 세인트마틴인더필즈의 실내악 공연이었고 현장 예매했던 것은 바비칸센터의 런던심포니공연이었습니다. 세인트마틴인더필즈의 경우는 지하에 예매하는 안내데스크가 있었는데 저는 성당에 비치된 팜플렛의 해당 공연을 가리키며 예매를 하고 싶다고 대충 이야기 해서 표를 구매했습니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좌석배정인데 가격을 이야기 하고 그 가격에 맞는 좋은 자리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알았다면서 자리를 정하고 티켓을 주더군요.(근데 막상 준 자리는 시야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 흑) 공연을 전후해서 내셔널갤러리 광장에서 세인트마틴인더필즈 공연 안내 팜플렛을 나눠주기도 하고 또 우리나라처럼 모든 공연장마다 팜플렛 모아두는 곳이 있으니 보고 싶은 공연의 팜플렛을 미리 찾아서 현장구매를 하면 훨씬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비칸센터의 경우도 동일했는데 역시 팜플렛을 내밀며 이 날 공연하는 공연의 OO파운드짜리 좌석에 자리가 있으면 예약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뒤에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버벅거리면서도 마음은 편했어요. 이곳은 우리 영화볼 때 자리 고르듯 예매할 때 직원이 모니터를 보여주며 어디가 좋겠는지 고르라고 해주었어요. 하지만 어디가 좋은지 모르는 제게 그렇게 보여준다고 해도 -_-;; 그래서 이번에도 플리즈 리커맨드(please recommend) 신공을 발휘했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적당한 자리를 골라주었습니다.(이번에는 좋은 자리였어요~) 바비칸센터는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물어봐서 없다 -_-... 난 여행중이다... 했더니 성만 입력했습니다. 이 말을 못알아들어서 흑흑... 아래는 예매하고 받은 영수증입니다.



5. 기타 잡다한 사항들


  • 인터넷 예약할 때 좌석에 대한 안내가 자세한 편입니다. 특히 무대를 기준으로 시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restricted view)나 입석의 경우 키가 OOO 이하일 경우에는 무대가 안보일 수 있다는 안내는 꼭 있습니다. 표가 싸면 restricted view일 가능성이 높지요~ 제가 키가 작아서 겁먹고 돈을 좀 더 주고 비싼자리를 했는데, 실제 가보니 그렇게 심하게 안보이는 자리도 아니군... 했습니다. 물론 실제 앉아본 것은 아니라서.. ^^ (제가 본 것은 아니지만 restricted view도 일반 restricted view가 있고 slightly restricted view도 있고 공연장에 따라서 종류/등급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처럼 공연팜플렛을 판매합니다.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경우만 입장할 때 무료로 나눠주었고, 다른 공연의 경우는 1장 짜리 프로그램 정도만 제공해 주었습니다.
  • 공연 중 휴식시간에 공연장 안에서 야구장에서 음식팔 듯이 아이스크림도 팔더군요. 밖에서만 파는 경우도 있구요. 한 컵에 3파운드(지금 환율료 하면 약 6,400원 ㄷㄷㄷ)나 해서 사먹지 못했습니다. 흑흑
by delius | 2009/06/30 00:21 | tour | 트랙백 | 덧글(5)
[밑줄] 그래서 야쿠자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거야
... 하시즈메는 바로 칼날을 뽑아 내 턱 아래 들이댔다. 살짝 통증이 왔다.
  "다시는 그따위 짓 하지 마." 하시즈메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내가 왜 널 죽이지 않는지 알아? 야쿠자가 누군가를 죽일 때는 자신보다 상대가 잃는 것이 많다는 손익계산이 있기 때문이야. 세상 사람들이 야쿠자를 두려워하는 것도 그 손익계산이 되기 때문이지. 야쿠자와 서로 죽인다 해도 상대편아 훨씬 손해거든. 슬퍼할 부모가 있고, 보복을 두려워할 마누라가 있고, 길거리를 헤맬 자식이 있고, 멍청한 짓을 했다고 꾸짖을 친구가 있어. 그래서 야쿠자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거야. 하지만 넌 어때? 지금 널 죽여봤자 내가 너보다 잃을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시즈메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시즈메는 칼날을 접어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실크 넥타이를 고쳐 매고 올백으로 넘긴 머리를 쓰다듬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냉정해졌다. ...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중에서, 하라 료, 권일영 옮김, 비채, 2008




[내가 죽인 소녀]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 하라 료의 작품 중 국내 번역된 유일한 작품입니다.(예전에 [내가 죽인 소녀]가 번역되었지만 절판되어 구할 수 없어요 ㅠㅠ) 작가소개를 보면 원래 과작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출간한 장편소설이 4편뿐이라고 하니 국내출간작품이 1권이라도 그렇게 적다는 생각이 안드네요. 위의 밑줄은 주인공 사와자키 탐정과 야쿠자가 만나는 장면인데 사와자키에 대한 느낌과 그의 유머감각 - "하시즈메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였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본인은 이야기 하지만 실제 독자인 저는 야쿠자의 말에 동감했거든요 ^^ - 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서 골라봤습니다. "헝크러진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질 때, 밤의 도시는 긴 어둠에서 깨어난다"는 뒷표지의 말처럼 여러가지 관련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사와자키의 수사를 통해서 하나로 연결되는데, 이렇게 배후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미스테리적인 면도 소홀하지 않아서 하라 료 = 하드보일드라만 생각하고 봤다가 덤으로 재미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앞에 이야기한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만큼이나 등장인물이 많아서 - 맨앞의 등장인물을 세보니 27명 - 이름때문에 많이 힘들겠구나.. 했는데 의외로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며 읽었습니다.(하지만 후반부에 나오키와 나오코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 대사에서 나올 때는 조금 헷갈렸어요. 흑흑)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작품이라서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p.s. 옮긴이의 말에 보면 비채에서 하라 료의 소설을 모두 소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만세~ 2번째 작품은 [내가 죽인 소녀]~


p.s. 번역본과 원서 표지. 원서 표지도 멋지지만 번역본 표지 정말 멋져요~
by delius | 2009/06/27 09:09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3)
[밑줄] 그러니까, 지배해 버리고 싶다는 겁니다
  "아마, 저는 어떤 종류의 독재자를 동경하는 걸 겁니다."
  야리나카는 말했다. 여의사는 다소 당황한 듯이 눈을 깜빡이며,
  "독재자……."
  "말이 과격합니까?"
  "어떤 의미인가요?"
  "60년대 이후 일본 현대 연극의 '언더그라운드 패러다임'으로 불리는 게 있습니다. 많든 적든 현재에도 그것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죠. 그중에서도 '집단 창조'라는 개념이 60년대에서 70년대, 그리고 현재를 잇는 프레임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좁은 의미에서 말하며, 연극을 만드는 집단에서 누구나 작가이고 연출가이고 배우이기도 하고 스태프이기도 한, 신분의 동위성을 이상으로 하는 사상입니다. 요는 극단 내의 계급제도를 걷어치우라고 하는 겁니다. 일종의 직접민주주의지요. 강력한 지도자는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 개개의 자립성이다, 라고."
  야리나카는 안경을 다시 쓰고 천천히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그게 싫어서. 그래서 뭐, 독재자라는 단어가 나와버렸습니다."
  "네."
  "그러니까, 지배해 버리고 싶다는 겁니다, 세계를. 아니,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정치에는 흥미가 없고, 속된 말로 권력을 바라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다만 한 연출가로서, 자신이 연출하는 무대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찾고 있는 '풍경'에 가까이 갈 수 있다. 혼자 그렇게 생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중에서, 아야츠지 유키토,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08




OO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아야츠지 유키토의 가장 최근 - 이라고 하지만 작년 11월 - 번역된 작품인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을 읽었습니다. 계속 한스미디어에서 십각관, 시계관, 암흑관 순서로 나오다가 1년의 시차를 띄고 이번에는 시공사에서 나온 것인데 이렇게 보면 올 10~11월에는 새로 번역되는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


이전에 십각관으로 시작해서 시계관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작품도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두 작품과는 분위기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역시나 재미있게 봤습니다. 줄거리는 연극 극단 멤버들이 폭설을 피해 머물게 된 키리고에 저택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범인 찾는 즐거움 외에도 배경이 되는 키리고에 저택의 스산하고 기묘한 느낌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 저택이 살인을 예고한다? 라던가 하는 식의 - 여름에 읽을만한 적당한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점이나, 동요의 내용과 비슷한 형태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는 점, 위에 밑줄 친 부분처럼 연극이나 공예,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밝혀지는 범인 등 기본적인 추리소설로의 충실함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요 등장인물인 극단단원 8명에게 모두 본명이 있고(중간에 이름을 바꾸는 사람도 Orz) 거기에 함께 눈을 피해 저택에 머무는 노의사, 저택의 주인과 고용인들 몇 명... 이렇게 거의 20개가 넘는 이름의 홍수에 빠져서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분못하고 처음에 혼란스러워 했다가, 한 명씩 사람이 죽어가면서 조금씩 이름들에 적응해 갔습니다. 일본 추리소설 읽으면서 이름 헷갈리시는 분들은 고생 좀 하실듯~ : )




p.s. 번역본과 원서표지.

p.s. 번역본 표지의 성은 궁금해서 찾아보니 프랑스의 샹보르 성이랍니다.([출처] 키리고에 저택에 관한 잡담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작성자 다롱이). 표지의 각도와 비슷한 사진을 찾아봤어요~ [출처1] [출처2]~
by delius | 2009/06/25 08:05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4)
[밑줄] 자신이 쓴 글을 상대방이 고친다는 게 고통스럽지는 않나요?
자신이 쓴 글을 상대방이 고친다는 게 고통스럽지는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쉬웠어요. 몇 가지 이유가 있죠. 첫째, 우리의 기묘한 공동 작업에는 신뢰가 필요해요. 우리는 서로의 독자이자 편집자인 거죠. 즉, 서로의 글을 고친다는 것은 결코 개인적인 이기심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그걸 좀 더 니키 프렌치다운 작품으로, 좀 더 니키 프렌치다운 스타일로 만들어 나가는 거죠. 이건 파워 게임 같은 게 아니에요. 좀 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죠.
  그리고 우리는 절대 상대방 앞에서 글을 고치지 않아요. 그건 너무나 가혹하죠. 우린 혼자서 작품을 고치고, 컴퓨터 모니터에 수정된 원고가 나타났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글이 고쳐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말다툼 같은 건 안하시나요?"


그럴리가요. 우리는 꽤 자주 다투는 편입니다. 달콤하고 평화로운 시간은 아니죠. 그렇다고 상대가 글을 고친 것을 두고 싸우는 건 아니에요. 대신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 설거지는 누가 할 차레냐 같은 걸로 싸우죠. 정말이지 우리가 쓰는 소설들은 우리의 대화와 의견의 불일치에서 비롯됩니다. 작품은 일종의 몸부림에서 탄생하고, 이제 우리는 그걸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산자의 땅], 니키 프렌치, 노진선 옮김, 시작, 2008




작가 니키 프렌치라는 필명은 니키 제라드와 숀 프렌치 부부의 이름을 결합한 것이라고 합니다. 위에 밑줄 친 부분은 이런 공동작가의 작품을 읽게 되면 드는 항상 드는 의문에 대한 대답인데 작품에 대한 이해와는 별개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산자의 땅]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많이들 이야기 하고 있는 초반부의 묘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텐데, 만약 이런 감금 상황 - 상상도 하기 싫지만 - 에 빠진다면 아마 정말 이럴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치밀한 심리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초반이 강한 탓에 중반부의 흐름이니 결말의 마무리는 조금 처진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아마도 주인공이 그냥 평범하고 큰 특기나 놀라운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더 현실감이 느껴지는데 이런 식의 짧고 강한 마무리가 개인적으로는 살짝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2~3주 연락이 없어도 부모는 물론이고 회사동료, 친구 아무도 찾지 않는 모습이나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또 스스로의 기억에 의존하기도 어려운 상황 또한 무섭기는 마찬가지였구요.


초반부의 묘사가 거슬리는 분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이런 일이 정말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정도로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는데 꼭 그걸 소설로도 읽어야겠어? 하는 마음이 들 수도... )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니키 프렌치의 다른 작품들의 출간과 영화화 된다는 작품을 기대해보려고 합니다. 영화화되기에 적합해 보여서 누가 이 역을 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기도 좋은 작품이에요.




p.s. 번역본과 다양한 원서 표지
by delius | 2009/06/21 01:02 | underline | 트랙백 | 덧글(0)
노팅힐 포토벨로 마켓
아래 포스트에 올렸던 노팅힐 포토벨로 마켓 주변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포토로그 사진의 방향전환이 제대로 안되는 버그는 여전하군요. ㅡ.ㅡ 몇 장은 아무리 돌려도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아 그대로 눕혀두었으니 양해해주세요. 면도칼 하트 사진만 제대로 방향을 바꿔서 따로 올려봅니다. : )
.

























































by delius | 2009/06/20 18:42 | tou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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